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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8. 2022
왜 하필 나에게 이런일이...
[그림책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격리생활] 이까짓 거! (박현주 글 그림)
한가로운 토요일 아침. 딸아이의 친구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딸아이 친구가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고.
전날 열이 나고 증상이 있어서 검사 받으러 간다는 전화를 받긴 했다. 혹시 모르니 미리 준 연락이었겠지만, 마스크도 잘 쓰고 다녔고 어디 다닌 곳이 없다고 하는 등 코로나가 아닐거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더 많이 하니 단순 감기일 거라고 오히려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데 결국 아침에 확진 결과를 받아서 애매하게 역학조사 기간에 속할 수도 있는 딸아이의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낮에는 아무런 증상없이 잘 놀았던 딸아이. 6시부터 슬슬 증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빨리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니, 오늘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나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전날까지 매일매일 스케줄이 있었고, 큰 일을 모두 끝내서 긴장이 풀어지니 그냥 늘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에 우리가족은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다. 다행히 밤 11시 30분까지 검사를 해주는 곳이 있어서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참 편리하고 좋은 시스템이지만 검사소에서 근무하시는 분의 노고를 생각하니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은 검사하셨는지 순식간에 아이들과 라포를 형성하고 아이들이 약간 방심한 틈을 타서 정말 ‘후딱’ 검사를 해주셨다. 그리고 또 건네주시는 뽀로로 비타민. 이렇게 따뜻함이 오고 가는 상황이 세상을 혼란 속에 빠뜨린 전염병 검사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참 속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따뜻함이 남아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밤새도록 결과는 체크하고 전달을 하시는지 5시간이 지나고 새벽에 바로 남편과 아들은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나와 딸아이의 결과문자. 맘카페에서 미리 받아서 알고 있었다. 양성이면 문자가 아닌 전화로 통보를 해주기 때문에 연락이 늦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아침 9시. 예상한 것처럼 수연이와 나는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코로나 확진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살아가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박현주 작가님의 그림책 <이까짓 거>를 꺼내들었다.
마지막 교시의 수업이 한창인데, 한 아이가 밖에만 쳐다보고 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렇다. 비가 내리고 있고 이 아이는 우산이 없어서 집에 어떻게 가야하나 걱정을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우산을 가지고 온 엄마, 아빠, 할머니와 우산을 쓰고 한명, 한명 집으로 향한다. 누구나 한번 쯤은 있는 경험이다. 있을만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 순간을 경험하게 되면 이보다 더 당황스러울 수가 없다. 왜 하필 엄마가 마중나올 수 없는 오늘 같은 날에, 왜 하필 정신없이 나온 오늘 같은 날에,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다. 피할 수도 없는 일이고, 거부할 수도 없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