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날 아침. 우리는 자전거를 끌고 숙소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후에 우리는 자전거를 끌고 부산 사하구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다. 그렇다. 자전거를 탄 게 아니라 끌고 갔다. 우리는 자전거 타기에 목말라 있었다. 질주에 굶주려 있었다.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돌리고 싶었다.
부산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틀 정도 준비를 하는 기간이 있었다. 우리는 10월 4일 부산에 도착했고, 10월 5일은 부산 구경도 하고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위한 준비도 했다. 출발을 위한 숨 고르기. 10월 6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하굿둑으로 가야 했다. 타고 가야 했다. 그런데 타고 갈 수가 없었다.
우리가 부산에서 묵었던 숙소 위치는 감천문화마을. 하굿둑 인증센터까지 경로를 확인해 보니 자전거로 30분 정도 거리. 9시쯤 나서면 9시 30분쯤 도착하겠지. 국토종주 인증 수첩을 구입한 후에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출발하면 될 거야. 그런데 문화 마을에서 나서고 보니 다음 길목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였다. 맞아. 이 마을은 산을 깎고 거기 세워진 거였어. 자전거 도로가 놓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안전을 위해서는 끌고 가야 했다. 자전거를 타자면 차도 가장자리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안전은 타협 대상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끌고 30~40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평지에 닿았다. 이런. 거기서부터는 시내였다. 버스를 비롯한 차량들이 도로에 한가득. 인도에는 사람이 한가득. 신호등에, 횡단보도에... 위험하기도 했지만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계속 멈춰야 했다. 안 된다. 여기서 일렬로 자전거 타면 바로 SNS에 올라간다. 얘들아, 계속 끌고 걷는다.
자전거로 30분 거리. 약 8km 정도. 이 거리를 도보로 걸으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약 4km 정도. 좀 빠른 걸음으로 하면 5km도 가능할 거다. 7명이 자전거를 끌고 걸으면 얼마나 필요할까. 못해도 두 시간 반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그날 자전거 끌고만 두 시간을 걸었다. 이 시간을 자전거로 달렸으면 20km 가까이 이동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 국토 종주 시작점에 도착도 못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아, 지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걸. 두 시간 동안 자전거 끌고 걷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앞으로 70km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진땀이 났다.
어느새 하굿둑이 바로 앞이었다. 차도 사람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는 천천히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회전목마를 탄 것처럼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두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렇게 두 시간을 내리 걸으면서 우리는 자전거 타기에 갈증과 굶주림을 제대로 느꼈다.
인증수첩을 구매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이제 진짜 출발. 시작점을 지나면서부터 그 배고픔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달릴 수 있다는 쾌감과 만족감. 우리는 모두 신이 났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그런데 그날 저녁이 다 되도록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질주에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굶주림이 결국 한 가지 사건을 만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