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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08. 2024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가 뭐야?

4장 내가 경영해도 이것보다 잘하겠다. - 04

SCENE #18  


평화로운 사무실. 휴가철을 앞두고 오후가 나른하다. 오전에 했던 회의 내용 정리하는 메일만 보내고 휴가 전까지 받기로 한 생산 물량 확인만 하면 되겠구나 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공장으로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왠 걸. 전화받은 공장 생산 담당 부장님은 무슨 소리 냐며 되려 호통을 치신다. 공장을 지금부터 24시간을 돌려도 요청받은 물량을 맞출 수는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아니, 부장님. 이제 와서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어떡해요?"

"이제 와서 라니, 내가 몇 번이나 그런 무리한 계획은 안된다고 기획팀에 여러 번 경고했었다고.."


들어 보니 반도체 수급 문제로 부품이 도착한 시간이 지연돼서 작업을 시작하는 시기 자체가 뒤로 밀린 모양이다.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인 건데 기획팀 계획이 무리라고 여러 번 경고를 했는데도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어떡해요?"

"민지 씨가 뭘 어떡해?" 일단 7월 말까지 80%는 맞출 수 있으니까 그런다고 보고해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계획만 세울 줄 알았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관심도 없다니까…" 


휴. 한바탕 폭풍이 불겠구먼… 사이에서 나만 무슨 고생이야. 하여튼 서로 이야기가 안 통하는 게 제일 문제야 근데 어쨌든 현장에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 아닌가?  



사무실과 현장 사이의 거리는 분명 존재합니다.   


드라마 미생에 보면 장그래의 동기 중에 한석율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현장에서 근무하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며 본인은 사무직에 입사했지만 현장에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입사 면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현장과 사무직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됩니다.  


사무실과 현장은 과연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예산은 최대한 아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짜기 마련이죠. 항상 이상적인 경우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중간에 다른 변수가 발생하면 서로의 탓을 하면서 삐걱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본부별로 목표가 서로 상충될 때도 문제가 생깁니다. 공장에서는 주로 에러 발생률을 줄이거나, 혹은 월간 생산 대수를 맞추거나 하는 등의 자체 목표를 가지고 운영이 됩니다. 이에 반해 현장은 일정 준수를 통한 매출과 원가 저감 같은 효율성 제고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차를 만들어 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품질 문제가 해결한 것을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더 진행할 수 없는 공장 측과 어떻게든 일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개발 기획팀 간에 설전이 오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감수해야겠죠.  


사일로가 높을수록 배가 산으로 갑니다.


회사 내에 사일로가 더 높아질수록, 또 각자 본인이 속한 조직의 KPI가 우선하게 될수록 이런 거리는 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장님 주변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무직에 비해 현장에서 현실의 디테일과 부딪히는 현장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조되기 어려운 구조인 건 분명합니다.  



간격을 좁히는 열쇠는 투명하게 소통하는 현업이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장그래 이야기처럼, 이로움을 추구한다는 회사의 기본 본질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진짜 이익은 사무실의 기획안이 아니라 현장에서 상품화되고 고객에게 선택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실현됩니다. 현장의 의견이 메아리처럼 멀게 느껴지더라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회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직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이 직접적인 부담이 되지는 않는 직급이 낮을 때일수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보세요. 일을 통해서 접촉한 분들이 있으면 안부도 묻고 메일도 좋지만 가끔 직접 전화를 걸어서 인사를 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부담되지 않는 부탁을 서로 주고받으면 관계는 더 좋아질 겁니다.  


현장의 의견이 왔을 때는 되도록 반영해서 상사에 보고하고 그 진행 과정에 대해서 가감 없이 피드백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요구 사항에 대해 우리 부서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왜 그런 입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소통해야 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이야기를 전하고 어떤 상황인지를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접하면 부담은 좀 덜 할 겁니다. 그쪽도 이익이 서로 상충하고 이야기를 듣고 전해 주는 담당자가 실제 결정한 권한은 없다는 걸 알 겁니다. 그렇게 해서 만약 요구가 반영이 되면 서로 좋고, 반영이 되지 않아도 현장에 계신 분들도 상황에 맞추어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부별로 상충되는 상황을 잘 연계시키고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지켜보면, 우리 회사는 결국 어떤 부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진짜 경쟁력이 되는지 배우는 것만으로도 여러분 스스로의 시야를 넓히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TIPs for MZ    

소외되기 쉬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현장의 요청은 상사에 보고하고 현장에도 피드백을 꼭 합시다. 

본부 간 상충되는 이익이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진짜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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