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는 대륙 간 열차는 없어도 우수아이아 '땅끝(The end of the world)' 기차가 있다. 마침내 브롬톤과 함께 한 알래스카 종단, 캐나다 로키 마운티어 횡단, 미국 암트랙 서부 해안•서동부 횡단•동부 해안 그리고 남미 마추픽추 레일, 살타 구름열차에 이어 드디어 세 번째 기차를 타는 일정까지 모두 마친다.
작은 기차, ‘큰’ 서비스
땅끝열차는 어린이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협궤도 열차였지만 기차역 규모나 탑승절차 그리고 승무원들의 서비스 태도까지도 어느 대륙간 열차에 뒤떨어지지 않게 체계적이면서 상당한 '격식'이 갖추어져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탑승객으로부터 장난감 기차가 아닌 실제로 운행하는 리얼 기차를 탑승한다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역사( 驛舍) 내외부에 남미의 기차 역사(歷史)를 직,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과 예전의 실제로 운행한 '기차'들을 유물로 보존해서 전시해 놓고 있었다. 남은 시간 동안 부지런히 이곳저곳 주변 공간들을 기웃거리면서 기념사진도 찍고 브롬톤 라이딩도 즐겼다.
출발 시간에 맞추어 기차역 직원들의 환송식이 열렸다. 호텔이나 공항에서 자주 봄직한 직원들이 죽~ 일렬로 늘어서서 고객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밝은 미소로 손을 천천히 흔들어 주는 그 장면 연출이다. '저희들을 잊지 마시고 꼭 다시 찾아주세요!'라는 무언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겠는가? 항상 이런 분위기를 대할 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앞, 뒤, 옆 좌석에 앉은 승객들 시선을 의식하면서 얼른 눈물을 훔치고 창밖 풍경에 시선을 고정해 본다. 어머니와 함께 온 소녀가 유난히 방긋 웃어준다.
작디작은 기차는 10여 칸, 수백 명을 승객의 무게를 잘도 견디고 '칙칙폭폭' 힘차게 달린다. 브롬톤까지 객차 한 구석에 싣고 달린다. 같이 탄 승무원은 물론이고 승객들 모두 신기한 듯 브롬톤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간단히 설명을 해도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간 휴식 장소에서 브롬톤을 펼친 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쾌걸조로의 역할과 기능을 이해하는 듯했다. 안내방송에 따르면 땅끝 열차는 주로 인근 광산의 광물을 도시로 운송하는 용도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불의 땅, 남극의 바다 그리고 땅끝 바람
열차가 달리는 동안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불의 땅) 국립공원의 자연풍광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궤도의 동선자체가 국립공원 초입에 한정되어서 그런지 그리 '경탄'할만한 경치는 없었다. 다만 앞으로 펼쳐질 하이킹과 라이딩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맛보기'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20~30 cm 정도의 공간으로 서로 마주 또는 나란히 앉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번에도 바로 옆에 영어가 가능한 안내 승무원이 탑승하는 행운을 얻었다. 덕분에 국립공원 내 하이킹과 라이딩 동선을 사전에 계획하고 나중에 시내로 돌아가는 교통편에 대해 많은 정보 도움을 받았다.
기차에서 내려 티에라 국립공원 입구까지 10여 km 산책로를 달리며 바다를 보며 호수 넘어 설산 파노라마 감상하고 온몸으로 느낀 신선한 공기와 바람소리, 미국 요세미티 공원과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한껏 풀지 못한 라이딩의 한(恨)을 말끔히 해소했다. 휴게 산장부터 이어지는 해안가와 국립공원 안으로 서너 시간 이상 꽤 들어가는 하이킹 코스를 브롬톤을 메고, 끌고, 들고서 계속 이어갔다. '감기'기운이 도는 몸상태를 감안하여 약간 불만족스러운 코스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나마 끝까지 종주했다는 점에 결과적으로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 미니 밴 옆좌석에 실려있는 브롬톤을 보며, 미주대륙 60일 여정 동안 8차례의 기차여행을 천천히 되짚어보게 된다. 그동안 말썽 없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준 '쾌걸조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맙다! 나의 파트너.
2022년 11월 8일(화), 우수아이아 땅 끝 기차를 타고, Tierra del Fuego 국립공원을 달리며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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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우수아이아(Ushuaia)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름의 유래는 야간(Yagán) 원주민어에서 왔으며, '서쪽 만(灣) 깊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세계의 끝(El Fin del Mundo)'이라고도 불리며, 남극 탐험과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하다.
*뱀발 2 : 출발 60여 일 만에 미주대륙 북쪽 끝,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쪽 끝 섬, 우수아이아까지 왔다. D-1! 여기서 짐을 재정비하고 볼리비아를 거쳐 쿠바로, 멕시코를 거쳐 필리핀으로 가는 스쿠바 브롬 여행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잔고장 없이 묵묵히 같이 해 준 '쾌걸조로'에게 고맙고 브롬톤 대륙간 열차 여행에 필요한 많은 스킬, 정보 그리고 지식을 전수해 준 K**을 비롯한 브롬동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뱀발 3 : '14 아르헨 남녀가 승용차로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북미 알래스카 입구까지 865일 동안 5만 km를 달렸다고 한다. 그럼 페어뱅크스부터 우수아이아까지 라면 약 55,000 km 정도 되지 않을까? 이번 미주 대륙 브롬톤 여정동안 6개국 2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11번 비행기, 10번 대륙(간) 기차, 5번 대륙(간) 버스를 탔다. 모든 구간이 1,000km 이상이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관문이라면 푼타 아레나스* 는 남극 건너편 아르헨티나 남미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목이다.
*뱀발 4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5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