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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22. 2024

10년 비전이라지만 그때까지 다닐지는 잘 몰라요.

내가 경영해도 그것보단 잘하겠다 - 5번째 이야기

SCENE #20


이번 달 월례 조회는 이전과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사람들도 가득 차 있고, 본사 사람들도 많이 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팀장님.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분위기 왜 이래요?"

"민지 씨, 사내 홍보팀에서 온 메일 못 봤나 보네. 오늘은 2030 비전 선포식이라고 안내 왔었잖아. 이번에 새로 사장님 부임하시면서 아마도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할 건가 봐. 아. 시작한다."


강당이 어두워지고 회사 홍보하는 영상이 쭉 펼쳐지더니, CEO가 나와서 인사하고는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 회사는 국가 경제 발전을 선도해 왔습니다만, 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업의 장을 열어서 친환경 기업으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 나갑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2030년까지….."


아, 한동안 미래 먹거리 아이디어 내라고 한참을 들볶더니 이거 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2030년 비전이라 말은 좋은데, 앞으로 7년 뒤면 저기 저 단상이 있는 사람들 중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아니 그보다 2030년에도 나는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니야?


작년 7월에 포스코가 선언한 비전입니다. 100년에서 영원히 지속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네요.


10년 뒤의 회사 목표라니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입사한 신입사원들 중에 16.5% 정도가 1년 이내에 퇴직하고 3년을 버티는 비율이 절반이라고 합니다. 어렵게 들어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맞지 않아서 새로운 직장을 찾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죠.



어디 신입들 뿐인가요?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는 the Great Regression, 大퇴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있습니다. 10~15년 연차 사람들이 가장 많았는데, 퇴사의 이유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지만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직장인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5년 뒤 10년 뒤의 회사 장기 비전에 공감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당장 현업이 바쁜데 먼 미래의 청사진들이 허황되거나 뜬 구름같이 느껴질 수 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나마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이런 비전을 정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야 지금 하는 일들도 길이 보입니다.


회사의 기본적인 목표는 이익 추구입니다.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려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겠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를 잘 파악해서 그 가치를 세상에 제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회사의 존재 가치를 묻는 겁니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바로 그 회사의 미션입니다.  


애플의 미션과 비전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잡스의 꿈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미션이 가치라면, 비전은 존재의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에 되었으면 하는 모습입니다.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말합니다. 10년 뒤에 사람들이 그 회사를 떠 올렸을 때 아 어떤 회사지 하고 떠올리는 거죠. 회사는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고, 직원들도 일하는 방식을 변화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세운 미션과 비전이라는 두 기둥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계획이 수립되게 됩니다. 여러분의 매일매일의 업무에 영향을 주는 KPI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승인 여부도 그러고 보면 비전과 다 연관이 있습니다. 가야 하는 당위성이 있으면 결국은 가게 되는 것이죠.



나만의 미션과 비전을 세우고 회사와의 코드를 맞춰 보세요.


하지만 여전히 일개 직원에게 회사의 장기 비전은 너무 거창하고 먼 미래입니다. 그러면 관점을 나에게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회사가 미션과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 했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번 해 봅시다. 나는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나요?(미션) 나의 존재 이유를 달성하기 위해서 5년 뒤 10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비전)


얼마전 한국에 방문한 메이저리그 MVP 오타니 선수는 스스로의 비전을 고등학교 때부터 세워서 꿈을 이룬 걸로 유명합니다. 일본 8개 구단에 드래프트 1순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그 걸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가치를 정하고 각 가치들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만다라트 계획표를 보면 그가 얼마나 투철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타니의 만다라트 계획표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성”이린 항목이 눈에 띄네요.


그러니 회사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면 그냥 흘리지 마시고, 나 자신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상상해 보세요. 5년 뒤에 나의 모습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수이고 그분이 본받을만하다면 롤 모델로 삼아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마땅한 롤 모델이 없다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고, 그 가치를 실현하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제일기획에서 부사장을 지내시고 퇴직 후 조금 다름 책방을 운영하시는 최인아 님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한가요? 기업도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변화해 가듯이, 개인이 가진 것도 세상이 원하는 수준이 되려면 제대로 충실히 보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의 미래 방향과 나의 개인적인 성장의 방향이 코드가 맞춰 보기 위해서라도 나만의 만다라트를 지금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TIPs for MZ

미래의 회사 모습을 상상해 보자. 어쨌든 내 트랙의 가능성 중 어딘가는 그 모습과 연결되어 있다.

나만의 미션과 비전을 세워 보자.

회사의 방향과 나의 방향의 코드를 맞춰보고 공통된부분에 집중해 보자.


저도 제 올해 만다라트를 살짝 공유해 봅니다. 제 책상 옆자리에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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