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홍 구두 Oct 03. 2018

남의 집 쓰레기통을 자기 것인 줄 아는 사람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올 때였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차 안에서 적지 않은 쓰레기를 매장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고 있었다. 꽤 커다란 비닐봉지와 또 다른 잡다한 것들을 버리는 게 보였는데 양이 적지 않았다. 아마 작정하고 집안에 있는 쓰레기를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쓰레기통은 당연히 쓰레기를 버리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쓰레기통 주변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을 버리라고 마련해 둔 것이지 집에 있는 쓰레기까지 가져와서 버리라고 놓아 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지 않은 쓰레기를 마트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을 보니 오래 전, 우리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은 마당이 상당히 넓었다. 반면에 회사에서는 밀려드는 일감으로 인해 자리가 좁아 곤란을 겪을 때가 많았다. 해서 회사에 자리가 부족할 때는 집 마당으로 일감을 옮겨 와서 작업을 하던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해야 하는 작업을 집으로 옮겨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래처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또 사람이 자주 드나들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이 모여서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생긴다. 거래처에서 오는 손님들이라 소홀히 할 수 없어 늘 음료수라든지 간단하게 대접할 수 있는 간식들을 준비해 둬야 했다. 그러다보니 손님들에게 드리는 음료수 병과 캔, 종이컵 등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쓰레기들이 늘어났다. 우리 가족이 생활하면서 나오는 쓰레기에 거래처 손님들이 드나들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보태지자 날이 갈수록 양이 많아졌다. 당연히 할 일이 많아졌고 그 몫은 고스란히 내 차지였다.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수시로  쓰레기들을 분리하여 버리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궁리 끝에 캔류, 병류, 종이류 등의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구분해 담을 수 있도록 큰 플라스틱 통을 여러 개 놓아두기로 했다. 철물점에 가서 큰 플라스틱 통 여러 개를 사 와서 각각의 통에 쓰레기 종류의 이름표를 붙여 분리하여 버릴 수 있도록 해두었다. 애초에 구별하여 버리면 따로 분리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쉬울 것 아니겠는가. 더불어 마당 한 귀퉁이에는 종이류 같은 간단한 것은 태울 수 있도록 헌 드럼통도 준비를 하여 만들어도 두었다. 사람이 드나들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 현황을 서류로 설명한다든지 또는 메모를 해야할 일들도 생겨 종이 쓰레기도 적지 않게 나왔다. 지금은 종이류를 태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종이 같은 것은 태워도 제재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내 바람과는 달리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쓰레기를 조금 편리하게 버리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해낸 그 방법이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특정 상황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판이하게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을 쓰레기통에서도 배웠다. 마당에 쓰레기를 분류하여 버릴 수 있게 커다란 통을 놓아둔 것을 본 거래처 손님들은 그때부터는 어디서 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온갖 쓰레기들을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자신의 차 안에 있던 쓰레기는 물론이고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쓰레기들도 한 뭉치씩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쓰레기를 좀 쉽게 버리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마련해 둔 쓰레기통들이었는데 거래처에서 오는 손님들은 무슨 쓰레기든 가져와서 버려도 되는 것쯤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심지어는 종이류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는 애매한 종류의 쓰레기들을 가져와 태우기까지 하였다. 그것들은 타면서 시커먼 연기를 공중으로 뿜어 올렸는데 차마 말은 못 하고 애를 태워야 했다. 게다가 그것들은 고약한 냄새까지 풍기는 것으로 보아 플라스틱이나 비닐류인 것 같았다. 가만 내버려 두었다가는 환경오염을 하고 있다는 고발을 당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좀 편하자고 생각해 낸 방법이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버린 꼴이 된 것이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철면피 같은 행동 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말아도 될 일이었으나 거래처에서 오는 손님들이다 보니 뭐라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안타깝지만 쓰레기통들을 모두 없애버리기로 했다. 마당에 있던 큰 플라스틱 통들을 포개어서 집 뒤쪽으로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예전처럼 쓰레기통 하나만 남겨 놓았다. 종이를 태울 수 있도록 만들어 둔 녹슨 드럼통도 치워버렸다. 다음날,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온 손님이 당연히 있어야 할 쓰레기통이 없어진 것을 보고 쓰레기통이 왜 안 보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만에 하나라도 눈치재치 못하게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다. 쓰레기통을 여러 개 두니 하도 지저분해 보여서 치워버렸다고 했다. 그러니 앞으로는 쓰레기를 들고 오면 버릴 데가 없다는 말로 그만 가져오라는 눈치를 줬다. 그러나 그게 눈치를 주는 것인지 알아챈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전 04화 TV에서 튀어나오는 개새끼와 몽둥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