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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pr 12. 2024

이직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까?

5-03 나도 회사에 오래 다니고 싶어요. 

SCENE #23 


새 브랜드 론칭 이벤트가 열렸다. 오래간만에 사무실을 벗어나니까 리프레시도 되고 좋은데? 전사에서 관련한 사람들 초대한 큰 행사라서 그런지 행사장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평소에 전화로만 연락하던 공장 분들도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도 드리고 본사로 갔던 동기도 오래간만에 만났다. 그러다가 저 멀리 얼핏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김 수석님, 저분 어디서 많이 봤는데, 저기 연 담당님 옆에 계신 여자분 낯이 익지 않아요?"

"어, 민지 씨 몰랐구나. 저분 기획 팀에 있다가 한 3년 전인가 퇴사하셨던 양 팀장님이시잖아. 이번에 마케팅 쪽에서 결원이 생겨서 다시 회사로 돌아오셨다던데."

"아. 맞아요. 저희 기획안 평가 때 오셔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되게 감사했었는데, 그때 그만두신다고 해서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나요."

"그랬지. 그때 기획팀 위에 상무가 좀 그랬잖아. 한참 부딪히다가 다른 회사에서 오퍼 받고 옮기시더니 이번에 다시 돌아오셨네. 일은 깔끔하게 잘하시는 분이니까 괜찮을 거야."


저분 그래도 우리 회사 여자 팀장님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다시 뵈니까 반갑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니까 나갔을 텐데 새로운 곳에 가서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나 봐. 근데 나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는 거였구나. 이직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닌가 봐?



떠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떠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코로나로 온 세상이 봉쇄되던 시점에 많은 회사들이 경영난으로 구조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에서만 퇴직자가 451만 명까지 치솟은 이름바 대(大) 퇴사의 시대였죠. 이후에 상황이 나아졌어도 한번 퇴사하고 이직하는 흐름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 한 장 품고 지낸다고 하지만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적당한 시점에 퇴직하고 이직하는 것이 커리어 관리에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떠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유도 다양합니다. 연봉을 더 주는 회사로 옮기는 건 기본입니다. 업무가 재미가 없고,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너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특히 상사 때문에 힘든 경우도 많죠. 앞으로 계속 다니기에는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비전이 부족해 보여서 더 안정적이고 더 큰 회사로 옮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퇴사 시기도 점점 빨라졌습니다. 특히 요즘 신입 사원들의 이직률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미국 노동 토계국의 보고에 따르면 1946~1965년생의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한 직장에서 재직하는 기간 중앙값이 약 10년인 반면, MZ세대는 2.8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입사한 지 1년 안에 떠나는 비율이 30%를 넘겼습니다. 신입사원 네 명을 뽑아놓으면 이중 한 명은 1년 안에 그만둔다는 의미입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이직 결정이 가볍고 경쾌해졌습니다.



원하는 것보다 힘이 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정이 경쾌해졌다고 이직 자체의 무게가 가벼워진 건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입니다. 더 좋은 오퍼를 받아서 영전해서 가는 경우도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대우를 해 주는 만큼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이직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잘하려면 나를 중심으로 지금의 회사와 앞으로 갈 회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잘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원하는 걸 쫓아서 결정을 합니다. 이동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지금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겠죠. 그렇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원하는 가 보다"보다 "힘들어도 어떤 점이 있으면 내가 버텼던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봉은 낮아도 워라밸은 좋았을 수 도 있고, 상사는 별로였는데 동료들끼리 그래도 서로 지지해 주면서 버텼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이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가 그동안 어떤 점에 기대서 버텼고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직장은 본질적으로 내가 원하는 이상을 실현해 주는 곳이 아니니까요.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그 사람의 자발적인 의사로 내 호주머니로 옮겨지는 행위입니다.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고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바에 맞추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서든 내가 원하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마주쳐야 할 겁니다.  


그러니, 이직을 하기 전에 꼭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진짜 힘들 때 무엇으로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었는지" 말이죠. 그 답이 높은 연봉일 수도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야 되는 걸 수도 있고 퇴근 후에 누리는 여유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내가 원하는 이상과 회사의 방향성은 맞추되, 실질적인 선택은 내가 힘들 때 나를 지탱해 줄 만한 무언가가 확실히 확보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들을 버틸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들을 버텨야 내가 일들이 안에 쌓여서 남들과는 다른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하면 지금 있는 문제들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그래서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힘든 지금에 집중해 보세요. 그러면 무엇은 지키고, 무엇은 버려야 하는지 보일 겁니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결정하면 실패 확률을 조금은 줄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건 어쨌든 살아가고 해내고 버티는 사람은 여전히 '나'이니까요. 


TIPs for MZ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일단 지금 상황을 잘 살펴보자.

내가 원하는 부분보다 힘들어도 내가 버틸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버티면서 쌓은 시간이 진짜 내가 된다. 내가 원하는 이상은 조금 더 긴 비전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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