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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20. 2022

아이는 제일 안전한 위치에 카시트를 꼭 해서 태우자.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흑인 학생을 양자로 들여 미식축구 프로선수로 성장시킨 실화를 다룬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는 거구의 마이클이 같이 사는 SJ와 함께 차를 몰고 가다 사고가 나는 장면이 나온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엄마 리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데 조수석에 탄 아이는 생각보다 많이 다치진 않았다. 보호본능 99점을 받은 미식축구 라인맨 마이클이 직접 손으로 터지는 에어백을 막은 덕분이다.   


https://youtu.be/QjwV9VG7o6w


아이들은 뒷 좌석에 앉혀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아이들이 앞자리에 앉겠다고 떼를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뒷좌석에 비해서 탁 트인 시선에 카오디오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고, 운전하는 아빠와 수다 떨기도 좋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고 모든 아빠가 마이클 같은 팔뚝은 없는 법이다. 아이들이 싫어해도 뒷좌석에 앉혀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는 사람이 충분히 안전한 지를 검증하는 충돌 시험을 거쳐야 한다. NCAP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시험에서는 실제 도로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충돌 상황 - 정면 / 정면 40% Offset / 측면 / 후미 / 측면 Pole 충돌 상황에서 운전자와 승객이 받는 충격을 더미를 통해 측정한다.  


충돌 테스트 시험 이미지 - Euro NCAP 홈페이지 참조


미국에서 2019년에 진행된 테슬라 Mode 3 결과를 보면 운전자석과 조수석 둘 다 각종 충돌에 대해서 직접 닿는 부분은 없는 걸로 나온다. 다른 보고서인 Child Impact를 보면 뒷좌석에 앉은 아이를 기준으로 비슷한 결과를 보이지만, 목 부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위험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나온다.


2019년 진행된 Model 3 NCAP Test 결과 - NCAP 홈페이지 참조


결과만 보면 앞자리가 더 안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미국 운수성 교통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앞 열에 비해 뒷 열이 평균적으로 25% 정도 안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유는 아무래도 뒷 좌석이 충격의 소스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는 기본적으로 앞으로 움직이고 대부분의 무거운 금속 부품들도 차량 앞쪽 엔진룸에 위치해 있으니 충돌 시에 앞 좌석에 탄 운전자와 동승자는 강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여러 가지 에어백으로 그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에 비해 뒷 좌석은 앞 좌석 의자가 다이고 빈 공간도 충분하다. 충돌 시에도 사람에 영향을 줄 만한 변형 자체가 크게 없다. 그나마 위험한 것이 사이드 충돌 시 유리창인데 요즘은 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된 차량이 많아서 탑승자를 안전히 보호해 줄 수 있다.


조수석 에어백 사고 - MBC 방송 자료


에어백의 충격이 치명적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있어서 충돌의 충격보다 앞 좌석 에어백에서 받는 충격이 오히려 더 치명적이다. 충돌을 감지하면 화약이 폭파해서 전개되는 에어백은 출시 초기에는 너무 팽창 압이 강해서 작은 사고에서도 작동했다가 에어백 때문에 발생하는 상해 사고가 빈번했다. 이를 보완한 2세대는 에어백은 팽창 압력을 30%가량 줄이고 대신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보완되었다. 요즘은 스마트 / 어드밴스 에어백이라고 해서 충돌 속도에 따라 그리고 안전벨트에 걸리는 장력들을 측정해서 에어백의 팽창률과 전개 시점을 조절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차종에서도 동승자 위치에 어린이 보호를 담보로 하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벨트의 효과가 명확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상체를 가로질러 충돌 시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1차적으로 명확히 잡아 주어야 하는데, 아직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조율을 한다고 해도 신체 조건상 느슨하게 착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안전도를 검사하는 KNCAP 시험 방법에서도 어린이 안전과 관련한 시험은 뒷좌석 착석

카시트를 장착한 것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좌석에 아이를 태웠다가 발생하는 사고의 피해는 자동차 회사도 법률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  이를 고지하기 위해 자동차 유저 매뉴얼에 보면 많은 분략에 걸쳐 안전벨트와 에어백에 대한 지침과 경고를 더하고, 추가로 어린이 에어백 사용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가끔 몇 살부터 조수석에 앉혀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하다. 그나마 “성인에 준하는 체형을 가졌을 때”라고 답변이 가능할 듯하다. 현재 공식적인 시험에 사용하는 성인용 인체 더미는 175cm / 78kg의 남성용과 152cm/54kg의 여성용 더미가 테스트에 사용되고 있다. 어린이 더미가 140cm / 35.2kg이니, 키가 155 이상이라면 성인 여성 시험에 검증한 수준이라고 간주할 수 있지 않을까?   



부득이 조수석에 아이를 태워야 하는데 차속이 높지 않은 시내 주행이라면, 충돌의 위험보다 에어백 폭발로 인한 상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수석 에어백을 끄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더 안전하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동승자 쪽 에어백을 끌 수 있는 옵션이 의무화되어 있기도 하다. 다만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자 엔지니어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아빠로서 권하고 싶지 않다. 어떤 경험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


제 3 장 차를 운행하다 보면 만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       

    3-1   내 차가 아픈지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신호들

    3-2   셀프 주유하고 나서 주유구는 제대로 닫았나?

    3-3   차키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자.

    3-4   추운 겨울 아침에 자동차 시동이 잘 안 걸리는 이유

    3-5   미끄러운 길을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

    3-6   아이는 제일 안전한 위치에 카시트를 꼭 해서 태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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