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III 공동주택의 ‘삼권분립’을 해치는 7가지 '아파트' 문화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라 한다)는 입주민 중에서 선출된 동대표로 구성된다.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동대표 중에서 회장, 감사, 이사 등 임원을 직,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공동체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회의이자 상설 대표기구이다. 회의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간 예산, 시설 유지 관리, 보안 및 커뮤니티 규칙 제정 등과 같은 이슈들을 다룬다. 동대표는 관리주체와 입주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여 투명한 의사소통과 공정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책임진다. 목표는 모든 주민의 복지를 증진하는 동시에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과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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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여론의 향방'은 거의 모든 문제를 최종 결정짓고 확정할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구의원부터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 직접 선거까지 투표일 당일에도 마음의 결정을 못하는 30% 이상의 부동층 유권자의 투표 방향에 미치는 그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결정적이다. 더불어 입법, 행정, 사법 등 국가 3권의 정책 수립과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조차 직위에 관계없이 공무원들에게 미치는 그 파급력은 핵폭탄급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결정권자들은 여론을 이끄는 수많은 온, 오프 미디어 채널을 항상 주시하고 시시 때때 변하는 '대세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일찍 감지하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러나 요즘의 미디어 환경은 '여론'을 제대로 감지하고 읽기에는 너무나 어려울 정도로 초고속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 변화중 하나가 모바일 기기와 데이터 전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1인 언론'채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양적인 증대와 함께, 여론 형성의 통제력도 눈에 띄게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1인 언론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보다는 '주관'적인 자기주장과 신념에 가까운 의견위주로 전달 메시지가 요약, 정리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인 논리틀이 자신의 주장과 다른 의견과 자료들은 '가짜 뉴스'이고, 심한 경우에는 음모론, '~카더라', '아니면 말고!'로까지 발전하여 여론을 오도(誤導)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소수가 편향된 정보로 다수 무관심한 입주민들의 여론을 오도·호도
공동주택은 입대의, 관리주체, 선관위 그리고 여론 형성의 주체로서의 입주민으로 이루어진 현대 민주사회의 축소판이다. 과거에는 아파트 단지의 중요한 협의 사항은 참고 자료 등과 함께 서면 또는 안내방송을 통해 입주민에게 전달되었다. 입주민의 의견청취도 공청회 등을 통해 주로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지금은 상황이 '상전벽해'할 만큼 바뀌었다. 입대의 협의, 결정사항의 95% 이상이 홈페이지 등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입주민에게 전달된다. 동대표부터 입대의 회장. 감사 선거는 물론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에 대한 주민 의견청취도 온라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동의를 받는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단지 내 세대를 위해, 기존 방식은 극히 보조로서의 역할과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당연히 여론의 흐름과 형성 과정도 일반 사회와 크게 다름없다. 다만 아파트 단지 내 공식 '언론'은 온라인 주민방이 유일하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온라인 주민방은 한마디로 1인 언론의 독무대이고 '백화제방 백화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 상황 그대로다. 아파트 단지에서 '1인 언론 성향'이 더 성행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90% 이상의 입주민의 무관심이 낳은 '정보 불균형'과 주민 간의 극명한 의견차이 때문이다. 대규모 공동주택에서는 관리비, 시설 유지, 보안&안전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이 논의되지만, 공식적인 정보 전달 창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일부 입주민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편향된', '주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유도함으로써 편의적인 ‘여론’ 형성을 이끌고 주도한다.
아파트 단지의 1인 언론은 내부의 의견 대립이 격해지면 질수록 온라인 내에서 자신만의 '진영' 논리를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이를 현실에서 세력화시키고 결국 공동체 사회의 의사 결정 방향에 직, 간접적으로 간섭하고 관여함으로써 단지 내 자신들의 통제력을 넓혀가게 된다. 관련 사례는 인터넷상에서 수도 없이 넘쳐난다. 그중 전국 어느 단지에서도 한 번은 이미 발생했고 아니면 지금 벌어지고 있거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A아파트에서는 한 입주민이 관리비 내역을 분석해 “불필요한 비용이 많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했다. 그는 여러 차례 글을 올리며 “관리사무소가 특정 업체와 유착해 과도한 청소비를 지출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리소 측은 “청소 업체 선정은 입주민 대표회의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비교 견적도 거쳤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초기 여론이 ‘비리가 있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감정적인 댓글들이 이어졌고, 결국 관리소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B아파트에서는 일부 입주민들이 경비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지원을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입주민들은 “그럴 경우 관리비가 오르는데 모든 세대가 동의한 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한 입주민이 SNS를 통해 “경비원 처우 개선 반대자는 반사회적 인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졌고, 반대 측에서도 “경비원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 개념이 없다”는 식의 반격이 이어지며 입주민들 사이의 감정적 대립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C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대표회의 회장, 감사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입주민이 “다른 후보는 과거에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뜨렸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했다. 상대 후보 측에서도 이에 맞서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하는 글을 올리면서 온라인에서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고, 선거 이후에도 갈등이 지속되면서 주민들 간의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다. D아파트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한 다수의 공사, 용역 사업에 '선정 비리'가 있다고 나 홀로 주장을 지속하면서 이에 대한 공식적인 감사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동대표, 입대의 임원 등의 허위 학력 또는 범죄 이력 고발은 너무 많아 일일이 대응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입대의가 교체될 때마다 기존의 관리소장이 "무능력하고 불성실하며 전문가가 아니라 교체해야 한다"는 객관적인 근거도 없는 마타도어식 비난과 비판은 너무나 잦아 아예 관행이 되어 버렸다. 수십 년 동안 2년 임기를 제대로 채우고 물러난 관리소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단지의 온라인 여론의 병폐를 단적으로 반증한다. 물론 이러한 ‘입주민 1인 언론’ 문화는 장점도 있다. 기존에 관리사무소나 입주민 대표회의를 통해 전달되던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개별 입주민이 직접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하면서 보다 투명한 운영이 가능해지는 순기능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의견 교환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이 아파트 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주요 정보를 얼마나 어떻게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관건
그러나 장점은 전체 입주민 90% 이상이 '무관심하다'라는 아파트 단지의 기본 환경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확률이 너무나도 적지만 단점은 실제로 일어나서 이제는 적폐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이미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장단점의 발생 사례 비율이 2:8 정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여론 형성 문화가 부정적으로만 작용하면 허위 정보와 감정적 대립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관리비나 시설 개선과 같은 복잡한 사안은 전문가적 검토가 필요한데, 일부 입주민이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왜곡된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논쟁이 감정적으로 변질되면서 이웃 간 관계가 악화되고, 현실에서도 대립과 분열이 지속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여론 호도(糊塗)에 의한 '갈등과 논쟁'이 입주민간의 문제를 넘어 입대의 간, 관리주체와 입대의 또는 입대의와 선관위 등과 같이 공동주택의 운영주체들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 이의 앙금과 후유증을 단기적으로 덜어내고 풀어내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누적되고 심화하여 신뢰와 믿음이 없는 배타적인 폐쇄 사회의 기본틀을 더욱 고착화시키게 된다. 정리, 요약하면 1인 언론은 주도한 '여론 형성의 틀'로 소수 입주민들을 온라인상 양극화로 치닫게 하고 오프라인으로는 다수의 무관심 세대를 공동사회에 대한 환멸로까지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그 결과, 많은 입주민들은 이제 "아파트단지를 더 이상 보금자리로 생각하지 않고 기회가 있다면 이곳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 염려가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정보 제공 채널을 강화하고, 팩트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대표회의가 정기적으로 공식 발표를 하고, 주요 사안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예: 세무사, 변호사 등)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감정적인 논쟁을 자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정보만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에서 온라인 소통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입주민 1인 언론’ 문화도 정보 공유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열된 온라인 여론전쟁은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균형 잡힌 정보 제공과 성숙한 논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주민 간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구성원 간의 믿음과 신뢰를 고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지 내 주요 정보와 결정과정을 '투명하고' '공평하게' '언제든지 접근이 용이하도록' 전 입주민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동호회 등 다양한 공동체 온. 오프라인 모임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성하여 입주민간 직. 간접적인 만남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공개된 정보에 대한 추가적이고 보완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이를 활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또한 입대의 내 공동체담당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여 공동체 사회에 필요하고 적합한 다양한 모임과 활동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되도록 규정으로 정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공동체 모임과 활동을 훌륭히 이끄는 리더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환경으로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다. 이들로 입대의 내에 '전문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동대표로 추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화룡점정(畫龍點睛)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그리고 입대의 회장, 감사, 동대표 공약, 규약 개정 그리고 장기수선충당금 계획과 일정 등과 같이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단지 내 주요 사안들은 '입주민 잔치 또는 축제'로 개최 방식과 분위기를 확 바꾸어 상. 하반기 정기 이벤트로 접근해 봐도 좋을 듯 싶다. 기존의 비판지향적인 딱딱하고 엄격한 공청회 분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해결 관건이다. 지금까지 기존의 공청회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참여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항상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고는 한다. 정말 그럴까? 이는 일정이나 주제의 문제가 아니라 입주민 대부분이 '갈등과 논쟁만 있는' 현장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은 아닐까? 덧붙여 입주민의 무관심을 '신뢰와 믿음'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충분히 갖추어져야 하는 전제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입대의 회의와 결정과정을 전 입주민이 언제든지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입대의 회의내용을 실시간으로 전입주민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송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밥법이나 이런 방식이 기자재, 개인정보법 등 현실적인 장벽가 있다면 편집 녹화본이라도 온. 오프라인으로 모두 기록, 보관 그리고 공개하는 방안부터라도 시작해 봄직하다.
결론적으로 아파트 단지가 1인 언론에 의한 '대립과 반목'중심의 나락(那落/奈落)의 여론 전쟁 커뮤니티에서 조화롭고 화목한 공유가치를 지닌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는 핵심은 입대의의 의지와 결정방향에 달려있다. 그 방향은 입대의가 전입주민에게 "얼마나, 어떻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입대의부터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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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주체(위수탁 관리업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입주민의 역할을 국가의 삼권분립으로(정부의 행정권, 국회의 입법권, 법원의 사법권) 비유할 수 있다. 관리업체(행정)는 유지보수, 서비스 관리, 입대의 의결 사항의 집행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입주자대표회의(입법)는 아파트단지의 예산, 정책, 규약&규정 제정. 변경 등을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사법유사)는 순수한 사법부는 아니지만 동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적법성을 보장한다. 또한 선거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한다. 입주민(균형과 감독)은 유권자의 역할을 하며 동대표를 선출하는 동시에 주민 의견 청취투표를 통해 관리업체 변경 등 주요 사안 결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한 국가의 제4권인 '보이지 않는 언론'으로 삼권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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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百花齐放、百家争鸣是1956年至1957年间中国共产党鼓励思想与学术自由讨论的运动,但随后演变为反右派运动,导致大规模知识分子被整肃。백화제방·백가쟁명은 1956~1957년 중국 공산당이 사상과 학문의 자유로운 토론을 장려한 운동이었으나, 이후 반우파 운동으로 변질되어 대규모 지식인이 숙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