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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파타고니아의 밤! 그리고 '맛'과 '멋'

마추픽추 레일·살타 구름열차부터 모레노 빙하·피츠 로이 산 트레킹까지

by 관계학 서설 II

브롬톤만이 줄 수 있는 늦은 밤 현지 맛집 탐방

여행을 하다 보면 날자 가는 줄 모른다. 특히 평일과 주말 구분이 없다. 늘 평일이고 항상 주말이다. 아마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몸과 마음이 바빠서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아르헨티나(이하 아르헨) 엘 칼라파테*와 엘 찰텐* 시티 라이딩(미주대륙 열네 번째)은 공교롭게 토, 일요일을 포함해서 월요일까지 2박 3일 동안 이루어졌다. 남미는 토요일 아니 일요일은 특히 몇몇 관광지를 제외하곤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따라서 사전에 다른 것은 몰라도 식사에 대한 '복안'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방문 도시에 도착을 하면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먹거리 쇼핑 가는 것이 시티 라이딩의 시작이다. 페루 쿠스코에서도 그랬고 아르헨 부에노스아이레스, 살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방문지로 향하는 교통수단 안에서 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늦은 밤이라도 미리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mom&pop shops(stores)'을 찾아 이동거리와 소요 시간에 대한 일정을 잡아두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던 이 일이 남미에서는 고민거리 No. 1이 되곤 한다.


다행히 부에노에서 만난 '운과 행운'이 엘 칼라파테까지 이어졌는지 해가 기우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양고기'를 잘한다는 다운타운 레스토랑 한 곳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 거리상 왕복 10km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약간 걱정을 했던 이유는 돌아올 때, 캄캄한 오밤중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에서도 밤에는 '안전' 이슈로 라이딩을 삼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치안이 더 안 좋은 지역이지만 야간 라이딩을 시도해야만 했다. 아르헨 양고기와 레드 와인이 눈앞에 자꾸 어른거리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다녀왔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23:00 언저리였다.


봐야 하는 관광보다 '보이는 대로' 즐기는 여행을!

매번 올 때마다 확실히 느끼곤 하지만 남미는 밤문화의 나라가 맞다. 역병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시간까지 노래 부르고 춤추고 그리고 함께 앉아서 대화를 아주 즐겁게 나눈다.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한 남미 여행은 어떤 이유에서든 보이는 대로 보는 여행이기보다는 '봐야 되는 것만 보는' 관광일 수밖에 없다. 엘 칼라파테 저녁 라이딩의 백미는 아르헨 축구팀의 월드컵 진출 때문인지 북 치고 경적 울리며 시내 곳곳을 교통마비 시키는 젊은 무리들의 함성을 조용히? 졸졸 쫒았던 그 순간이었고, 짧았지만 마음속에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함께 엘 찰텐 피츠로이 전망대와 그 옆 Corrillo 폭포 왕복 20km 하이킹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브롬톤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과 추억'이었다.

엘 찬텐 코릴로 폭포(상단 우측), 콘도르 산(하단 좌측), 피츠로이 산정상 호수(하단 좌측)

둘째 날 엘 찰텐에서 엘 칼라파테로 돌아오는 버스 탑승 대기시간을 2시간이나 여유 두고 일정을 짰다. 바깥 풍광을 이미지로 담기 가장 좋은 자리인 2층 맨 앞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현지 좌석 확보 관행에 바로 적응한 잔머리 결과였다. 결국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산꼭대기 콘도르 전망대를 눈앞에 두고 돌아와야 했던 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중 이야기이긴 하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 오가는 길에 멋진 콘도르 떼의 비행을 바로 눈앞에서 보지 않았다면 아마 돌아서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더 컸을지도 모른다. 세상만사 +- 0! '잃을 때 얻음이 시작되고 얻는 순간 잃음이 준비된다.'는 늘 하는 자기 합리화식 독백이 또 한 번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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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칼라파테 석양(좌측), 아르헨 와인과 '스시(초밥)'. 엘 찬텐 피츠로이 산 가는 길 만난 프랑스 부부(우측)


엘 칼라파테 마지막 날, 돌아가신 일본인 남편분이 숙소 사장님을 위해 손수 짓고 인테리어까지 마친 식당에서 아르헨 레드&화이트 와인, 일본 사케와 손수 만드신 모둠 '스시(초밥)'을 안주삼아 저녁식사를 했다. 빙하 투어 동선 중, 우연히 마주쳐 사진 촬영 도움을 받았던 의사분에게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마주 앉아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이 살짝 미안함으로 남는다.


2022년 11월 1일(화), 붉게 물든 석양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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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은 안데스 산맥이 지배하는 인상적인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안데스 산맥은 대륙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약 7,000킬로미터(4,350마일)에 걸쳐 뻗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대륙 산맥이다. 안데스 산맥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 국가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열대 우림부터 알티플라노와 같은 고지대 고원, 칠레의 아타카마와 같은 건조한 사막까지 다양한 생태계의 본고장이다. 대륙의 최남단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공유하는 광대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인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험준한 산, 넓게 펼쳐진 빙하, 바람이 부는 대초원 등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 안데스 산맥은 북부 지역보다 낮지만 피츠로이 산과 토레스 델 파이네 같은 상징적인 봉우리가 있다. 이 지역은 또한 극지방 밖에서 가장 큰 얼음덩어리 중 하나인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Southern Patagonian Ice Field)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이름의 유래는 1520년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그의 탐험 중 현재의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 지역을 발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젤란은 이 지역에 거주하던 원주민(당시에는 테우엘체족으로 추정)을 보고 “Patagone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이는 스페인어 “Patagón”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큰 발” 또는 “큰 발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엘 칼라파테는 파타고니아 지역에 자생하는 가시가 있는 관목 '칼라파테'에서 유래했으며, 이 열매를 먹으면 다시 파타고니아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엘 찰텐은 토착 언어인 테우엘체어에서 '연기를 내뿜는 산'을 의미하며, 피츠로이 산 정상에 구름이 자주 걸려있는 모습에서 유래한다.

*뱀발 2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3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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