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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하루에 겨울·봄가을·여름을 다 겪는다! 2

남미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인 ‘삼봉’부터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by 관계학 서설 II

오후 늦게 펭귄 투어 일정이 이루어져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백 년 카페에서 디저트 케이크와 커피 한잔 후, 페리에 올랐다. 선착장에서 장국영 등대까지 1시간, 그다음 펭귄 서식지는 2시간 30분, 돌아오는데 1시간 30분, 왕복 5시간의 여정 동안 브롬톤을 자리 옆에 두었다. 예외 없이 많은 여행자들이 질문, 질문, 질문! 특히 캐나다출신 승객의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브롬톤도 멋지지만 그와 함께 하는 여행, 그 자체가 부럽다. 특히 남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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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 일몰과 땅끝마을 일출을 결국 사진에 담지 못했다

배 위에서 본 경치와 피부로 느낀 날씨는 한 겨울이다. 눈. 눈. 눈. 브롬튼 끌고 잡고 난간에서 한동안을 보냈더니 살짝 감기 몸살 기운이 의심될 정도로 몸이 으슬으슬하다. 더하여 돌아오는 길에 챙기려고 했던 우수아이아의 일몰을 날씨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몸을 축 처지게 한다. 결국 떠날 때까지 장관을 보지 못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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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라이딩 3일 차. 밤새 끙끙 앓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밤새 끙끙 앓은 몸상태라 도저히 이른 아침, 수십km의 라이딩을 시도조차 못하고 콜택시를 이용했다. 티켓을 미리 예약하지 못한 상태라 가능한 한 일찍 티켓 판매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감'까지 함께 이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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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기차를 타고 국립공원 입구까지 들어가기로 한 계획은 결국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가는 동안 걱정을 했는데 역시 sold out, 매진이란다. 일단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창구 직원에게 한 명이니 방법이 있지 않겠냐고 꼭 좀 부탁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오늘 관광객이 유난히 몰려들어 더욱 쉽지 않을 듯싶어 마음이 불안 불안하다. 어떻게 해서든 타야 한다는 생각은 ‘땅끝 기차’란 상징적 의미보다는 알래스카에서 시작한 '(대륙 간) 열차와 함께하는 브롬톤 여정'을 남미 우수아이아의 땅끝 기차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유 없는 고집이 더 많이 작용한 듯하다.


출발 안내방송 못 듣고, 어렵게 구한 티켓 열차 놓쳐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팔려 출발 시간 1분 전에 개찰구에 가 보니 1인 행운으로 어렵게 티켓을 구한 열차는 이미 떠나 버렸단다. 직원 말로는 몇 번이나 안내방송을 했다고 한다. 스페인어를 알아 들었을 리 없으니 예정된 참사였다. 행운은 연달아 온다고 했던가? 한국에서 자전거 들고 왔다고 하니 지성이면 감천인가! 다음 열차의 승무원을 위해 비워 둔 여분 좌석에 앉게 해 주었다. 비바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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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역에 내려 많은 열차 승무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브롬튼을 펼치고 땅끝 우체국으로 GO. 나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은 대기 중인 버스에 탑승했다. 당연히 모두 신기한 듯 창문 너머로 브롬톤 라이딩 모습을 유심히 관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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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산책로까지는 브롬튼으로 가서 초입부터 수 km는 브롬튼을 메고 끌고 하이킹으로 이어갔다. 해안가에 위치한 땅끝 우체국은 운영을 마감을 했는지 기념엽서를 파는 직원조차 없다. 해변 한쪽 끝에서 반대편 숲입구까지 한달음에 휙 돌아봤다. 바다 바람이 세차다!


그다음 동선은 국립공원 입구 휴식처 ALAKUSH까지 10km 라이딩이다.


세찬 바람을 뚫고 국립공원 산책로 라이딩

길 상태가 자전거길에는 좀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란 마음으로 출발했다. 얼마나 잘한 일인지! 중간에 핸드폰 화면이 스르륵 블랙상태로 되어 버려 한참을 긴장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좋다. 선선한 늦가을 바람을 마주하며 달리는 내내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토레스 델 파이네 라이딩&하이킹에서 앙금처럼 남은 아쉬움과 미련을 한순간에 깨끗이 날려 버릴 정도로 맘껏 숲 속 산책로 라이딩을 즐겼다.


돌아올 때는 시내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맛집을 찾아 돌아다닐 힘도 없어 근처 상호명이 '대나무(bamboo)'인 중국 식당에서 굳이 칠레 고기 뷔페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멘도자 아르헨 레드 와인과 식당 아들과 나눈 한시(漢詩) 필담(筆談)으로 식당 음식의 괴로운 맛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정말 여정동안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최악의 식사였다.


2022년 11월 9일(수), 우수아이아 땅끝 기차를 타고!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을 달리며!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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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우수아이아(Ushuaia)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름의 유래는 야간(Yagán) 원주민어에서 왔으며, '서쪽 만(灣) 깊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세계의 끝(El Fin del Mundo)'이라고도 불리며, 남극 탐험과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하다.

*뱀발 2 : 출발 60여 일 만에 미주대륙 북쪽 끝,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쪽 끝 섬, 우수아이아까지 왔다. D-1! 여기서 짐을 재정비하고 볼리비아를 거쳐 쿠바로, 멕시코를 거쳐 필리핀으로 가는 스쿠바 브롬 여행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잔고장 없이 묵묵히 같이 해 준 '쾌걸조로'에게 고맙고 브롬톤 대륙간 열차 여행에 필요한 많은 스킬, 정보 그리고 지식을 전수해 준 K**을 비롯한 브롬동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뱀발 3 : '14 아르헨 남녀가 승용차로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북미 알래스카 입구까지 865일 동안 5만 km를 달렸다고 한다. 그럼 페어뱅크스부터 우수아이아까지 라면 약 55,000 km 정도 되지 않을까? 이번 미주 대륙 브롬톤 여정동안 6개국 2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11번 비행기, 10번 대륙(간) 기차, 5번 대륙(간) 버스를 탔다. 모든 구간이 1,000km 이상이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관문이라면 푼타 아레나스* 는 남극 건너편 아르헨티나 남미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목이다.

*뱀발 4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5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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