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들면 차도 힘들다.
사람도 추우면 몸이 움츠려 드는데 추운 겨울 주차장에서 밤을 지새운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어제까지 멀쩡히 잘 타고 다닌 차인데 아침에 출근하려고 하려는데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당황스럽다. 어제 내가 문을 잘 안 잠그고 왔던가? 어디 실내등을 켜고 왔던가? 모든 운전의 시작이 되지만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시동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제일 처음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는 배터리 방전이다. 시동을 걸려면 예전 경운기 시동 걸듯이 엔진을 강제로 돌려주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장치가 시동 모터다. 엔진 오일도 다 내려가서 뻑뻑한 엔진을 움직여 줄려면 큰 힘이 필요한테 자동차 배터리는 평소에 엔진이 돌 때 열심히 충전해 두었다가 시동 시에 한 번에 에너지를 내 보낸다.
그런데 장기간 차를 주행 없이 세워 두었거나, 밤새 주차하는 동안 차 라이트를 켜 두거나 열선을 켜 두었거나 하는 경우에는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시동 모터를 돌릴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부족하게 된다. 이런 방전을 막기 위해서 최근에 나오는 대다수의 차들은 문을 잠그면 불필요한 전원들을 모두 강제로 OFF 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같은 설비들은 배터리 전원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전원을 꺼지게 하는 장치를 달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전원 소비가 없었다고 해도 추운 겨울 낮은 온도에서는 자동차 배터리 성능도 40%까지 낮아진다. 거기다 날이 추우면 제일 먼저 액체 성분들이 굳어진다. 특히 엔진 오일의 점도가 커지기 때문에 시동 시에 이겨내야 하는 마찰력이 너무 클 수 있다. 추운 겨울에 시동이 안 걸리는 차들이 많은 이유는 더 뻑뻑해진 엔진을 더 힘 빠진 배터리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철원이나 산간 지방처럼 많이 추운 지역에 살거나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쓰는 5W30 엔진 오일보다 겨울철 점도가 낮은 0W20을 사용하고 배터리 용량도 큰 배터리를 쓰면 겨울 시동성이 한결 개선된다.
시동 모터도 잘 돌고 엔진도 잘 도는데 점화가 없으면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 일 수 있다. 어는점이 아주 낮은 가솔린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연료 내 파라핀 성분이 들어가는 디젤 연료는 한계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연료 필터 내에서 연료가 양초가 굳는 것처럼 응고되면서 연료가 고압펌프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용 디젤 연료는 보통 영하 15도 정도까지는 문제없이 응고되지 않도록 되어 있고, 동절기나 혹한지에는 융해제를 첨가해서 영하 30도까지 응고를 되지 않는 연료가 특별히 공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내 필터에 히터들이 달려서 이렇게 응고된 연료를 녹여 주는 기능이 포함된 차량도 많다.
만약 철원이나 대관령에 놀러 갔다가 이른 새벽 아침에 갑작스레 엔진은 도는데 점화가 되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일단 키 온을 한 상태에서 차를 5분 정도 둬서 필터 내 히터가 작동되도록 기다렸다 다시 걸어 보자. 날이 밝고 조금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걸어 보시거나 주유소가 근처라면 현지 디젤 연료를 받아서 주유하신 후 Key on 하고 두시면 혹한지 연료에 들어가 있는 융해제 덕분에 막힌 필터가 뚫리기도 한다.
가스로 분사되는 LPG 엔진의 경우도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똑같은 LPG이지만 가정용으로 쓰이는 프로판 가스와 놀러 가서 부스터에 쓰는 부탄가스는 물성치가 다르다. 더운 여름에는 일반적으로 부탄 100%의 형태로 공급되다가 온도가 낮아서 기화가 잘 안 되는 겨울에는 프로판 30% / 부탄 70%의 비율로 공급된다. 이 비율은 계절에 맞춰서 서서히 조절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을 하시는 분들은 연료 탱크 내에서 자연스럽게 바뀐다. 다만 여름 초가을까지 사용하다고 오랫동안 차를 쓰지 않으셨다가 겨울에 시동을 거시면 시동이 불안할 수 있다. 연료의 비율 문제일 가능성이 크니 가까운 충전소에서 겨울에 맞는 연료로 충전해 쓰면 된다.
시동이 안 걸린다고 세 번 네 번 반복하면 배터리는 그나마 있던 에너지도 다 써 버리고 금세 퍼져 버리고 엔진 내 연소실도 연료 범벅으로 만든다. 그러니. 만약 시동이 안 걸리면, 한번 정도만 더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일단 내비게이션이 열선 시트같이 전기를 소비하는 품목들을 일단 끊어 주고 키 온 상태에서 10분 정도 두면서 다른 기능들이 깨어나게 기다려 주자. 그리고 한번 더 걸어 보고 그래도 안되면 무언가 다른 문제가 있는지 연료나 다른 계통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문제는 없고 배터리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면, 긴급 출동을 불러서 점프라 부르는 다른 차량의 전원에 연결해서 강제로 시동을 거는 지원을 받자. 어렵게 시동을 걸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주행하면서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해 주어야 한다. 처음 시동을 걸어 봤을 때 엔진이 "끼링끼링" 크랭킹은 되는데 좀 약한 경우에는 자체 주행으로 충전해도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그러나 라이트를 켜 놓고 왔다거나 다른 전기 장비 이유로 완전히 풀 방전이 되고 나면 배터리의 성능이 5~10% 정도 약화되기 때문에 단순히 주행해서 충전해서는 다음번 시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 풀 방전이 두 번 이상 반복된 3년 이상 사용한 배터리는 새 배터리로 교체하시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추워지면 챙겨 봐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교통안전 공단에서 잘 정리한 내용을 참조로 보탠다. 자동차 시험을 하러 돌아다니면서 깨닫는 면이 사람이 힘들면 차도 힘들다. 미리미리 잘 점검해서 나만의 공간으로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동차와 추운 밖에서 오들오들 떠는 일은 없기를 기원한다.
제 3 장 차를 운행하다 보면 만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
3-1 내 차가 아픈지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신호들
3-2 셀프 주유 하고 나서 주유구는 제대로 닫았나?
3-3 차키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자.
3-4 추운 겨울 아침에 자동차 시동이 잘 안 걸리는 이유
3-5 미끄러운 눈길을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
3-6 차에서 아이는 제일 안전한 위치에 카시트를 꼭 해서 태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