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Apr 05. 2024

승진 심사에서는 도대체 뭘 보는 거야?

SCENE #22


오늘따라 양복을 입은 김 책임님 모습이 어색하다. 우리 팀에 올해 유일한 수석 진급 대상자인데 오늘은 그 심사가 있는 날이다. 예전 같으면 연차가 차고 큰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진급할 거라 했지만 요즘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30% 이상은 떨구겠다는 소문이 돌았다. 팀 내에도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책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모두 김 책임님이 우리 팀에서 제일 에이스인 거 다 아는데요. 이미 진급을 확정되신 거니까 긴장만 안 하시면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마워. 민지 씨. 그러게 늘 뵙던 분들인데도 입사 면접 보고 나서 근 9년 만에 사람들 앞에서 면접을 보려고 하니까 긴장되네."

"아이. 상무님한테 평소에 프로젝트 보고 하실 때도 자신 있게 잘하셨잖아요. 다른 것 하나 없다니까요."


늘 자신만만하던 김책임님이 이렇게 긴장하시는 것도 처음 본다. 허긴 우리 OP 상무님에 품질 쪽에서 한 분, 인사에 담당님도 들어오시는 데다가 영어로 발표해야 하니까 걱정도 되시겠지. 주제도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제안이라는데 아니 그냥 본인이 열심히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잘하고 있고 앞으로 잘하겠다 그냥 발표하게 해 주면 오죽 좋아. 도대체 승진 심사에서는 뭘 보고 싶은 거야?  


우리도 이렇게 알아서 승진되면 좋을 텐데.. 



회사에서 보는 두 번째 면접


저도 입사한 지 7년이 된 해에 과장 진급 케이스가 되어서 1년 동안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승진 심사라고 하면, 그동안 받았던 고과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을 뽑고, 한 해 동안 별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회사에 기여한 부분을 발표하는 승진 심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마치 면접을 보듯이 저희 조직 임원님들 뿐 아니라 다른 부서 담당님과 인사 담당님도 함께 다면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발표는 영어로 해야 했어야 했는데 10분 발표에 15분 질의응답이었습니다. 연초부터 어떤 점을 개선할 것인지를 팀장님과 상의해서 계획을 세우고 중간중간 조정해 왔습니다. 일 년에 그 하루를 위해서 꽤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차피 승진 대상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도 이야기하지만, 역시 심사는 심사고 여러 임원들 앞에서 선보이는 데뷔 무대에서 어떤 첫인상을 보이느냐는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사원 입장에서는 승진만 한 보상도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승진, 특히 사원 대리 급에서 과장급인 매니저로 올라가는 관문은 이미 뽑은 사원 둘 중에 옥석을 고를 수 있는 기회라 회사는 회사대로 매니저에게 기대하는 바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승진 제도의 일반적인 프로세스 - 꽤 까다로운 심사를 거칩니다. 


매니저에게 기대하는 세 가지


승진 심사를 받기도 하고, 해보기도 하면서 제가 느낀 회사가 매니저에게 기대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먼저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타당한지 여부입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지 보고 그런 문제의식 아래 진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했는지가 궁금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처음 세운 계획은 얼마나 체계적이었고, 중간중간 어떤 지표를 가지고 관리했는지를 보면, 앞으로 업무를 주관해서 맡아도 될만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것은 제한된 시간 내에 주제를 얼마만큼 명확하게 전달하고 여러 질문에 능숙하게 대응하는가와 같은 발표 스킬입니다. 매니저가 되면 아무래도 그 이전보다는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에 더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간결하게 내용을 정리해서 핵심을 잘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만큼 그럴만한 자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거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대응하는 기술이 있는지는 Q&A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짧은 심사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녹아 있는 셈입니다. 



내가 가진 본질과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맞춰 보세요.   


결국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새로운 직급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듣고 있는 심사 위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한 일보다는 그래서 가져온 결과를 더 중점을 두어서 이야기하고, 기대되는 미래 효과도 내 부서뿐 아니라 회사 전체에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하면 좋습니다. 


매니지먼트 능력을 보여 주려면 현재까지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수립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한눈에 보이도록 시각화하면 좋습니다. 너무 처음 계획 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것처럼 이야기하기보다 중간중간에 발생한 여러 돌발 변수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서 담백하게 이야기하면 위기관리 능력도 어필하게 됩니다. 


질문에 대한 대응도 중요합니다. 일단 질문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어야 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잘 듣고, 답을 하면서 질문한 사람의 내용을 요약해서 이야기하면서 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질문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이해한 부분을 정리해서 말한 후에 정확히 궁금해하는 부분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답변은 결론을 먼저 명확히 이야기하고 근거를 뒤에 붙여 보충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합니다. 만약 명확한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솔직히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이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자기만의 의견을 조리 있게 이야기하거나, 승진하고 나면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보겠다며 미래의 계획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도 좋습니다. 


ㅎㅎ 적절한 승진 만한 보상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이 활동들과 가지고 있는 경험과 능력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한다는 걸 전달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러니 모든 준비에 앞서서 잠시 멈추고 자신과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한번 되돌아보세요. 그리고 나라는 사람과 회사가 운영되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곳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나만의 장점을 잘 드러내 보이려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승진이 되고 나면 당신도 이제 매니저, 사측이 되니까요. 승진 심사에서 회사에서 가장 확인하고 싶은 건 아마도 진짜 우리 식구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이고 이왕이면 그쪽 편에 설 거면 나도 내 본질과 맞는 모습으로 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서로 좋을 테니까요.


TIPs  for MZ

승진 심사는 옥석을 가리는 두 번째 면접이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계획하고 관리하는 과정 속에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 보여 주자.  

어쨌든 승진하면 이제는 사측이다. 나와 회사의 가치 중에 공통분모를 찾아보자. 


이전 22화 고과. 어차피 다 정해져 있는 거 아니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