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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 구두 Sep 12. 2018

 형식은 공모전, 실상은 들러리인 문학상

            

  오래전 문학청년이었을 때,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별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인 줄 알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보다 맑은 영혼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불의를 보면 즉각 항의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정하여도 글을 쓰는 사람만큼은 부끄럽지 않고 정의롭게 살아가는 줄 알았다. 그건 글 쓰는 사람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데서 온 오류였다.      


  상은 힘든 일을 하였을 때나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작업을 해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세상에 다양한 상이 있듯 문학 분야에도 각종 이름표를 단 다양한 상이 있다. 대별하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신인상과 오직 작품의 질 하나만 보고 주는 작품상, 글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협회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모아서 주는 공로상, 그리고 작품의 질과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합산하여 가산점이 높은 사람에게 주는 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종종 애초의 취지와 다른 기준으로 문학상의 수상자가 정해져 공정성에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주최 측에서는 아니라 하지만 누가 봐도 미리 짠 각본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공정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신춘문예와 또 다른 상금을 내 걸고 공모를 하여 수상자를 뽑는 곳에서도 장난을 치는 손이 있다는 소문이 들릴 때도 있다. 물론 블라인드 면접이나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처럼 작품에서 이름표를 제거하고 심사를 하는 공정한 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한 실정이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어떤 상은 주최 측에서 상을 받을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공모 광고를 낸다. 형식을 공모전으로 해서 대외적인 상의 위상을 높이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리고 정해 놓은 사람이 상금을 받으면 전액 또는 일부를 단체에 기부한다. 협회 측에서는 재정을 쌓을 수 있고 실력이 안 되는 작가는 세상에 달고 나갈 꽤 근사한 고급 엑서사리 프로필 하나를 달게 되는 것이니 서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더욱 우스운 것은 그런 부당한 상도 서로 받겠다고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승과 제자라는 연으로, 심사위원과 친밀한 관계라는 연유로, 선후배라는 명분으로 속칭 자기 사람들에게 상을 나눔 하고 있는 것 같은 경우를 종종 느낀다. 그렇게 주어지는 상들에 눈이 먼 사람들은 관계자의 호감을 얻으려 상을 주관하는 협회에 평소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이 눈에 드러난다. 그 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도 언제나 호의를 가지고 다가가 지속적인 장단을 함께 맞춘다. 최영미 시인이 부끄러운 문단의 일부 민낯을 용감하게 고발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상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도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부당하고 부정한 일들이 문단 사회에도 많다.     


 각종 상이 가진 성향과 문제점은 문단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이라면 대개는 알고 있다. 그러니 특정 문학상 공모라는 광고를 보면 정말 공정한 과정으로 행하는 공모인지 실제로는 수상자를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들러리를 모집하는 것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한창 열정을 품고 공부하는 문학도들이다.    


  그들은 광고를 그대로 순수하게 믿고 마감 기일에 맞춰 공모 작품을 쓰느라 힘들게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리고 입상을 하지 못하면 또다시 막막한 도전을 향해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리고 거창하게 무슨 무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온 함량 미달의 작품을, 마치 본받아야 할 수작으로 여겨 모델 삼아 공부하기도 한다. 문단 생활을 적지 않게 한 기성 문인들이야 워낙 내성이 생겨 상처에 무덤덤할 수 있지만 열정 하나로 문학을 향해 힘들게 고군분투하는 문학도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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