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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웃 말고 '앞·윗집', 그분이 아니고 누구 씨?

CH III 공동주택의 ‘삼권분립’을 해치는 7가지 '아파트' 문화

by 관계학 서설 II Feb 08. 2025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라 한다)는 입주민 중에서 선출된 동대표로 구성된다.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동대표 중에서 회장, 감사, 이사 등 임원을 직,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공동체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회의이자 상설 대표기구이다. 회의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간 예산, 시설 유지 관리, 보안 및 커뮤니티 규칙 제정 등과 같은 이슈들을 다룬다. 동대표는 관리주체와 입주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여 투명한 의사소통과 공정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책임진다. 목표는 모든 주민의 복지를 증진하는 동시에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과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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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주택 내의 인간관계는 '아예 없다'고해도 이에 대해 별반 또 다른 의견이나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현대 사회에서 아파트 단지 내 인간관계 단절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의 공동체 생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이웃 간의 교류가 자연스러웠다. 이웃 간의 왕래가 잦았고, 마을잔치나 공동 노동을 통해 서로를 돕고 생활 속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문화가 거의 사라졌으며, 특히 아파트에서는 이웃과 마주칠 기회조차 희박하다. 이러한 단절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중에서도 개인주의 심화와 프라이버시 보호 의식 강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사적인 공간을 중시하게 되면서 불필요한 대화를 피하려 하고,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웃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전에는 마당에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엘리베이터에서조차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대화를 최소화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리비나 시설 유지에 대한 공지가 있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경우에만 겨우 의견을 표출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공백을 반려동물로 채우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보다는 산책길에서 만난 강아지 주인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주택에는 '인간관계'란 없다! 있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

  또한, 거주 형태의 변화도 인간관계 단절의 주요 원인이다. 과거에는 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대에는 직장 이동, 학업 등의 이유로 한 곳에 장기 거주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웃과의 관계를 맺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기간 머무르는 거주 형태에서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웃 간의 교류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 인간관계 단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줄어들었고, 잦은 '역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직접적인 교류를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이웃과의 대화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며, 필요할 때도 문자나 SNS를 통한 간접적인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공동주택의 구조적 특성도 인간관계 단절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단독주택에서는 집 앞마당이나 골목에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많았지만, 공동주택에서는 각 가구가 독립된 공간을 갖고 있어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호된다. 특히, 도어록이 설치된 현관문은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며, 초인종을 누르는 행위 자체가 부담스럽게 인식된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공동주택 내에서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웃 간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생활 속 갈등'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은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일단 민원부터 제기해 놓고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다. 층간소음 문제는 대표적인 예로, 과거에는 이웃 간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웃과 친분이 없다 보니 층간소음이 발생할 경우 바로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거나 법적 조치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위층 거주자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음이 지속되었지만, 아래층 주민이 직접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다. 이에 위층 주민은 반발하며 감정적인 대립이 심화되었고, 결국 두 가구가 법적 분쟁까지 가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감정적인 대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동시설 사용에 대한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차장, 헬스장, 독서실 같은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서 기구를 너무 오래 사용하는 문제나 주차장에서 지정된 자리가 아닌 곳에 차량을 주차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웃 간의 대화 없이 곧바로 신고나 항의로 이어지기 쉽다. 만약 평소에 이웃과 친분이 있었다면 사소한 문제는 서로 양보하며 해결할 수도 있었겠지만,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그러한 해결 방식이 거의 불가능하다. 얼굴은 물론 이름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고 대화조차 나누어 보지 않았는데 무엇을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합일점'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공동주택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기본 환경이 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두 번째 사례는 공동, 공유비용과 시설 이용 중 발생한 갈등이다. 한 오피스텔에서는 세탁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빨래를 제때 꺼내지 않는 문제로 주민들 간의 불만이 커졌다. 하지만 서로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일부 주민이 특정 가구를 지목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양보와 배려가 없는 주민 간의 다툼은 적절한 중재절차를 거치지 못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하게 된다. 급기야 구청에 신고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법적인 고소, 고발 등으로까지 치닫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바탕으로 한 '원만한 해결'은 아파트 단지 입주민에게는 시간 남용이고 쓸데없는 사치에 불과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어느 단지이든 주민 간 '법적 소송'이 현안으로 걸려있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만큼 공동주택의 갈등문제는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단지 역시 '동대표 부정 선거'에 이미 사용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수백 만원 업무추진비를 12개월이 지난 지금도 환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환수 의결조차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5년 동안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 맞춰 단지 규약을 제대로 개정을 못하고 있는 법 위반사항부터 단지 내 어학 교육 동호회 구성을 발의조차 못하고 있는 이유까지도 결국 입주민간의 상대방 '뒷발목 잡기'에 기인한다. 말이 나온 김에 좀 더 이 문제의 예를 더 들어보면 동마다 지하 창고에 겹겹이 쌓여있는 폐기물 처리, 단지 내 외부 방문차량 관리, 세대별 주차 허용대수 정하기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산적해 있다.


   주민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한 '신뢰 사회' 조성을 위한 리더십 구축

   이웃 간의 무관심과 단절은 안전 문제까지 영향을 준다. 한 노인이 혼자 사는 아파트에서 며칠간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이웃들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결국, 며칠 후 자녀들이 방문해 고독사한 사실을 발견했고, 뒤늦게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이처럼 공동체의 유대감이 부족하면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거주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려 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인사를 피하거나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결국 해당 거주자는 점차 이웃과의 교류를 시도하는 것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 단지에서는 야간 가로등 밝기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다. 특히 자녀들의 통학 동선에 세워져 있는 가로등의 개수와 밝기가 저녁이나 밤중에 귀가하는 청소년들의 '안전과 보안'을 염려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황과 문제점은 정확한데 이를 풀어가는 방안과 절차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단지 내 가로등 일부만을 보완, 개선하는 것은 공동주택의 형평논리상 불가능하다. 또한 비용자체가 일정 금액이상이기 때문에 3년마다 이루어지는 장기수선충당금 일정에 이미 포함되어 있거나 아니면 기존 계획을 조정하여 변경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전입주민의 과반이상 동의가 필요한 내용이다. 그 이전에 '왜 가로등을 지금 전면 교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민 모두의 이해와 납득이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빨리 진행해도 6개월이고 늦으면 1년이다. 더구나 현 입대의는 의결정족수도 모자라고 회장, 감사, 이사 등 임원조차 구성이 되어 있지 않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라는 원론적인 문제부터 지금 '그 공사를 당장해야 되는지는 모르겠다'는 부동의의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그렇게 입대의 임기는 만료된다.


  공동주택 내 '무관심'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사를 나누는 수준을 넘어, 주민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내 헬스장, 독서실, 공용 정원&텃밭 등과 같은 공동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공동 텃밭을 운영하여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각종 채소 등 식재료 또는 허브 등과 같은 화초를 가꾸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아파트에서 입주민 커뮤니티 앱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단순한 공지사항 전달이 아닌 주민 간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 기반 SNS나 메신저 그룹을 활용하여 이웃 간 중고물품 교환, 반려동물 산책 모임, 공동구매 등의 이벤트를 활성화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교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대면 없이도 이웃 간의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 한 아파트에서는 온라인 게시판을 활용해 층간소음 문제를 주민들끼리 조율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법적 분쟁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 아파트에서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여 책을 읽어주고 독서 토론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글, 한자, 컴퓨터 등 어린이대상 교육 프로그램부터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같은 외국어 청취, 낭독까지 다양한 과정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주민들 간의 유대감은 물론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다.


  공동주택 내 인간관계 단절은 개인주의, 비대면 문화 확산, 거주 형태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절이 지속되면 생활 속 갈등, 안전 문제, 심리적 고립감 증가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시설 활용, 온라인 플랫폼 도입,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 운영 등의 해결방안을 실천함으로써 이웃 간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해결방안은 입대의의 상당한 노력과 인내, 그리고 임기기간을 훌쩍 넘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추진하는 입대의가 이미 입주민 개개인 모두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신의 벽'을 2년 임기중에 넘어서서 그 성과를 이루어 내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다음 입대의 까지 같은 마음으로 지속된다면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입대의 3 기수 6년의 기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각 동대표가 동 입주민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 믿음과 신뢰를 쌓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보다는 더 많이 들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방향을 함께 공유하고 견지해 나갈 동대표의 인력 풀(pool)을 만들어 놓아야만 한다. 평소에도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서로를 단순한 타인이 아닌,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다양한 입주민 직접 참여 프로그램, 동호회 등 각종 온. 오프라인 활동을 체계적으로 조성하고 그 활동을 통해서 참가 입주민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는 리더들의 선순환적인 탄생만이 공동주택 '신뢰 사회' 구축의 유일한 길이라 나는 확신한다. 또한 그런 리더들이 입대의 구성원인 동대표로 나서야만 '가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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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주체(위수탁 관리업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입주민의 역할을 국가의 삼권분립으로(정부의 행정권, 국회의 입법권, 법원의 사법권) 비유할 수 있다. 관리업체(행정)는 유지보수, 서비스 관리, 입대의 의결 사항의 집행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입주자대표회의(입법)는 아파트단지의 예산, 정책, 규약&규정 제정. 변경 등을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사법유사)는 순수한 사법부는 아니지만 동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적법성을 보장한다. 또한 선거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한다. 입주민(균형과 감독)은 유권자의 역할을 하며 동대표를 선출하는 동시에 주민 의견 청취투표를 통해 관리업체 변경 등 주요 사안 결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한 국가의 제4권인 '보이지 않는 언론'으로 삼권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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