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II 한없이 좋고 마냥 즐거운 오픈워터(OpenWater) 시절
"Don't you know that there's a creature the size of an elephant in the water? Have you ever seen anything like that before?"
다이빙계만큼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는 겸손과 겸양의 미덕을 강조하는 격언과 함께 '빈 수레가 요란하다'란 동양적인 경구가 자주 인용되고 회자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의 초등학생 레벨인 오픈워터들은 물속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약간은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 거의 성인 어른 기준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과장을 넘어 '신화와 전설'수준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고 확인할 방법이 없는 군대의 경험담처럼 없는 얘기를 만들어서 전달하기도 한다. 소리는 육지보다 4배 빠르고 사물은 33% 더 크게 보이는 수중 생물, 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아주 교묘히 잘 활용하기 때문에 나름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너무 다름이 감동과 '과장'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수중생물을 봤다는 놀라움부터 물속에서 양팔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상 자세로 1mm도 미동을 하지 않고 10여분을 버텼다는 스킬 자랑까지 허풍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 많다. 물론 이 같은 과장과 허풍적인 표현들은 대부분 처음 물속 세계를 접하는 오픈워터 다이버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당혹감과 놀라움, 그리고 신비감들에서 출발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얘기를 이어가다 보면, 특히 비다이버들에겐 자신도 모르게 스토리가 앞뒤 전후로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다만 몇 번 되풀이하다 보면 '과장과 허풍'이 어느새 '사실'이 되어버리고 나중에 물속 다빙 스킬 수준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버디로서 치명적인 신뢰감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도 오픈워터들만큼 말도 많고 에피소드(episodes)가 난무하는 레벨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즐겁고 행복하다는 마음의 반증인지도 모른다. 사실 오픈워터는 물속에서 자기 한 몸 가누기도 쉽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물속 풍경과 주변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에 남겨둘 여유조차 없다. 따라서 입수 전과 출수 후 힘듦과 어려움에 대한 경험담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을만한 사항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워터는 참 얘기할 것이 많다. 그 이야기의 경험치와 수준은 스쿠버다이빙을 취미생활로 하는 아마추어로서는 최고의 레벨인 다이브 마스터(DiveMaster)급에 가깝다. 뭐든 다 대단하고 신비로움의 연속이다.
"너 이따만한 물고기 봤어?"
"정말 인어는 있어! 내가 비슷한 걸 본 것 같아", "호흡 한 번으로 물속으로 들어가고 물밖로 나오는 것 정말 쉽지 않아", "전기뱀장어는 들어봤겠지! 전기 조개란 것도 있거든 잘 모르지", "만타라고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바다 초식동물인데! 무리가 나타나면 물속 안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가려져서 어둠 컴컴해질 정도로 엄청 크거든.. 새끼 크기가 족히 어미 코끼리 서너 배를 될 거야", "십자가상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상 알지? 그런 모습으로 물표현 50cm 이내에서 중성부력 맞추고 10분을 견딜 수 있는 오픈워터 많지 않아! 내가 그걸 하거든"
사례를 들자면 참 많다. 너무나 엄청나서 말이 안 나올 정도이다. 한마디 한마디에 서로 까르르 웃고 말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눈 초롱초롱하게 밤을 하얗게 새우던 오픈워터 시절 투어가 마냥 그립다. 그 속엔 나도 모르게 다가왔다 조용히 느끼게만 해 주고 사라진 행복이 있었는지 모른다. 많이 기다려진다. 그런 나날의 감정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