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5일 아침・서울 장춘동의 안가>
오전 6시.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오래된 한옥은
‘숨어있는 악마들의 시간’이 흐르는 안가였다.
안가 깊숙한 곳, 두꺼운 철문과 방음벽을 지나면 나타나는 공간이 있다.
회의실이라 불리는 정사각형의 방 한 가운데, 검은 가죽의자에 장춘동이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 놓인 작은 협탁엔 리모콘과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 벽면엔 6개의 모니터가 한 줄에 세 개씩 박혀 있었다.
모니터 하나에 한 사람.
오렌지, 옐로우, 그린.
블루, 인디고, 퍼플.
총 6인.
그러나—
마지막 퍼플의 화면은 꺼져 있었다.
퍼플이 사라졌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다른 5인은 새벽에 호출받은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장춘동의 명령 한 마디면 아무 망설임 없이 상대가 누군지 묻지 않고 살인-납치-고문을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모니터 속 인물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각자의 위치에선 모니터 속에 뜬 아바타로만 상대를 인식했고, 각자의 음성은 정교하게 변조되어 자동응답기처럼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방 안에서 유일하게 모두의 원래 얼굴을 보면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모니터 속 장춘동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가 쓰고 있는 것처럼 설정된 검은 가면은 빛을 반사하지도 않고, 입술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차갑고 신경질적인 그의 목소리는 눈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했다.
“문제가 생겼다.”
그 짧은 한마디.
그것만으로 모니터 너머 다섯 그림자들은 피비린내 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장춘동이 다시 입을 열었다.
“추적을 시작한다. 누가 퍼플을 낚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살아 있다면… 조만간 접촉이 오겠지. 그때 퍼플을 더 써 먹을지, 버릴지 정하겠다.”
장춘동만 말한 회의는 그렇게 끝났고, 모니터가 하나둘씩 꺼졌다.
장춘동은 혼자,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그때―협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짧게 울렸다.
장춘동은 망설임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응, 지금 보내!”
딸깍.
그와 동시에, 다른쪽 벽에 잠들어 있던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켜졌다.
[영상 재생]
광주 외곽. 폐쇄된 화학공장.
3번 창고 천장에 설치된 숨은 CCTV.
불길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카메라.
영상은 자주 끊겼고, 화질은 거칠었고, 밤이라 윤곽도 흐릿했다.
하지만—
장춘동은 보았다.
쓰러져 있는 퍼플을 들쳐업는 한 남자.
퍼플은 피투성이가 됐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남자의 동작은 조용했고, 신속했고, 노련했다.
그리고—번쩍.
화면이 하얗게 덮이고 화염이 치솟았다.
[영상 종료]
장춘동은 영상을 앞으로 돌려 세 번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세 번째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일시정지를 눌렀다.
“흐릿하군. 하지만 충분해… 살아있는 놈을 데려갔군.”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누굴까? 빠큐랑 아들놈은 병원에 실려갔고… 아차! 아들놈이 하나 더 있었지?”
"무지개의 적들."
장춘동은 낮게 내뱉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옐로우! 대전이다. 대전을 훓어!”
“네. 보스!”
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