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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빌리 Oct 25. 2021

IT's just 산행 후 짧은 메모

비오는 한라산을 다녀온 후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

   "그냥 뛰는게 무슨 재미야?"

2021년에 유산소형 인간이 된 내게 은근히 들려오는 말들. 과거에 내 입에서 나왔던 말들이기도 하다. 

공을 쫓아다니는 구기종류의 운동은 좋아했지만, 함께 하는 게임도 아니고 혼자서 아무것도 없이 무슨 재미로 하나했던 달리기와 등산, 거기에 자전거 라이딩까지 유산소형 취미들이 나에게 왔다.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을 겪으면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 속을 괴롭히는 일을 처음 겪으며

나는 나쁜 생각들을 막기 위해 걷고 뛰고 오르기로 결심했다. 제멋대로 뒤죽박죽 엉켜버린 인생과 머릿 속을 정리하기 위해서인지, 도망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 채 그저 발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덕분에 피폐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를 얻게 되었으니 나쁘지 않은 자기 방어 기제였으리라


서울에 있기 힘든 날 제주에 내려가 한라산을 올랐다. 

가랑비가 내리는 안개 낀 한라산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며 드는 뻔하면서도 유의미한 생각을 잊지 싫어 메모로 남긴다. 


#짐- 기나긴 산행에 필요한 건 물 두세통, 간단한 점심과 당을 보충할 군것질 거리들

중간 보급처가 없는 긴 산행에 나설 때엔 전략적 짐싸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량의 짐의 부피와 무게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사이의 적당한 균형. 이 또한 밸런스

욕심이 지나쳐 짐이 무거우면 산행에 피로감이 배가되며 고통스럽고, 무게를 줄이려 필요한 물등을 적게 가지고 가도 몸이 일찍 지치긴 매한가지. 산행은 짐을 꾸리는 과정부터 스스로에 대한 고찰로 시작된다. 


#. 한걸음-가파른 경사의 계단 또는 오르막 길을 보며 뇌는 한숨을 짓지만, 발걸음을 거기서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 도착해 있다. 때론 너무 먼 곳을 보면 까마득한 막막함에 휩싸일 수 있지만 

착실한 한걸음 한걸음, 멈추지 않는다면 어느새 가고자 했던 지점에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무 먼 곳을 보기보단 눈 앞에 한걸음, 스스로 좁은 시야에 집중키로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다 보면 언젠간 이르고자 하는 곳에 가 있을 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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