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고급차인 제네시스를 개발하는 현대자동차는 2025년부터는 신차는 전기차만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 차량은 더 이상 판매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라인업에서 내연기관을 퇴출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다소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탄소 중립화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부들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내연기관 자동차는 온난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적어도 2050년까지는 모든 차량들을 전동 화한다는 선언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도 2060년까지는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가능할까?
일단 당장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기에는 전기가 부족하다. 그리고 그 모든 차들을 충전하는 시스템도 구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대략 2025년이 되면 보조금을 빼더라도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해지면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로 수요가 몰릴 것이다. 그렇지만 전체 운행되는 차량 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가 전체 차량 대수의 30%를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인 견해는 내연기관/전기차/연료전지 차량이 2030년 즈음에 가도 60%/30%/10% 내외가 될 것 같다.
30%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발전량은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 2019년에 산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제주도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시간대별 충전 패턴을 고려해 본 결과 산출해 본 결과 상업용 전기차와 자가용이 각각 주간 급속 충전과 야간 완속 충전하는 패턴을 보여 수요가 분산된다면서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 보급 계획을 반영해도 전력예비율은 21.6%로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 중립을 위해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이냐는 문제부터 따져 봐야 할 듯하다. 분명 기름을 태워서 동력을 내는 내연기관이 전기를 사용하는 모터로 대체되면 자동차를 사용하는 지역에서의 탄소 + 오염 물질 배출량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다만 그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서 동일한 이동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발생되는 최종 오염 물질이 어느 쪽이 더 적으냐는 발전이라는 부문이 기간산업인 만큼 지자체 / 환경 / 발전 비용 / 전달 효율 / Peak 관리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얽혀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확실한 건 오염의 밀집도를 (특히 대도시에서) 낮출 수 있고 만약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면 오염의 총량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전기차 충전 요금은 가솔린 대비 엄청 저렴하다. 비싼 차값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가 느는 것도 저렴한 유지비 덕분이다. 정부에서 친환경을 장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전기 요금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앞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 것이고 그 비용은 전기료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대신 가솔린 / 디젤 연료의 수요는 줄어들면서 유가는 오히려 더 낮아질 것이다. 배터리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저렴해질 테니 차 가격 자체가 비슷해지면 미래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비율은 인프라와 유지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전기차 배터리는 차에 달리면 배터리지만 충전기와 연결되면 전기의 저장 창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 Smart Grid가 아직은 소원한 이야기이지만, 충전의 대부분이 밤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밤낮에 수요에 상관없이 전기를 생산해 내는 원자력 발전소나 풍력 조력 발전소가 전기차 시대에는 조금 더 유리한 형태의 발전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밤에 충전한 전기를 Peak 사용 시에는 오히려 꺼내서 집안 냉방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전체 전기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화력 발전소 건립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전기차 자체가 탄소 중립 발전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전기차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지는 충전 인프라의 발전 속도에 달려 있다.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이 사업으로 돈을 벌 사람들이 생길 거다. 특히 주유소를 대체하는 수익성이 있는 급속 충전소의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와 관련된 부동산업 / 설비업 / 서비스업의 확대가 예상된다.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아 야간 완속 충전을 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 더 비싸도 더 빨리 충전이 가능한 곳을 찾을 것이고 그 사람들이 충전이 진행되는 30분 내지 1시간의 시간 동안 먹고 즐길 거리들이 필요하게 된다.
'차지인'이라는 충전기 업체의 최영석 대표에 따르면 전기차 1대 당 충전기는 완속이 0.3대와 급속 0.1대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2021년 공급 계획인 25만 대 보급 시에 완속이 75,000개 급속이 25,000대 필요한데, 현재는 각각 80% / 20% 수준이고 그마저도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다. 말 그대로 잠재 시장이 엄청나다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형 쇼핑몰들이 테슬라의 슈퍼 차저를 앞다투어 유치하려는 경향을 보면 급속 충전 시설의 확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규제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업성을 보고 민간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렇게 편의 시설이 늘어나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찾을 것이다.
결국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하이브리드든 연료 전지든 전기차든 어느 타입이 더 싸고, 편하고, 폼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그건 자동차 자체만의 매력으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큰 변화 속에 힘들어지는 영역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