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뚜엣도 살릴 수 있을까?

<1972년 4월 · 베트남 닌호아>

by 부지깽이

그날 저녁, 규는 막사로 돌아와 김 병장, 함 상병, 김 일병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린이… 무사하대.”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밝아졌다.

“워메! 잘 된거~”

김 일병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고, 김 병장은 무심한 척 팔짱을 끼고 있었지만 입가엔 숨기지 못할 미소가 슬며시 번졌다.

함 상병도 눈을 껌벅이며, 코끝을 훌쩍였다.

“리차드 오빠… 완전 멋져!”

함 상병의 장난스런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말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며칠 후, 비번날 아침. 규는 뚜엣의 집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지붕 끝에 매달린 양철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땡그랑, 얇은 소리를 냈다.

규는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안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뚜엣이 문을 열었다.

그녀의 눈이 그를 발견하는 순간, 짧은 숨이 새어 나왔다.

“린이… 무사해.”

규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한마디에 모든 마음을 담았다.

뚜엣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입술이 떨리듯 열렸다가, 말없이 닫혔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 있더니, 이내 앞으로 다가와 규를 안았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정말 고마워… 오빠.”


두 사람 사이엔 말이 필요 없는 시간이 흘렀다.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대지는 여전히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 있었지만, 이 작은 공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웠다.

그렇게, 시간이 바람처럼 흘렀다.

먹구름이 햇빛을 삼키면서 둘을 둘러싼 풍경에 서서히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흐릿한 기억 속에—마치 숨어 있던 촛불 하나가 조심스레 고개를 든 듯했다.

불씨는 아직 약했고, 바람 한 줄기에도 꺼질 듯했지만, 그 작은 빛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 순간—규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가슴 깊은 곳에서 미세한 파문 하나가 번졌다.


‘… 뭔가 이상하다!’

53년 전, 그가 기억하는 세계에서 린은 끝내 립스틱클럽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러나 지금—린은 살아남았다.

리차드의 손에 이끌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이제, 다시 웃는 법을 배워야 할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존재, 그 기적 같은 생존을 떠올린 순간—규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깊은 곳 단단히 닫혀 있던 문이 벌컥 열리는 것을 느꼈다.


‘혹시… 뚜엣도 살릴 수 있을까?’

가슴 한복판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찌릿했다.

예정된 비극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불씨가 규의 가슴 속에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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