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다있어 만물상 다받아 고물상

<2025년 4월 5일 아침 · 대전 동구 낭월동>

by 부지깽이

새벽 4시 51분.

탄의 짚차가 남대전IC를 통과했다.

운전석의 열린 창문으로 차가운 새벽 공기가 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프의 소리없는 질주 속에서도 탄은 차마 소리 내서 울 수 없었다.

탄의 차가 대전 동구 낭월동에 들어섰다.

지프가 큰 길을 피해 좁은 골목길을 돌다가, 하상도로를 타고 숨겨진 터널을 지나 도착한 곳.

산이라기보단 야트막한 언덕,

그 안쪽엔 낡은 간판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다있어 만물상

다받아 고물상


간판의 글씨는 칠이 벗겨졌고, 건물 앞 찢어진 비닐 천막은 바람에 너덜거렸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고물창고가 아니었다.

김창열과 함돈혁.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난 뒤 돌아와 이 땅을 샀고, 이 곳은 모든 ‘쓸모 없는 것’들을 모아두는 곳이 되었다.

고철, 철판, 박살난 냉장고, 텔레비전, 모니터, 깡통···.


그리고—

기억.

지금 이 공간은 그들의 아들 딸인 김양헌과 함민주가 물려받아 쓰고 있었다.

겉으로는 허름한 만물상, 고물상이었지만 내부는―

지하 : 양헌의 무기 보관 창고 겸 작업실

1층 : 공용 사무실

2층 : 민주의 해킹·정보 수집 전용 사무실

전쟁을 잊지 못한 세대의 공간에,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이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탄은 운전 중 전화기를 들었다.

“양헌.”

“네! 형님. 꼭두새벽부터 무슨 일이십니까?”

“프리패스 좀 쓰자.”

“···넵. 뒷문 열어두겠습니다.”

양헌은 전화를 끊자마자 철제 키패드를 빠르게 조작했다.


‘프리패스’는 그들만의 암호였다.

비상 상황 진입 승인.

불필요한 질문 금지.

모든 시스템 오픈.


탄의 짚차가 지하 경사로로 미끄러지듯 내려갈 때, 건물 위쪽에서 굉음이 터졌다.

꾸르르르~ 탕!

트럭 위에 달린 집게차가 고철더미를 내리고 있었다.

운전석엔 함민주.

민주는 거칠게 운전대를 돌리다가 지하 입구로 향하는 짚차를 노려보았다.

“뭐야··· 또 시작된 거야?”

민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탄 형이 이렇게 서둘러 움직이는 건,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데···’


탄은 짚차에서 내리자마자 지하 창고 입구의 금속문을 열었다.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양헌이 익숙한 듯 짚차의 뒷문을 열어 ‘그놈’을 들쳐업고 탄을 따라 내려갔다.

놈의 얼굴은 반쯤 부어 있었고, 입가에는 굳은 핏자국이 엉겨붙어 있었다.


만물상 지하, 낡은 선반 뒤편엔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작은 격리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물건 보관용으로 위장한 그곳은, 필요할 때 사람도 조용히 보관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곳의 철창문을 여는 순간, 곰팡내와 쇠냄새가 뒤섞인 축축한 공기가 스며 나왔다.

탄은 한쪽 벽에 걸린 사슬을 가볍게 당겨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여기에 가둬두자.”


양헌이 끙 소리를 내며 놈을 철제의자에 앉혔고, 탄이 사슬을 당겨 놈의 몸과 의자를 고정시켰다.

놈은 거친 숨소리만 흘릴 뿐 미동도 없었다.

철창문이 철컥 닫히고, 자물쇠가 채워졌다.

지하의 묵직한 공기가 잠시 떨리다, 다시 눅진한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탄과 양헌은 나란히 계단을 올라갔다.

사무실 안은 조용했다. 불 켜진 작은 스탠드 아래, 낡은 커피포트가 놓여 있었다.

탄은 소파에 몸을 던지며 전술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양헌이 바퀴달린 의자를 끌고 와 탄 옆에 앉으며 물었다.

“형님! 저 새끼 뭡니까?”

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며 두 눈을 감았다.

탄의 대답을 기다리던 양헌이 말없이 일어나 커피포트를 든 순간―


쾅!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

당연히―민주였다.

“다 있어! 다 있어! 다 있다 못해 이젠 악당도 있냐?!

양헌이 커피포트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대, 저놈이 악당인 줄?”

“그럼··· 탄 오빠가 인질범이겠냐, 이 무식한 쇳덩아!”

“그럼 저 놈도 니가 받았어야지··· 다받아 고물상 사장님!”

누가 만담콤비의 자식들 아니랄까 봐 둘은 하루에도 몇 번씩 티키타카를 했다.

이전 05화026. 두 번째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