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인 ‘삼봉’부터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우수아이아에는 아침, 점심, 저녁, 새벽마다 겪는 ‘한겨울, 초봄가을, 여름, 늦가을봄, 초겨울’ 등과 같은 계절 순서로, 하루에도 몇 번씩 순식간에 변하는 여행객들이 쉽게 적응하기 힘든 날씨와 기후 환경이 있다.
우수아이아의 4계절, 미주대륙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산속 정원에 가득히 핀 꽃밭을 본다, 여름: 산책로 길 달리며 흐르는 땀을 훔친다, 가을: 강가 야생마 무리가 구름과 바람을 가른다, 겨울: 선상에서 바라본 ‘설산’의 풍광이 절경이다! 느닷없이 중국 도연명(淘淵明) 선생이 지은 '사계(四季)'라는 제목의 한시 한수가 겹쳐져서 떠오른다; 春水萬四澤 夏雲多崎峰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 이번 여정의 방문지에서도 역시 미국 LA의 봄날씨에서 알래스카 초겨울을 거쳐 캐나다 가을,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한여름을 겪고 남미의 초가을까지, 사계절을 차례차례 만났다. 참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오다 보니 북반구의 가을겨울과 남반구가을여름을 수시로 넘나들게 된다. 가능한 줄인다고 줄인 짐무게이지만 사계절용 옷가지만큼은 필수템으로 준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알래스카 종단(페어뱅크스> 앵커리지> 수어드&휘티어) 열차로 시작됐다. 캐나다 로키 마운티어 열차(밴쿠버> 로키 산맥> 캘거리)를 거쳐 미국 암트랙으로 서부 해안 (LA> 샌프란시스코·에머빌> 시애틀)을 따라 미국 서동부를(새크라멘토> 덴버> 시카고> 보스턴> 워싱톤 DC> 마이애미 ) 가로질러 동부해안을 끼고 플로리다 마이애미까지 내달렸다. 남미 페루 쿠스코 마추픽추 레일, 아르헨 살타 구름(고산) 열차 그리고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땅끝기차 탑승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도시(점)와 도시(점)는 기차(비행기, 배&버스)로 이동하고 도시 안(선)에서는 숙소를 기준으로 반경 40km 거리는 브롬톤으로 여행하는 것을 이동 수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미국, 캐나다, 칠레 등 6개국 앵커리지, 캘거리, 마이애미, 부에노스 아이레스, 살타, 우수아이아 등 15개 도시에서 20번의 브롬톤 시티 라이딩 투어를 가졌다.
두 번째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이딩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도심 내에서는 대략 2,000km 정도 달린 듯하다. 나라와 나라, 도시와 도시 간 이동을 위해 공항, 기차역, 항구 등으로 이동한 도심 외곽 라이딩 거리도 약 1,000km 남짓 된다. '14년 아르헨 남녀가 승용차로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북미 알래스카까지 865일 동안 5만 km를 달렸다고 한다. 그럼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미 우수아이아까지 미주대륙 종단 동선이라면 거리가 얼마나 될까? 이번 미주 여행동안 6개국 28개 도시를 11번 비행기, 10번 대륙 기차, 5번 대륙 버스를 탔다. 모든 구간이 1,000km 이상이다.
여행은 뺏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다!
여행은 출발할 때를 제외하고는 동선과 '이동거리'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특히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이동거리에 관해서는 기록 보관 이외에는 특별한 추억과 감흥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여행지의 날씨와 기후, 그리고 자연환경은 꽤 유의미한 체크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여행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사람들은 왜 먼 길을 떠나는 걸까? 답은 백인백색일 것이다. 다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에 대한 동경이다. 이는 경치와 풍광을 통해 속세로부터 잠시나마 일탈하고픈 정신적인 여유의 갈구가 살짝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말해 바쁜 일상에서 빼앗긴 몸과 마음의 빈 공간을 '자연'을 매개로 한,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천천히 다시 채우고 싶은 '보상, 충족' 욕구가 그 출발의 시작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또 하나를 더 꼽자면 '익숙하지 않지만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인 것 같다. 이 또한 '자연'과 비슷한 이유로 응어리지고 뭉친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푸에르토 나탈레스행 버스 여정 5시간 동안 옆자리에 앉은 루마니아 출생 스페인 국적인 작가 지망생 Cristina Crucianu와의 끊임없는 수다는 결국 페북과 인스타 맞팔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단 한 번도 옆자리에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앉은 경우도 없었고 서너 시간 이상을 쉼 없이 대화를 나눈 적도 없어 오랫동안 추억과 기억으로 남는다. 미국 서부해안 열차 안에서 만난 태국 국립대학 건축학과 졸업반 여학생들, 알래스카 횡단 열차에서 만난 어린이 3형제, 캘거리 우버 택시 기사아저씨, 덴버 항공박물관 앞에서 만난 부부와 대가족들, 살타 소년소녀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식당에서 고기와 와인을 추천해 준 사이몽 등 그들의 환한 미소와 밝은 웃음이 마음을 '중용(中庸)'의 상태로 차분하게 이끌어준다. 고맙다. 그들이! 생각난다. 그 미소가; 一笑解千愁!*
내일 아침 일찍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번이 11번째 브롬톤 짐 싸기다. 거듭 보완하고 개선하여 무게는 16kg로 줄이고 견고함은 세 배로 늘렸다. 뭐든 하면 할수록 느는 모양이다. 시간도 거의 1/3 수준으로 줄였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값진 수확이다.
2022년 11월 9일(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기 전 지난 여정을 되돌아보며!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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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우수아이아(Ushuaia)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름의 유래는 야간(Yagán) 원주민어에서 왔으며, '서쪽 만(灣) 깊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세계의 끝(El Fin del Mundo)'이라고도 불리며, 남극 탐험과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하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관문이라면 푼타 아레나스* 는 남극 건너편 아르헨티나 남미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목이다.
* 뱀발 2 : 一笑解千愁!* 이제는 많은 것을 하나하나 천천히 버려야 할 때다. It's past time to throw away a lot of things slowly and one by one. 已经过了慢慢扔掉很多东西的时间了。今や多くのものを一つ一つゆっくり捨てる時です。
*뱀발 3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4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