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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07. 2022

셀프 주유하고 나서 주유구는 잘 닫으셨나요?

콜센터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고장 문의. 주유구 뚜껑은 잘 닫으셨나요?


예전에 SM3를 아내가 타고 다닐 때의 일이다. 처음으로 셀프 주유를 하고 차를 출발시켰는데, 갑자기 계기판에 엔진 점검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경고등이 떴다. 놀란 아내가 제게 전화를 했고 나도 무슨 일이지 하고 의아해하면서 서비스센터를 예약하러 전화를 했다. 상황을 듣던 안내원의 첫마디에 아차 했다.


 “혹시 연료 주유하시고 나서 뚜껑을 꽉 잘 닫으셨는지 확인해 보셨나요?



일단 예약은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더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다시 가서 따가닥 소리가 날 때까지 확실히 닫고 주행해 보라고 알려 주었더니 조금 있다가 등이 꺼졌다고 회신이 왔다. 상황 해제. 문제는 연료 탱크 주유구의 뚜껑을 꽉 닫지 않아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왜 주유 뚜껑을 꽉 안 닫았다고 경고등이 들어올까?



자동차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은 다 모니터링된다.


차를 타고 다니면 자동차로부터 여러 유해 물질들이 배출된다. 대표적인 것이 주행 중에 나오는 배기가스가 있다. 그래서 배기가스는 정화 장치도 있고, 배기가스 인증 시험을 통해 기준치 이하만 나오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인체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발암 물질로 알려진 것이 증발한 가솔린 가스다. 


연료야 주유구에 넣고 나면 탱크 안에 있고 꽉 막힌 탱크 안에 있으니까 어디 새는 곳이 없으면 안전하게 밀폐된다. 그런데 또 완전 밀폐를 해 놓으면 여름철에 온도가 많이 올라갔을 때 기체 부피가 늘어나면서 연료통 자체가 파손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연료 탱크에는 적절한 압력을 유지하더라도 증발된 연료가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일단 연료 탱크의 압을 외부와 동일하게 하지 위해 외부에 연결되는 관이 있고 그 사이에 나가는 증발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캐니스터라고 하는 필터가 장착되어 있다. 숯과 같은 활성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기를 거쳐서 나가는 연료를 대부분 잡아 주면서 외부로 가솔린 가스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 준다.


연료 탱크 시스템의 구조 - carinc.com 자료


그런데 이 캐니스터도 활성탄에 모두 가스가 차면 더 이상 정화할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해 주기 위해 캐니스터의 다른 쪽을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가 지나가는 흡기관 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엔진 시동을 걸고 특정한 조건이 되면 캐니스터 활성탄 안에 있는 연료 성분이 공기를 따라서 흡기관 안으로 빨려 들어가 필터가 깨끗이 청소되도록 밸브를 열어 주는데 이 과정을 퍼지라고 부른다. 


가솔린 가스를 걸러내는 필터인 캐니스터의 구조 - GIT 자료


이 퍼지작업은 간단해 보이지만, 원래 흡기구를 통해 들어온 깨끗한 공기의 양과 캐니스터를 통해 들어오는 연료가 조금 섞인 공기의 비율을 잘 계산해서 적절한 양의 연료가 분사될 수 있도록 조정해 주어야 한다. 이 설정을 잘 못 해주면, 증발 가스가 많은 여름 철에 열심히 달렸다가 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쉰 이후에 다시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 RPM이 떨리고 심하면 시동이 꺼지는 현상도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여름철 공회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 캐니스터 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장 등이 들어오면 무시하지 마세요.


필터를 거쳐 나오는 연료도 걸리는 마당이니 만약 연료통에 조금의 틈이 있거나 하게 되면 바로 환경 규제에 위반이 되고,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연료통의 밀폐 여부는 반드시 모니터링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조금의 새는 조짐이 발견되면 바로 운전자에게 알려서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자동차를 출시하기 전 받아야 하는 인증 시험 중에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시험이 이 증발가스 검증 시험이다. 48시간 동안 차를 세워 두고도 미세한 가스도 새어 나오지 않도록 제어하는지 보고 또 반대로 규제치에 해당하는 구멍을 일부러 연료 캡에 냈을 때 제대로 경고등을 띄우는지도 확인한다


증발 가스 시험을 진행하는 자동차 밀폐 시험 설비


그러니 셀프 주유 시에 연료 캡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때 뜨는 경고등은 연료통이 지금 밀폐되어 있지 않아서 증발되어 나오는 가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연료 캡을 닫을 때는 “따가닥” 소리가 날 때까지 꼭 닫아 주고, 여름철 주유 시에는 되도록 캡을 열 때 머리를 최대한 멀리 해서 쏟아져 나오는 유기 화합물 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디젤은 휘발성이 약해서 가솔린보다는 덜 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무심코 덜 닫은 연료 캡 하나에도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차 만들어 파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제 3 장 차를 운행하다 보면 만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       

    3-1   내 차가 아픈지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신호들

    3-2   셀프 주유 하고 나서 주유구는 제대로 닫았나?

    3-3   차키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자.

    3-4   겨울철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3-5   미끄러운 눈길을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

    3-6   차에서 아이는 제일 안전한 위치에 카시트를 꼭 해서 태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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