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수첩속 R.K. … 퍼즐이 풀렸다.

<2025년 4월 5일 밤 · 대전병원 특실>

by 부지깽이


박력이 다시 숨을 고르고, 수첩의 다음 장을 펼쳤다.

―1972년 4월. 오후 3시, 전투축구 경기

골키퍼 장갑을 끼고 몸을 던지는 전두칠.

“살아서 돌아가자! 그래야 오늘이 전설이 된다”

전두칠의 연설에 환호하는 병사들.

그 때 하늘에 뜬 무지개. 그리고 그 무지개에 사로잡힌 한 사람.

연병장 회식… 그리고 무지개를 지키는 개가 되겠다던―


장춘동!

력의 목소리가 떨렸고, 정희는 온 몸을 떨었다

바로 그 순간, 민주가 소리를 질렀다.

“알았다! 그 문신! R.K. … 레인보우 키퍼야!!”

모두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민주는 눈을 번뜩이며 수첩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장춘동이 ‘무지개를 지키는 개가 되겠다’고 했죠? 전두칠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면서요? 거기서 떠올랐어요. R은 Rainbow! 즉, 무지개… K는 Keeper! 키퍼! …무지개를 지키는 사람들… 아니, 무지개를 지키는 개들!!

민주의 추리에 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헌도 한 박자 늦게, “맞네, 맞아!” 하고 중얼거렸다.

정희, 력, 윤은 민주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멍한 표정으로 탄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젯밤…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정희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와 력이를 이렇게 만든 덤프트럭 기사를 찾아냈습니다. 그 자의 목 뒤에 문신이 있었습니다. ‘R.K.’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민주가 해독해 낸 겁니다. 그 놈 단독범행이 아니라, 그 놈 뒤에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있고, 그 가운데 장춘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장춘동…”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윤이 떨리는 엄마의 손을 덥석 감쌌다.

“괜찮아요, 엄마… 우리가 있잖아요.”


력은 입을 꾹 다문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수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진짜 무지개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력의 말이 허공에서 사라진 뒤, 병실은 침묵에 빠졌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한 채, 숨소리만 맴돌았다.

정희는 이제 온 몸을 떨고 있었고, 윤은 그런 엄마의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

민주와 양헌은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탄도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력이 다시 수첩을 펼쳤다.

―뚜엣과 나는 연인이었다.

그 한 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수첩으로 쏠렸다.

력이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뚜엣은 작전 중 낙오해 베트콩에게 죽을 뻔한 나를 구해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뚜엣이 임신을 했고, 8개월 만에 낳은 아이가… 탄이다.

탄은 미동도 없이 수첩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장춘동이 뚜엣이 살던 끼엠마을을 베트콩들을 지원하는 마을로 조작해 주민들을 학살한 날… 나는 뚜엣을 구하지 못했다.

정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고, 윤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탄을 구해 리차드에게 맡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력이 떨리는 손으로 다시 천천히 수첩을 덮었다.

그때까지 아무 표정 없던 탄의 얼굴 위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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