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 공동분담, 결국 '내'가 낸다는 거다!

CH III 공동주택의 ‘삼권분립’을 해치는 7가지 '아파트' 문화

by 관계학 서설 II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라 한다)는 입주민 중에서 선출된 동대표로 구성된다.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동대표 중에서 회장, 감사, 이사 등 임원을 직,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공동체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회의이자 상설 대표기구이다. 회의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간 예산, 시설 유지 관리, 보안 및 커뮤니티 규칙 제정 등과 같은 이슈들을 다룬다. 동대표는 관리주체와 입주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여 투명한 의사소통과 공정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책임진다. 목표는 모든 주민의 복지를 증진하는 동시에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과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

공동주택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공통 문화는 대부분 '공동, 공유'란 아파트 단지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성격에서 출발한다. 적게는 수십 세대에서 많게는 수천 가구가 한 공간에 함께 거주한다는 시공간적인 변할 수 없는 고정 사실이 공통문화들을 결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나타나는 첫 번째 공통문화가 이미 살펴본 공동책임이다. 연이어 공동책임의 70%~80%는 '누가 얼마나 언제 비용을 부담하느냐'라는 비용분담 문제로 바로 연결된다. '누가'는 비용의 부담의 주체가 세대 또는 전체인지를 정하는 문제이고 '얼마나'는 분담 비율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고, 언제는 해당연도인지 아니면 3년 이내인지를 입대의가 의결 정족 구성원의 과반수로 의결하여 승인하는 시기에 달려있다.


누가? 아파트 단지의 모든 비용을 '분담'하는가!

비용분담의 가장 대표적인 사안은 '관리비'이다. 관리비는 크게 3가지 정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최근 들어 전체 금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 및 난방 등 에너지 비용이 관리비중 가장 큰 우선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그다음이 경비비 항목이고 주차장 등 공용시설 및 공간 유지. 관리비 등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한다. 관리비 분담의 기본 원칙은 평당 단가를 정한 후, 이를 입주민 거주 세대 평형에 곱하여 세대별 최종 분담금액을 정한다. 언듯 보면 별문제가 없을 듯해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골치 아픈 '민원들'이 존재한다. 세대별 사용용량을 측정하는 기기와 관리 시스템에 고의적인 실수나 허점이라도 발생하면 '공평한 분담'원칙은 즉시 무너지기 때문이다. 매월 전기와 난방량을 측정하는 기기가 고장이 나거나 오작동으로 비용 분담액이 전월보다 몇 배나 과하게 부과될 수도 있고 아예 '0원'일 수도 있다.


에너지 비용의 공동분담에 있어서 최악의 불공평 사례가 있다면 수천 세대중, 특정한 서너 세대에 고의적으로 전기&난방 에너지 비용을 '기기 고장'이란 이유로 부과하지 않고 그냥 소요 총금액을 나머지 수천 세대로 분담한다면 추가되는 세대별 분담비용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주민이 파악해 내기란 한마디로 그리 쉽지 않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인터넷상에 비슷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또한 공동공간과 시설 유지, 관리비는 공동으로 분담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기준에도 '비용이 새는 구멍'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세대 내에서 각 공간마다 있는 난방 조절스위치를 끄면, 난방비는 부과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중앙난방(지역난방) 방식인 경우에는 우선 단지 전체 중앙난방 공급장치를 차단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동공간에 공급되는 전기, 난방비는 '공동분담' 방식에 의해 세대별로 자동으로 부과된다. 더구나 세대별 난방 관리장치도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이를 차단하지 않으면 난방비가 부과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일례로 우리 단지의 중앙난방장치는 매년 6월 1일 전면 오프(off)하고 11월 중순에 다시 온(on)한다. 공동공간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실내 운동시설, 관리사무소, 노인정, 어린이집 등이다. 매년 5월 말까지 공동공간에 난방이 공급된다는 말이고 '24년 5월 한 달간 난방 전체 소요비용은 ㅇ억 원에 약간 못 미쳤다. 공동분담금은 '아무도' 관심 없어 '누구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세대'인 '내'가 나도 모르게 추가 부담하고 있다는 분명한 한 사례일 뿐이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공동분담금만큼은 항목별로 부과 기준과 산출내역까지 매년, 매월 입주민 개개인에게 낱낱이 설명되고 알려져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공동분담금의 입주민 사각지대는 매월 부과되는 관리비에만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매월 관리비 명세서를 보면 '장기수선충당금(이하 '장충금'이라 한다)'이란 항목이 있다. 장충금은 3년 단위로 사전에 계획된 일정에 따라 공동주택의 연한에 따른 시설 보수, 유지 관리비용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개폐문 및 CCTV 설치, 단지전체 외벽 칠하기, 외벽 크랙과 지붕 등 누수공사, 소방 안전 점검 보완공사, 단지 입출구 차단기 설치,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 등이다. 단지 내 가로등 LED등으로 전면 교체와 같이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공사와 용역들이다. 입주민 모두는 매월 장충금 분담금을 내고 있으며 잡수익 총액의 일정 비율도 매월 장충금 계정으로 배정된다. 건립연도가 오래된 단지일수록 장충금 누적금액이 웬만한 해당 구청의 규모보다 더 큰 경우도 있다.


'공동'분담은 어떻게 해야 공평해지는가?

그렇다면 입주민은 분담한 만큼 장충금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 공동분담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라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선 사용자와 소유자인지에 따라 달라지고 공사와 용역의 적용 범위에 따라 그 혜택의 폭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분담기준은 공평하고 형평에 맞을지 모르지만 혜택의 양과 질은 오히려 차별적일 수 있다는 역설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경비비를 평형 단가로 분담하지 않고 이미 오래전 사라진 동별 세대수를 기준으로 분담한다면 분명 기준은 '공평'할지 몰라도 금액은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몇몇 동호회의 회원들이 실내외 공동 운동시설을 사용한다면, 이 경우 또한 공동분담의 혜택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전기, 난방 등 에너지 비용과 공간 사용료를 매월 자체 부담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의 부과 기준이 공동분담만큼 올바른가?'는 참 풀기 힘든 숙제로 남는 경우가 많다.


입대의와 선관위 운영비도 '공동분담'의 적용대상이다. 매월 세대에 부과되는 분담 금액은 정말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항목만큼 입주민의 구설수에 자주 오르는 비용내역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열린 정기회의 중 사용한 생수와 저녁값이 도마에 올랐다. 입대의 운영비 사용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때, 늘 시작하는 표현이 정해져 있다. "금액의 과다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날 그 금액을 사용했어야만 했느냐?"라는 당위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갖는다는 것이 질문의 요지이다. 글쎄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가? 매월 세대별로 공동분담하는 관리비 총액은 많을 때는 백만 원 단위인데 일만 원 미만의 입대의 운영비가 전체 입주민의 주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동대표 역할도 '공동분담'하여 '매월, 매년 동라인 별로 순차적으로 동전체 입주민 모두가 골고루 한 번씩 맡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하게 된다. 공동책임, 공동분담의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얼마 전, '규칙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로레인 대스턴)"라는 제목의 책 속에 "규칙은 항상 만들어지고 그 규칙을 피하는 예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생각된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발전의 역사 속에서 '예외'는 부정적, 긍정적 두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예외를 '누가'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믿는다. 공동주택에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이미 고착화된 많은 공동분담의 규칙들에 '예외'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입주민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보다 많은 입주민의 시각과 의견들이 체계적으로 소통되고 시스템적으로 정리되어야만 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예외'의 의지를 지닌 동대표들이 골라지고 추천되어 선출되어야 한다. 그들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동책임과 분담의 기준을 의결하고 이는 관리주체를 통해 실행되어야만 한다. 물론 여전히 입주민들은 '여론'으로 입대의, 선관위 그리고 관리주체를 입체적으로 감시하고 감독해야 하는 역할을 놓치면 안 된다.


입주민의 관심, 소통 그리고 의지만이 결국 건전하고 생산적인 공동주택 문화를 만들어가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공동책임과 공동분담이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난제를 최단시간 내에 쉽고 빠르게 풀어낼 수 있는'실마리'는 공동주택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지난한 작업의 연속일 뿐이다. '서두르지만 않으면 반은 해결된 것이다'라는 사실만 꼭 기억하도록 하자!

--

5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주체(위수탁 관리업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입주민의 역할을 국가의 삼권분립으로(정부의 행정권, 국회의 입법권, 법원의 사법권) 비유할 수 있다. 관리업체(행정)는 유지보수, 서비스 관리, 입대의 의결 사항의 집행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입주자대표회의(입법)는 아파트단지의 예산, 정책, 규약&규정 제정. 변경 등을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사법유사)는 순수한 사법부는 아니지만 동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적법성을 보장한다. 또한 선거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한다. 입주민(균형과 감독)은 유권자의 역할을 하며 동대표를 선출하는 동시에 주민 의견 청취투표를 통해 관리업체 변경 등 주요 사안 결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한 국가의 제4권인 '보이지 않는 언론'으로 삼권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담당한다.


keyword
이전 16화#1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