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마케터 Jul 04. 2021

교감으로 이끌고, 이름 붙여라

브랜드팬덤의 원리(2)

수년전 기업 문화 개선에 유행했던 ‘호프데이’를 혹시 기억하는가? 임직원 상하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활발한 토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만든 이벤트이다. 생맥주 집을 일컫는 호프(Hof)와 희망의(Hope)를 함께 만든 한국식 이벤트인데, 그 취지와는 다르게 참여했던 직원들은 그 자리가 오히려 더 소통하기 어려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평상시 대화 없던 아버지가 갑자기 방에 들어와서, “요즘 너의 고민이 뭐니”라고 갑자기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평상시 소통하지 않던 상하관계에서, 호프데이 같은 한두가지 이벤트로 의사소통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같은 직장내 직원들도 이렇게 의사소통이 어려운데, 소비자와 기업간의 의사소통은 어떨까? 우리는 항상 소통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어떤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배우거나 이해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특히 MZ세대 고객들은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없어서 그들과의 소통은 더욱 더 어렵게 느껴진다.



디지털 세상, 소통의 프로세스가 바뀌었다.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소통의 사전적 정의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했던 고객 소통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밸류커뮤니케이션 노진화 대표는 ‘대개 경영 및 마케팅 분야에서 말하는 소통은 ’소비자 설득‘에 집중돼 있으며, 어떻게 말해야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연구한다. 엄밀히 말하면 양방향 소통이 아닌,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일방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뿐’이라고 했다.



사실 그동안 소비자와 기업간의 관계 자체가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방식도 잘 통했다. 쉽게 말하면 그동안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은 객관식이었다.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필요하면 오프라인 유통에서 제공하는 선택지 안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라는 일방적인 관계가 규정됐다. 선택지인 유통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기만 해도 되므로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광고가 통할 수 있었다.



                                                        

롯데본점 층별안내 _ 일단 백화점 안에 브랜드가 들어가면 소비자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들을 큐레이션(편집)해 제공하는 유통의 힘이 무너졌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세대들은 그들이 관계 규정을 할수 있게 됐다. 온라인 접속으로 인해 무제한의 선택지가 그들에게 주어졌고, 거래로 인한 한계비용 역시 0에 가까워졌다. 더욱이 플랫폼 상에서의 상품 추천은 AI 알고리즘에 의해 그들이 원하거나, 검색하는 상품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제는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의 메세지 전달은 일방적이고, 관심이 떨어진다.


  정리하면 오프라인 유통에서의 고객의 구매 방식은 객관식이었다면, 이제 디지털 구매로직은 소비자의 취향과 생각들이 반영된 서술식이라고 봐야한다. 이제는 소비자가 본인들의 주체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발굴하고, 주변에게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 규정됐던 단순한 기업 - 소비자의 관계를 벗어나, 콘텐츠 등을 통한 교감을 얻고, 그 다음 관계를 맺고, 구매하는 과정들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소통에 앞서서 교감을 일으켜야 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S/W PLATFORM팀 최혜선 수석연구원(갤럭시 UX 담당)은 현재의 디지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은 ‘교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규정된 관계를 받아들이기 보다 본인이 그 관계를 맺는 선택을 한다. 고객들이 자사 콘텐츠를 좋아하고, 공감해야, 브랜드 친밀감이 높아져서 교감이 이뤄진다고 했다.                                                     

디지털에서는 콘텐츠를 통해 교감을 통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


교감(交感)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다. 네이버에서 교감을 검색했을 때 흔히 나오는 이미지는 사람과 반려동물 혹은 부모와 어린아이이다. 이것은 교감이란 의사소통에 앞서서 감각적으로 느끼는 FEELING(감각)이자 친밀감이다. 이 브랜드의 콘텐츠가 나를 이해하고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가? 나를 자극시키는가? 이러한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 교감을 형성한다. 콘텐츠를 통한 교감 활동을 일으키게 되면, 고객을 이끌수 있는(PULLING) 힘이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원동력은 새롭게 규정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팬덤의 시작 ; 관계 형성을 위해 고객에게 이름 붙여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꽃’의 한 부분이다. 존재의 본질은 이름을 가짐으로써 ‘그것’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그것이 팬이나 고객을 지칭하는 이름을 갖게 되면 팬덤은 형성되기 시작한다. 마치 BTS-ARMY와의 관계같은 것이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나의 이름을 불러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디자인 컴퍼니 모베러웍스는 MOTV란 유튜브를 운영하며, ‘모쨍이들’과 함께 공동으로 디자인프로젝트를 작업한다. 처음 회사에 제안이 온 순간부터 방식에 대한 고민,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까지 노동자들인 ‘모쨍이들’과 함께 고민한다. 그들은 뉴발란스, 오뚜기, 롯데월드등과 함께 리브랜딩, 콜라보레이션 작업등을 진행했으며, 모쨍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결과 성공적인 캠페인을 수행했다.


직접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기 어렵다면, 기존 팬덤이 있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생각해볼수 있다. 패션, 뷰티 인플루언서인 ‘밤비걸’은 유튜브 구독자 43만여명, 인스타그램 69만5000명의 매크로(Macro) 인플루언서이다. 그녀는 밤비걸이란 유튜버를 운영하면서, ‘밤순이들’이라는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데, 얼마전 이랜드 신발 편집샵 ‘슈펜’과의 여성용 플랫슈즈를 공동기획하며 완판이슈를 만들어냈으며, 플랫슈즈 이후 썸머 토트백을 런칭하며 완판이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녀의 제품 생산 프로세스는 밤순이들의 댓글로 부터 시작한다. 언니, 소개팅룩 추천 부탁드려요, 여름에 신을 플랫슈즈는 어떤게 좋을까요?‘ 이런 제품 문의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발견한다. 그리고 밤비걸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고, 그러한 과정을 팬들과 공유하며, 기대감을 일으킨다. 팬들은 그러한 과정을 즐기고, 같이 고민하고, 기꺼이 제품을 구매한다. 그녀를 향한 팬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같이 소비하는 것이다.


미국 의사겸 작가인 스콧 펙(M. Scott.Pect)은 인간 의사소통의 궁극적 목적은 ’타협‘이라고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고객들이 의사소통 하는 목적은 나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공동체에서의 생각이나 태도에 영향을 주기 위함이다. 더 이상 일방적인 메세지 전달은 그런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강력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고자 하거든, 우선 고객과 교감을 형성하고, 이름을 붙이고, 관계를 맺어라. 그제서야 고객은 나의 주장을 듣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은 엄청난 영향력이 생길 것이다. 마치 BTS의 메세지, ’러브 유어셀프‘ 처럼 말이다.

이전 09화 콘셉트의 시대는 저물었다. 세계관을 구축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