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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장국영 등대' 지나 펭귄 섬까지!

남미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인 ‘삼봉’부터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by 관계학 서설 II

어제저녁부터 비글해협으로 투어 나가는 선박 승선을 예약하느라 진이 다 빠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몰려드는 여행객 수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팬데믹으로 인한 여행 제한이 풀리다 보니 남미 전역의 '보복 여행' 심리'까지 겹쳐 티켓 예약자체가 거의 북새통 아니 전쟁상황에 버금간다. 이번 여행 중, 계속 따라다녀주는 '운' 덕분인지 알음알음으로 간신히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다 기상 상황이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현지 여행사에서는 오늘 아침 상황으로는 오전 출항은 불가능하고 오후는 그때 가 봐야 안다는 황당한 설명만 되풀이했다.


배 타고 남극 건너편, 비글(Beagle) 해협으로

해가 지기 전에는 항구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왕복 7시간 일정을 감안하여 정오 12시에는 무조건 출항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예 아침부터 브롬톤을 들고? 승선 터미널로 왔다.


항구를 중심으로 반경 5km 이내 이곳저곳을 들러 브롬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면서 오전 내내 몇 시간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냈다. 수시로 터미널에 전화해서 출항 여부를 확인도 하고 몇 번을 갔던 길을 되돌아와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다른 여행객들에게 직접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천만다행으로 날씨 경보가 풀리고 바다로 나설 수 있었다. 모두들 자주 없는 '천운'이라고 말했다. 하마터면 여기까지 와서 지구 끝 바다를 보지 못하고 갈 뻔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세심하게 계획한 앞으로의 일정들이 모두 뒤틀리고 뒤죽박죽 되어 지금까지 순탄했던 여정이 또 한차례 혼란 속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정말 60일간 미주대륙을 여행하는 동안 수십 번의 비행기, 기차, 버스 등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현지 숙박, 비자, 브롬톤 정비 등과 관련하여 단 한 번이라도 잘못되거나 놓쳤다면, 그 순간부터 모든 일정은 변경은 말할 것도 없고 취소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돌아와야만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구여운 '펭귄', 그래! 너를 보러 왔다

항구를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페리는 홍콩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였던 장국영(張國榮, Leslie Cheung, 1956~2003)이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라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우수아이아 세상 끝 등대에서 찍은 후, 자살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그곳에 당도했다.


매년 수없이 많은 팬들이 이 등대 앞 배 위에서 눈물지으며 그를 추모한다고 한다. 그를 감싸고 위로하듯 휘몰아치는 바람 세기가 서 있는 브롬톤을 쓸어뜨릴 정도로 강하다. 등대를 배경으로 쾌걸조로와 함께 찍으려니 브롬톤을 난간 위에 놓는 방법밖에 없다. 이 또한 접이식 자전거의 장점이다. 승객 모두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느라 서로 살짝 밀치고 자세를 잡는 아수라장이라 혹시 아차 하는 순간, 바닷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표정과 자세가 영 불안하다.

펭귄 섬에서는 그들의 앙증맞은 모습에 반해, 상황이 더욱 혼잡스럽다.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 중이라는 브라질 청년의 도움 덕분에 또 어정쩡한 자세이긴 하지만 간신히 인증샷 한 컷은 건졌다. 모국어인 포루투칼어는 당연하고 스페인어, 불어, 독어, 영어 등 5개 국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언어천재급 친구였다. 여친이 자랑을 거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 돌아오는 귀로에 각자 이번 여행 기간과 동선에 대해서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남미대륙만 두 달 동안 여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나를 브라질로 초대했고 난 그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항구에 들어서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우수아이아 항구는 '그림', 그 자체였다. 눈앞에 가득히 펼쳐진 하늘과 구름, 땅과 바다 그리고 석양과 노을 풍경은 '너무 자연스럽게 조화롭다'라고 무심결에 툭 튀어나오는 혼잣말, 그 이상일 수가 없다. 두 달 전, 알래스카 가는 길, 그때도 선상에서 감동으로 넋을 놓고 한동안 바라본 북극해의 일몰이 오늘 남극해 우수아이아 해지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어 마음이 '찡'하다!


2022년 11월 7일(월), 우수아이아 비글해협 앞&먼바다에서!

#나홀로 #브롬톤여행 #대륙간열차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역병시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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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0 : Cusco&Lima, Peru > Bogota, Columbia > Buenos Aires, Argentina > Cordoba > Salta_by plane (8 hrs) > El Calafate&El Chaltén_by Bus-Sur (7 hrs) > Puerto Natales, Chile_by Bus-Sur (15 hrs) > Punta Arenas > Ushuaia, Argentina > Buenos Aires

*뱀발 1 : 우수아이아(Ushuaia)*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름의 유래는 야간(Yagán) 원주민어에서 왔으며, '서쪽 만(灣) 깊은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세계의 끝(El Fin del Mundo)'이라고도 불리며, 남극 탐험과 파타고니아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하다.

*뱀발 2 : 출발 60여 일 만에 미주대륙 북쪽 끝,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쪽 끝 섬, 우수아이아까지 왔다. D-1! 여기서 짐을 재정비하고 볼리비아를 거쳐 쿠바로, 멕시코를 거쳐 필리핀으로 가는 스쿠바 브롬 여행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잔고장 없이 묵묵히 같이 해 준 '쾌걸조로'에게 고맙고 브롬톤 대륙간 열차 여행에 필요한 많은 스킬, 정보 그리고 지식을 전수해 준 K**을 비롯한 브롬동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뱀발 3 : '14 아르헨 남녀가 승용차로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북미 알래스카 입구까지 865일 동안 5만 km를 달렸다고 한다. 그럼 페어뱅크스부터 우수아이아까지 라면 약 55,000 km 정도 되지 않을까? 이번 미주 대륙 브롬톤 여정동안 6개국 2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11번 비행기, 10번 대륙(간) 기차, 5번 대륙(간) 버스를 탔다. 모든 구간이 1,000km 이상이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관문이라면 푼타 아레나스* 는 남극 건너편 아르헨티나 남미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로 가는 길목이다.

*뱀발 4 : 80 days of solo Brompton trip in the Americas 55 https://bit.ly/3Jmyx8W To Dear Brompton Owner & Executive Director https://bit.ly/3Grv0o4 My journey in the Americas https://bit.ly/3WlJiMy on 'Brompton Folding Bicycle' http://bit.ly/3vcVJhW on 'Bicycle Travellers'

*뱀발 5 : 이제야 여행 계획(‘21년 12월), 사전준비와 답사('22년 2월-4월)부터 실행(‘22년 9월 14일-11월 14일)까지 ‘기록&보관한' 글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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