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인 ‘삼봉’부터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파타고니아는 ‘바람’이다. 살랑살랑 귓가를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이 아니라 걷기가 힘들 정도로 휘몰아치는 세찬 겨울바람이다.
바람의 도시에서 호된 신고식 치르고
세워 둔 브롬톤을 몇 번이나 나뒹굴게 했는지 모른다. 결국 넘어지면서 돌에 부딪쳐 핸드폰 지지대(Quad Lock) 끝부분이 조각나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 바람을 뚫고 국경 입출국 수속 2시간을 포함 12시간을 강 건너 산 너머 배 타고 바다까지 가로질러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와 함께 ‘세상의 끝‘ 마을이 된 우수아이아에 도착했다.
칠레에서 브롬튼을 짐?으로 버스에 싣을 때,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창구 직원과 ‘입국 가부(可不)’에 대한 심각한 시비가 한참 있었다. 또한 짐 싣는 아저씨의 집요하고 은근한 ‘브롬튼 파손 염려’에 대한 협박성 멘트로 1,000 페소나 뜯긴 후라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브롬톤을 찾는데 온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무사하게 흠집 없이 되찾은 다음, 오는 동안 옆자리에서 함께 수다를 떨어 준 현지 여학생 크리스티나를 한참 동안이나 두리번두리번 찾아 ‘차오’ 인사를 했다. 즉시 브롬톤을 펼치고 고바위 라이딩에 가까운 숙소까지의 오르막 동선을 밟아 나갔다.
칠레와 아르헨 킹크랩, 대게 그리고 와인 맛은?
일단 짐을 푼 후, 숙소 사장님의 약간 질렸다는 표정을 뒤로하고 바로 킹크랩 식당으로 내달렸다. 예상대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바로 뒷자리에 서 있던 스페인 아돌프 노부부와 손발짓은 물론 표정 연기로? 1시간이나 대화를 나눠 1인 메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을 잡은 다음에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식당, 박물관 등 실내 공간 입장을 할 때마다, 늘 발생하는 '브롬톤을 갖고 들어갈 수 있느냐?라는 브롬튼너만의 긴장은 쾌걸조로를 탁자 밑으로 넣어 보이자 식당 사장님이 브라보를 연발하며 박수까지 쳐 줌으로써 말끔히 해소됐다. 브롬튼 만세다. 며칠 전 음미한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킹크랩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킹크랩과 대게 그리고 와인을 제대로 비교해 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문 닫는 슈퍼 경비원을 눈웃음과 윙크로 설득해서 물과 주전부리를 겨우 살 수 있었다. 남미에서는 죽~~ 야간라이딩을 해서 그런지 앞 라이트 배터리가 딱 그때 다 닳았다. 여분 배터리를 챙겨 나오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본다.
미주대륙 '17th' 항구도시 시티라이딩
시티 라이딩 2일 차. 눈 뜨자마자 펭귄 투어 일정부터 챙겨보니 날씨가 심상치 않아 출발 시간이 오전에서 오후 3시로 변경됐다고 한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쾌걸 조로를 끌고 무작정 숙소를 나섰다. 우수아이아 밤과 새벽 날씨와 기온은 한겨울에 가깝다. 해가 뜨면 봄, 가을 온도로 바뀌고 정오 앞뒤로 여름 날씨가 된다. 하루에 4계절을 겪는 셈이다.
‘땅끝마을 표지판’을 몇 번이나 주변을 맴돌다 어렵게 찾았다. 구글 맵이나 맵스미도 작은 물체를 찾기에 아직 몇 가지 오류가 있다. 도심 시내 앞이 바닷가 자전거길이라 여유 있는 10km 라이딩을 즐긴 후, 은근하게 발산되는 체온 열과 내의를 축축이 적실 정도의 땀도 식힐 겸 다시 킹크랩 식당을 들렀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살만 발라 놓은 한 마리’ 메뉴를 선택해서 화이트 와인과 함께 즐겼다. 식당 사장님은 물론 몇몇 종업원까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브롬톤에 관심이 많아 식사하는 내내 Q&A가 이어졌다.
식당문을 나설 때쯤은 비록 좀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바깥 풍경은 극지방에서나 경험하는 백야(白夜)의 분위기와 엇 비슷해져 있다. 기온은 많이 내려가 있고 겨울 찬바람이 얼굴 정면으로 불어온다. 맞바람을 뚫고 숙소로 돌아오는 다섯 고비 산등선 길을 넘기 위해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2022년 11월 9일(수), 우수아이아 땅끝 기차를 타고!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을 달리며!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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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우수아이아(Ushuaia)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름의 유래는 야간(Yagán) 원주민어에서 왔으며, '서쪽 만(灣) 깊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세계의 끝(El Fin del Mundo)'이라고도 불리며, 남극 탐험과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하다.
*뱀발 2 : 출발 60여 일 만에 미주대륙 북쪽 끝,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쪽 끝 섬, 우수아이아까지 왔다. D-1! 여기서 짐을 재정비하고 볼리비아를 거쳐 쿠바로, 멕시코를 거쳐 필리핀으로 가는 스쿠바 브롬 여행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잔고장 없이 묵묵히 같이 해 준 '쾌걸조로'에게 고맙고 브롬톤 대륙간 열차 여행에 필요한 많은 스킬, 정보 그리고 지식을 전수해 준 K**을 비롯한 브롬동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뱀발 3 : '14 아르헨 남녀가 승용차로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북미 알래스카 입구까지 865일 동안 5만 km를 달렸다고 한다. 그럼 페어뱅크스부터 우수아이아까지 라면 약 55,000 km 정도 되지 않을까? 이번 미주 대륙 브롬톤 여정동안 6개국 2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11번 비행기, 10번 대륙(간) 기차, 5번 대륙(간) 버스를 탔다. 모든 구간이 1,000km 이상이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관문이라면 푼타 아레나스* 는 남극 건너편 아르헨티나 남미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목이다.
*뱀발 4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5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