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레일·살타 구름열차부터 모레노 빙하·피츠 로이 산 트레킹까지
'칼 수르' 버스 타고 피츠 로이 산으로
숙소인 엘 칼라파테에서 피츠 로이 산이 있는 엘 찬텐까지는 버스로 왕복 6시간이 소요된다. 아침 일찍 서둘러 저녁 늦게 돌아오는 한나절 빠듯한 일정이다. 남미에서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가기는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우선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짐칸에 싣는데 취급 부주의로 파손이 염려되는 수준이다. 더구나 오늘 하루종일 동선이 피츠 로이 산* 정상까지 오르는 반나절 트레킹과 시내에서 자갈길을 따라 3 km 떨어져 있는 '초릴로 델 살토(작은 물줄기 폭포)'를 방문하는 하이킹 코스라 도로용인 '브롬톤'을 선 듯 챙기지 못하게 한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쾌걸 조로'를 숙소에 두고 가기로 최종 결정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 코스처럼 이 망설임을 많이 후회할까 봐 출발 전부터 이미 두렵다!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순간 판단으로 최종 확인되어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휘파람을 불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몸과 마음 모두 지치고 힘든 하루였다.
자료상으로 엘 찰텐 시내에서 피츠 로이 산을 오르는 입구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내용을 사전에 확인했다. 그렇지만 산을 오르는 트레킹 무리들이 많이 있을 테니 따라가기만 하면 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이 처음 출발부터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몇 차례를 주변을 빙빙 맴돌다가 겨우겨우, 간신히 덤불숲 옆으로 조그맣게 산길을 나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곳이 입구란다. 이미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피츠 로이 산을 방문하는 여행객 대부분이 며칠을 숙박을 하면서 트랙킹을 즐기는 것이 상식적인 일정이고 하루 코스로 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물론 산을 오르는 도중, 미국에서 유학한다는 중국 청년이 방학을 이용해서 왔다고 자신도 하루 만에 완등해야 한다고 서둘러 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기는 했다. 상황을 서로 아는 처지라서 그런지 쉽게 말이 통하고 피츠 로이 전망대까지는 같이 올라 서로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격려도 주고받았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저절로 시, 시조 한수가!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 그리고 피츠 로이 호숫가에 앉아서 잠시나마 한가롭게 점심 한 끼를 먹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굳이 정의하면 '자기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결론은 '현재에 만족하고 과거 되돌아보지 말고 미래는 보이는 대로!'였다. 360도 온몸을 감싸 안은 파타고니아 자연풍광이 '이성'과 '감성'의 경계선 상을 교묘하게 넘나들면서 생각은 조화를 이루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생각이 그대로 말이 되고 글이 되는 순간이다. "을씨년스럽고 세찬 바람은 왠지 처량하다. 높은 산 위 구름은 오히려 낮고 천천히 흐른다.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산골짜기 협곡 아래서는 휘몰아치듯 강이 흐른다. 깎아진 산자락에는 노랗고 푸르스름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드넓게 가득 피어있다. 어느새, 비와 눈이 내리고 그들 모두 함께 합쳐져 산꼭대기에 바다 같은 호수를 이룬다."
피츠 로이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초릴로 델 살토 폭포로 방향을 바꾸어 거의 뛰다시피 속보로 걸었다. 온통 자갈길이라 걷기가 너무너무 힘들었다. 브롬톤을 가져왔다면 더욱더 고난의 행군이 되었을 것이다. 왕복 20리 길이 이렇게 먼 거리였던가? 한마디로 끔찍하다. 피츠 로이 산 트레킹으로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아 정말 중간에 돌아오는 여행객에게 몇 번을 물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 "금방이다. 바로 저기다!" 몇 번을 속았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도로 입구에서 폭포까지 거리만 해도 족히 1 km로는 넘어 보인다. 옆을 지나쳐가는 승용차 현지 관광객들이 그리 부러울 수가 없었다. 폭포를 보는 순간, 모든 후회와 번민이 말끔히 씻게 내려감을 느낀다. 물론 이과수(Iguazu Falls) 폭포처럼 '거대한 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물줄기는 아니지 않나?
돌아오는 버스 2층 앞 창문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출발 시간 두서너 시간 전부터 선착순 줄을 섰다. 그러다 보니 터미널 인근에 있는 콘도르 산을 오르지 못하고 카메라 줌으로 확인만 한 것이 오늘 일정의 조그만 아쉬움으로 남는다.
2022년 11월 2일(수), 피츠 로이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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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은 안데스 산맥이 지배하는 인상적인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안데스 산맥은 대륙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약 7,000킬로미터(4,350마일)에 걸쳐 뻗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대륙 산맥이다. 안데스 산맥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 국가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열대 우림부터 알티플라노와 같은 고지대 고원, 칠레의 아타카마와 같은 건조한 사막까지 다양한 생태계의 본고장이다. 대륙의 최남단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공유하는 광대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인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험준한 산, 넓게 펼쳐진 빙하, 바람이 부는 대초원 등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 안데스 산맥은 북부 지역보다 낮지만 피츠로이 산과 토레스 델 파이네 같은 상징적인 봉우리가 있다. 이 지역은 또한 극지방 밖에서 가장 큰 얼음덩어리 중 하나인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Southern Patagonian Ice Field)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이름의 유래는 1520년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그의 탐험 중 현재의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 지역을 발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젤란은 이 지역에 거주하던 원주민(당시에는 테우엘체족으로 추정)을 보고 “Patagone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이는 스페인어 “Patagón”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큰 발” 또는 “큰 발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엘 칼라파테는 파타고니아 지역에 자생하는 가시가 있는 관목 '칼라파테'에서 유래했으며, 이 열매를 먹으면 다시 파타고니아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엘 찰텐은 토착 언어인 테우엘체어에서 '연기를 내뿜는 산'을 의미하며, 피츠로이 산 정상에 구름이 자주 걸려있는 모습에서 유래한다.
*뱀발 2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3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