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5일 오전 · 서울 장춘동의 안가>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장춘동은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고 앉아 있었다.
손끝에선 가늘게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때 스피커가 찌익— 하는 소리를 내며 스크린이 켜졌다.
화면에 나타난 한 사내.
낡은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무언가에 짓눌린 듯 축 처진 어깨와 술과 담배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옐로우.
국정원 출신으로 한때 ‘정보의 신’이라 불리던 자.
하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황톳물처럼 탁했고, 눈동자엔 미세한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를 수건으로 훔치며 화면 속 그가 말했다.
“보스, 접속했습니다.”
장춘동은 담배를 문 채 짧게 물었다.
“꼬리를 잡았나?”
옐로우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감추며 애써 태연한 척 허리를 펴고 답했다.
“화재 발생은 새벽 2시 30분 전후. 광주에서 대전까지 차량으로 약 3시간 거리. 그렇다면 오전 5시 전후 대전으로 들어온 차량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장춘동은 짧은 숨을 내뱉고, 스크린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말했다.
“그놈… 박규의 아들놈일지도… 네팔에서 왔다고 했나?”
옐로우가 모니터 한쪽에 미리 띄워놓은 ‘박탄’의 프로필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스! 구르카 출신입니다. 위험한 자입니다.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움직입니다.”
장춘동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가서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그림자든 뭐든 흔적을 찾아. 놓치면… 넌 죽는다,”
“… 네. 알겠습니다.”
장춘동은 아무 말 없이 리모콘을 눌렀다.
삐— 소리와 함께 스크린이 꺼졌고, 회의실은 다시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긴 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얼굴.
그러나 그의 눈빛은 사냥을 앞둔 맹수처럼 살기가 어렸다.
* * *
컴컴한 방 안에 눈부신 모니터 불빛만이 벽과 천장을 흐릿하게 비췄다.
사방엔 폐쇄된 서버랙, 전선 뭉치, 먼지 낀 화이트보드가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옐로우는 이 폐쇄된 공간에서, 세상의 맥박을 쥐고 있었다.
그는 비대한 몸을 한껏 앞으로 내밀어 모니터를 응시했고, 뚱뚱한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대전 IC — 이상 없음.
유성 IC — 이상 없음.
서대전 IC — 이상 없음.
그는 안경 너머로 모니터 속 지도를 확대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놈이 정말 대전으로 돌아왔다면… 분명 뭔가 있을 텐데…"
그때였다.
남대전 IC를 빠져나와 하천을 따라 내려가는 낡은 지프 한 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오래된 차체, 더러운 외관. 보통이었다면 지나쳤을 그 장면 앞에서, 옐로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 뭐지?”
하상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비포장도로로 들어갔고 갑자기 사라졌다.
이후 어느 CCTV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순간, 옐로우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저거다…!”
그는 즉시 별도의 추적 알고리즘을 작동시켰다.
그러나 지프는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고, 더 이상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옐로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라… 누군가 흔적을 지웠군.”
그는 다시 모니터 속 세계를 훑었다.
하지만 ‘그 곳’은 한때 정보의 신이라고 불렸던 그조차도 알 수 없는 세계였다.
하천변 비포장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터널 안쪽.
민주가 설계한 비밀 루트는 ‘만물상-고물상 구역’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그림자 회랑이었다.
낡은 담쟁이덩굴이 드리워진 터널 입구엔 군용 위장막이 설치돼 있었고, 그 뒤에는 열감지 센서, 지하통신기, 원격 차단 장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터널의 입구엔 ‘등록 차량만 통과 가능’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등록된 차량은 단 세 대뿐.
— 탄.
— 양헌.
— 민주.
퍼플이 실려 온 그날, 탄의 차량은 한 치의 오류 없이 입장 처리되었고 이후 어떤 CCTV, 어떤 위성 기록에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
그 모든 시스템은 옐로우의 알고리즘과는 그 결이 달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선, 산업화 시대의 고물에 숨겨진 최첨단 위장망.
옐로우는 계속해서 지도를 돌리고, 시간표를 뒤집고, 알고리즘을 교란시켜 봤지만 결국, 의자에 기댄 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