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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Mar 17. 2022

불필요한 애정

안녕, 나의 칼랑코에

나는 칼랑코에를 키운 적이 있어. 선물받은 거였는데, 생각보다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아서 일주일에 물 한번만 주면 금세 자라난다고 하더라.


처음받은 꽃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나는 잘 키워보려 애썼어. 분갈이도 해주고 흙도 바꿔주려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몰라. 그런데 이 꽃 일주일이 조금 넘자 점점 시들어가더니 결국 죽었어. 물과 햇빛을 주고 영양제마저 꽂아줬는데 시들더라.


슬펐어. 내가 얼마나 많은 애정을 들였는데 시들어버리는 꽃잎이 야속하기만 했어. 그 꽃이 완전히 지고 시들어 죽어버렸을 때, 그제서야 깨달았어.


내가 그 꽃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주고있었음을.



웃기지? 그 꽃을 사랑해서 물도, 햇빛도 영양제도 모두 넘치도록 주었는데 결국 그 모든 애정이 칼랑코에에게는 독이었던거야. 적은 물로 잘 살아가는 칼랑코에에게 너무 많은 물과 햇빛을 쬐게하고 의미없는 영양제까지 꽂아줬으니 당연히 시들어버릴 수밖에 없던 일이지.


그 사실을 너무나 늦게 알았어. 정말, 너무나 늦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나더라. 네가 그 칼랑코에를 닮았다고 말이야. 수많은 애정과 사랑을 너에게 주었는데 너는 단 한번도 필요로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어. 나는 또 다시 말라 죽인거야. 애정이라는 단어로 독이되는 것들을 수도없이 뿌려 너를 시들게 만든거야.


미안. 뒤늦은 사과를 한다해도 네게 닿을 수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사랑으로 죽어가던 네게 정말 미안해.



쓸데없는 것들로 꽃을 죽인 정원사는 이제 사라져야만 하겠지. 더 많은 칼랑코에를 죽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이 편지가 당신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소식일거야.


칼랑코에는 작은꽃을 피우지만 다양한 색을 가지고있어. 활짝 만개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 그 작은 것들이 피어나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나까지 활짝 핀 꽃이 되는 기분이었어. 향은 강하지 않지만, 꽃마저도 아주아주 작지만. 모인 꽃잎은 말도못하게 아름답더라. 마치 당신처럼.



잘살아. 당신에게 맞는 흙과 비료를 찾아. 두번다시 나처럼 형편없는 정원사를 곁에두지말고.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줘. 내가 당신에게 남기는 마지막 부탁이야.


진짜 안녕. 나의 칼랑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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