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두 세계 최고의 조력자

<2025년 4월 5일 저녁・대전 낭월동 '다있어 만물상'>

by 부지깽이

사무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CCTV 화면들이 무표정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사무실 바깥 출입문, 안쪽 통로, 그리고 지하 1층 감금실.

모든 카메라는 그 한 놈을 지켜보고 있었다.

의자에 기대앉은 양헌은 눈가를 짓눌러가며 연신 한숨을 쉬고 있었고, 민주는 응접용 탁자에 팔을 괸 채 굳은 표정으로 탄을 바라보고 있었다.

“탄 오빠.”

민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놈, 저거… 어떡할 거야?”

탄은 말이 없었다.

팔짱을 낀 채 탁자 너머 CCTV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민주가 시선을 돌려 양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쇳덩이 오빠, 저 새끼 어떡할래? 응? 끼니 때마다 밥 갖다 바칠 거야? 밥, 물, 밥, 물… 응?”

양헌도 갑갑한 듯 윗머리를 쓸어내리고는 벽면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분할된 9개의 CCTV 화면이 하나로 합쳐졌다.


지하 1층, 감금실.

그놈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철창 너머 어두운 방.

철제 의자에 묶인 놈의 입이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모양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 밥 줘, 밥! 밥 달라고~”

그걸 본 양헌의 입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욕이 쏟아졌다.

“저 밥벌레 새끼!! 저걸 확, 죽여서 까마귀밥으로 뿌릴까 보다!”

그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탄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 저거… 진짜 어떡해요? 저 미친놈, 저거.”

하지만 탄은 아무 말 없이 여전히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켜고 ‘최근 통화 목록’을 띄웠다.

첫 번째는 만물상.

두 번째는 아저씨.

그 아래로 아버지, 력이, 민주….

탄의 검지가 천천히 움직였다.

‘아저씨’라는 이름 위에 멈췄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번호를 꾹— 눌렀다.


민주와 양헌도 탄의 손끝에 집중하고 있었다.

뚜우—

뚜-

딸깍.

“……”

“아저씨, 접니다.”

“……”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탄은 현재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했다.

만물상 지하에 감금해 놓은 그 놈의 상태, 놈을 이 곳에 계속 가둬둘 수 없는 상황, 그가 어떤 조직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 그리고—지금 앞에 앉아 있는 둘.


“… 아저씨 친구들 자녀와 함께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수화기 너머로 긴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침묵이야말로, ‘그래도 된다’는 암묵적인 신호였다.

그는 휴대폰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나직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그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정확한 한국어였다.

“사설감옥에 넣어두자. 한 사람을 소개하지. 이름은 박원배. 주소는 문자로 보내겠다.”

“네, 아저씨. 번번이 감사합니다.”

그 말에, 전화기 건너편에서 낮은 숨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짧은 응답.

“아니다. 내가 더 고맙다. 너희들… 탄, 양헌, 민주…

딸깍~

뚜- 뚜--


자신들의 이름이 불린 양헌과 민주는 깜짝 놀라 탄을 쳐다봤다.

탄은 조용히 휴대폰을 들고, 연락처를 다시 꺼내 확인했다.

‘박원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이름.

하지만 분명히, 이 판을 흔들 수 있는 사람.

그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오늘 밤 안으로 옮긴다.”

“옮기는 건 옮기는 거고… 누군지 불어.”

말하지 않아도 눈빛이 따갑다.

탄의 앞에 마주앉은 민주와 양헌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표정은 소리쳤다.

‘형님이고 오빠고, 입 안 열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탄은 여전히 침묵했다.

“아 진짜! 누구냐고요!!”

야상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소리를 질렀다.

“빨리 불어~~~요, 형님 대우해 줄 때….”

쇳덩이도 씩씩거리며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탄은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천장의 한 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리차드 한 아버지들의 오랜 친구!”

두 세계 최고의 조력자가 5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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