농사는 때가 있으니 밭에 자리 만들어 콩이랑 깨도 심어야 하고 공사하며 한쪽에 널브러져 있는 나뭇가지도 정리를 해야 했다. 포클레인으로 푹 눌러놓아서인지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기계가 아닌 두 사람 손으로 정리를 하다 보니 일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대한 살려달라고 했던 나무는 세 그루만 겨우 살려놓고 몽땅 베어버린 거다. 그러니 나무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뿌리며 잘린 나무는 둘이서 들기도 힘들 정도로 덩치가 큰 것도 있다. 거기에 밭에 멀칭 했던 비닐, 끈뭉치. 스티로폼 등 계곡으로 떠내려온 쓰레기까지 건져 올려 베어낸 나무속에 묻어놓았을 줄이야.
우리는 올해부터 밭에 비닐멀칭을 하지 않는다. 작년에 처음 농사를 지어보았기에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감자와 고추밭에 비닐멀칭을 했었다. 그런데 가을 작물 수확 후에 비닐 걷어내는 것도 일이었지만 걷어낸 비닐 양이 적지 않았다. 마을 한쪽에 멀칭으로 사용한 비닐 모으는 곳이 따로 있다. 그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비닐은 흉물 그 자체였다. 대체 해마다 나오는 저 많은 비닐은 어떻게 처리될까!
사용한 비닐 걷어내 지정한 장소에 버리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밭에 그대로 방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바람에 날려 계곡으로 떠내려오는 것이다.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환경 문제에 관한 심각성은 여전히 느끼는 사람만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엉켜있는 나무들과 쓰레기를 분리하고 큰 나무는 톱으로 잘라 들어 옮겼다. 일은 이틀이 걸리고도 끝을 보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왔다. 둘 다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로 며칠을 고생했다. 시도 때도 없이 끝없이 쏟아지는 잠과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본다.
몸과 마음이 힘들거나 약해졌을 때는 잠시 쉬어 가는 게 상책이다.
당장 보기 싫어도 조금씩 천천히 하자고 다짐을 했건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무리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범하곤 한다.
노동도 즐기면 놀이가 된다.
생을 마감한 나무들은 이다음에 땔감이 되고 땅속 유기물로도 유용하게 사용할 가치로 남기며 놀이 삼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