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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29. 2024

고과. 어차피 다 정해져 있는 거 아니야?

제5 장 - 저도 회사 오래 다니고 싶어요 - 첫 번째 이야기 

SCENE #21


어느새 찬바람이 불고 고과철이다. 작년엔 신입이라 멋모르고 그냥 넘어갔었는데... 경기가 나빠져서 회사 사정이 많이 나빠졌지만, 그래도 올해는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잘 마무리했으니까 그냥은 못 넘어가야지.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지 다짐을 하면서 고과 면담하러 회의실에 들어선다.   


"어, 민지 씨. 왔어. 들어와요. 여기 아아 한 잔 하고."

"(음, 웬 서비스?) 네, 팀장님."

"올 한 해 민지 씨 진짜 고생 많았어요. 내가 제일 잘 알지. 덕분에 우리 팀 실적도 잘 나와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네, 감사합니다. 다 팀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내가 뭘 할 게 있다고, 그런데 말이야. 민지 씨도 알잖아. 요즘 우리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한 거."

"(잉?) 네?... 네."

"우리 연초에 목표 설정 했을 때 회사 KPI 중에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3개 정해서 목표에 넣기로 했었잖아. 민지 씨 경우에는 품질 지수랑 판매량 그리고 원가 절감 이렇게 3개 잡았었네."

"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원가 저감은 민지 씨도 열심히 해 줘서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는데 판매량은 경기가 안 좋아서 아무래도 이번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인가 봐. 품질도 간당간당하고…"

"아니, 팀장님. 저희가 판매 부서도 아니고, 저 이번에 프로젝트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럼, 알지… 그래도 회사 룰이 그런 걸 어쩌겠어. 내가 고려해서 최대한 잘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볼 테니까.. 기다려 봐요."


뭐야… 경기가 안 좋아서 회사 KPI 달성 못한 건 지들이 잘 못 한 거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우리 팀 실적 달성했다고 좋아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입 닦겠다는 거잖아. 와 짜증 나네. 이럴 거면 그냥 KPI 달성하면 보너스 주고 말지 목표 설정하고 고과 면담을 도대체 왜 하는 거야?  


고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다 고민인 숙제입니다. - 동아일보 자료




팀장에게 가장 어려운 미션은 공정한 평가입니다.  


한 조직의 장이 되면, 보통 팀장 교육이라는 것을 받습니다. 그리고 내용의 절반은 보통 "평가"에 대해서입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죠. 일을 잘 하든 못 하든 정해진 월급을 받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고과"라는 시스템은 동기부여를 하고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운 미션이기도 합니다. 평가를 하는 팀장과 평가를 받는 팀원들이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다르니까요. 성과만 가지고 선임 과장과 신입 사원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 신입에게는 가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신입만 챙기다 보면 선임들이 소외되기도 합니다.  


C 뿌리는 팀장님. 다 챙겨 주고 싶지만 비율은 정해져 있고....


그러니, 개인에 따라서 실제 하는 업무를 그대로 반영하는 디테일한 목표를 잡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개인적인 미션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내 KPI 이외의 추가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회사 전체 목표를 개인 목표에 넣으라고 가이드합니다. 그러다 보면 일은 열심히 했는데 회사 사정이 안 좋으면 고과가 안 좋은 일들도 일어납니다. 이런저런 점들에 각 개인 성향까지… 정말 고과철만 되면 팀장도 팀원도 다들 머리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원칙을 세우고 자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가를 할 때마다 제가 팀장이 되었을 때 강사님이 하신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서로 '납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더 좋은 고과를 받고 싶은 팀원과 공정하게 주고 싶은 팀장 사이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납득하기 위해서 서로 지키면 좋은 다섯 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첫 째, 목표는 팀원의 일상적인 활동과 연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하루의 활동의 목표가 명확해지고 동기 부여가 생기겠죠. 회사 전체의 KPI라도 팀원의 활동과 연관 있는 항목이어야 팀장이 원하는 연대 책임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둘째, 목표 달성 여부는 꼭 정량화합니다. 프로젝트라면 언제까지 달성이라는 기한을 정고,  품질이면 불량률, 매출이나 수익률 등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애매한 문구는 실제 평가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셋째, 내가 적어도 이건 반드시 해 내겠다는 Commitment와 남다른 성과를 보이겠다는 Target을 구분합니다. 회사의 고과는 상대적인 것이라 대부분의 직장인은 다 자기가 맡은 일은 어느 정도 해 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보다 좋은 고과를 요구하려면 남다른 성과를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Commitment를 넘어서는 공격적인 (그렇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미리 합의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도전적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내가 달성하고 싶은 이미지를 그려 보세요. - HSG 그룹 이미지


넷째, 고과 면담은 평소에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이라는 것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상황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어서 업무가 변화가 있다면 제일 먼저 조정해야 하는 것이 목표의 수정입니다. 그러니, 어려워 말고 평가 결과가 아니라 목표의 조정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걸 상사도 더 바랄 겁니다.  


마지막으로, 고과 평가에 빈 손으로 가지 마세요. 고과 면담 자리는 평가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한 성과를 설득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했던 소통을 베이스로 목표 대비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달성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들을 확보하고 이를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내가 들인 노력보다 나로 인해 얻은 성과에 더 집중합니다. 어쨌든 고과 평가는 성과를 통해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FAST 평가법 - 팀장 교육의 단골 메뉴예요.


여러분이 고민하는 것보다 여러분의 팀장들은 훨씬 더 복잡한 고민을 할 겁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그래서 뒷 말이 없는) 균형 잡힌 고과 배분은 그들에게도 큰 숙제입니다. 그러니, 싸워서 쟁취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사가 힘든 상황을 도와준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좀 더 쉽게 내가 한 일을 알아보고 잘 기록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아마 그들도 여러분의 호의를 금세 알아볼 겁니다. 결국 그들도 똑같이 개인 목표에 매달리는 직장인이니까요.


TIPs  for MZ

목표는 나의 주 업무와 연관되게 정하고 Target과 Commitment를 명확히 하자.

평가는 일상에서. 상황이 변할 때마다 목표를 재조정하고 합의하자.

고과 면담에서는 내가 한 노력보다 내가 이룬 성과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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