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 영어 1도 안 통하는 대륙,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마추픽추 레일·살타 구름열차부터 모레노 빙하·피츠 로이 산 트레킹까지

by 관계학 서설 II

“¿A qué hora quiere salir?”(몇 시에 떠나시겠습니까?)

중남미 여행은 누구나 그렇듯 그리 쉽지 않다. 거리도 멀고 동남아시아 못지않게 치안 역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불어만 사용한다는 프랑스나 캐나다 퀘벡주, 지구상 인구 1/5이 사용한다는 중국어보다 더? 언어 독점이 심한 곳이 스페인, 포르투갈 언어권인 중남미 대륙이다. 관광지는 물론이고 입출국, 세관 통과 시에도 절대? 영어로 질문하지 않는다. 알아듣든 말든 서반어로 물어보고 답을 요구한다. 못 알아들으면 본인만 손해다. 시간이 무한정 흘러갈 뿐이다. 어떤 경우에는 옆으로 밀쳐놓고 뒷사람을 오라고 손짓한다.


영어는 당연히 국제 통용 매개언어이지만 중남미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영어에 덧붙여 중국어, 일어, 불어, 러시아어 등 4개 외국어는 생존 언어정도로 억지로 군데군데 끼워 넣고, 현지 사용언어에 따라 손짓 발짓-바디 랭귀지까지 더하여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 왔던 나이다. 남미는 대략 난감인 동네이다.


도시 간 여행을 위한 티켓을 구매하려던 중 버스 정류장에서 의사소통 장애에 부딪혔다. 매표소의 직원은 시종일관 스페인어만 구사했지만 나는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카운터에 다가가자 직원이 “¿A dónde va?”(어디 가시나요?)라고 물었지만 알아듣지 못하고 목적지를 전하기 위해 애쓰다 결국은 도시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직원은 힐끗 보더니 귀찮다는 듯이 “¿A qué hora quiere salir?”(몇 시에 떠나시겠습니까?)라는 추가 질문을 했고 이는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옆에 있던 여행객이 영어로 질문을 통역해 줘서 겨우 시계를 가리키며 몸짓을 사용하여 원하는 출발 시간을 나타냈다.


"¿Cuánto cuesta esto? ¿Dónde pago?"(얼마예요?)(어디에서 지불하나요?)

시장에서 장을 볼 때도, 약국을 방문을 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물며 공항에서 항공사 초과 수하물 요금을 납부하면서 언어 소통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다시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이다. 항상 줄을 설 때나 좌석에 앉을 때, 주변에 영어와 서반어 둘 다 모두 말할 수 있는 여행객을 두리번두리번 찾는 것이 하나의 의례가 되어버렸다. 천만다행으로 다급하고 긴박한 경우마다 '천사'같은 이중 언어 능통자를 만날 수 있었던 행운도 따랐다.


이번이 5번째 남미 여행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언어 걱정은 이전만큼 그리 큰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최후 보루로 안되면 구글 번역기나 ‘글로컬 미’ 언어 통역기를 활용한다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미국 핸폰 플랜으로는 데이타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한 중남미 대륙에서 글로컬 미(아래 사진 좌측) 위성 데이타 서비스를 활용한 구글 번역기(아래 사진 우측)가 언어 장벽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하튼 이번만큼은 매번 중남미 여행 때마다 다음에는 스페인어를 생존 수준정도로는 배워서 다시 오자는 나와의 약속을 '꼭' 지켜보려고 단단히 결심해 본다.

오히려 조금 아는 것보다 아예 모르니 마음이 편하다.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할 때, 식사 주문하고 값을 치를 때, 비행기 탑승할 때, 약국에서 약 살 때 그리고 티켓 취소&환불할 때 등 몇 차례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미쿡, 캐나다에서 영어 사용할 때보다 마음은 훨씬 더 편했다. 왜일까? 아마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마음을 비우면 언어불통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싶다! 90년대 초, 중국, 리비아, 미얀마, 베트남,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헝가리 등 당시 입출국이 쉽지 않았던 나라를 내 집처럼 들락거렸던 경험도 어느 정도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는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쉽다.


도저히 안되면 브롬톤 타고 구글맵으로 근처 호텔로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도 작용했다고 믿는다.


2022년 10월 25일(화),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

*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 > El Calafate&El Chaltén_Bus-Sur > Puerto Natales, Chile_Bus-Sur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은 안데스 산맥이 지배하는 인상적인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안데스 산맥은 대륙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약 7,000킬로미터(4,350마일)에 걸쳐 뻗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대륙 산맥이다. 안데스 산맥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 국가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열대 우림부터 알티플라노와 같은 고지대 고원, 칠레의 아타카마와 같은 건조한 사막까지 다양한 생태계의 본고장이다. 대륙의 최남단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공유하는 광대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인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험준한 산, 넓게 펼쳐진 빙하, 바람이 부는 대초원 등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 안데스 산맥은 북부 지역보다 낮지만 피츠로이 산과 토레스 델 파이네 같은 상징적인 봉우리가 있다. 이 지역은 또한 극지방 밖에서 가장 큰 얼음덩어리 중 하나인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Southern Patagonian Ice Field)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뱀발 2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3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keyword
이전 01화#1 남미 안데스 산맥 위를 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