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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창욱 May 07. 2018

담벼락연재 : 뽀뇨아빠의텃밭일기6

어린이날 선물

어린이날에는 서귀포지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우리 가족은 지난해에 이어 서귀포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어린이날잔치에 참여했다. 이 행사가 특별한 것은 농민회에서 토종씨앗과 벼를 나눠준다는 것이다. 8월 15일날에는 각자에게 나눠준 벼를 집에서 키워와서 평가를 받는 시상식도 열린다. 참고로 이 시상식에는 벼를 키우는 일지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오전에 행사가 열리는 감귤박물관을 잠시 들러 가지,고추,벼 모종과 10여가지 토종씨앗을 얻었다. 행사장에선 토종옥수수로 튀긴 팝콘도 나눠줬다.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기에 나는 서둘러 뽀뇨와 텃밭으로 향했다. 모종을 심어야 하니까.


"아빠, 텃밭도 가고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되?"


둘다 하고 싶다는 뽀뇨에게 순서를 정해주었다.


"응, 텃밭 가서 모종부터 심고 그 다음에 자전거를 함께 타자"


서둘러 텃밭에 갔는데 바로 옆 밭에 양파수확이 한창이었다. 요즘 상인들이 인력회사를 활용하여 할머니 인부를 빌려 양파를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시가 바쁜 철에 아이와 함께 텃밭에서 모종 몇개 심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열심히 두둑을 정비하고 모종을 심었다.


뽀뇨에게는 돌과 잔가지들을 한데 모으게 했는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수분을 잔뜩 머금은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뽀뇨야, 오늘 모종 심은 곳에 지지대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급하게 오느라 사질 못했네. 대신 큰방가지똥 가지를 잘라서 지지대를 만들고 양파망을 잘라서 묶어주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일손이 없으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라고 했다. 모종 심은 곳에 지지대를 꼽고 양파망으로 묶어주니 아이들 소꼽장난 같았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넘어가지는 않겠지. 둘이서 이래저래 텃밭에서 일한 시간이 3시간을 넘어 저녁 6시가 다 되어갔다.


"아빠, 오늘 우리 자전거 탈 수 있을까?"


그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약속은 지켜야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한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다. 넘어지고 또 일어서는 모습이 내 어릴적 자전거를 타던 모습을 닮기도 했고 내가 텃밭에서 식물들을 죽이고 또 심는 모습을 닮기도 했다.

돌과 가지를 한곳에 모으고 기뻐하는 뽀뇨
역시 제주는 돌밭이다.
고추모종에 큰방가지똥 지지대를 세우고 양파망으로 급하게 묶었다.
애플민트를 다시 심었다. 꼭 살아남아 다오.

우리 잘 할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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