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다가서는 소프트웨어

by 박동기

요즘은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된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노화가 진행이 되었는지 그림을 보면 마음이 평온하고 따뜻함이 밀려온다. 좋은 그림을 보면 힘들었던 것들에서 벗어나 치유가 된다. 나는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작품을 좋아한다. 그 그림을 보면 그냥 힐링이 된다.


2년 전에 북촌 옆에 서울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분홍색의 단순한 그림이었다. 그림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단순한 분홍색으로 한쪽 벽면을 칠해놓은 그림이었다. 지금까지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좋은 그림인가 보다. 옆의 관계자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아파트 한채 값이다. 10억 가까이한다고 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에 어느 누군가는 그 가치를 사 갈 것이다.


개발자 엔지니어로서 그림과 같이 힐링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첫째로, 시니어들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소프트웨어가 좋다.

시니어들에게 비타민과 같은 상큼한 희망을 주는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한다. 버그가 많아서 사용자를 더 노화를 시키면 안 된다. 비타민과 같은 상큼한 희망을 주려면 인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버튼 하나를 구성할 때도 사용자가 얼마나 편할지 불편함은 없는지 살피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시니어들이 IT 기술로부터 소외를 받고 있다. 시니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좋은 소프트웨어이다.



둘째로, 김치처럼 친근하고 정겨운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한다.

4차 혁명과 인공지능 등의 용어로 마치 IT 기술이 인간과는 거리가 먼 우주의 이야기처럼 부담감을 갖는 소프트웨어가 되면 안 된다. 소프트웨어는 인간과 멀어지면 안 되고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처럼 친근해야 한다. 너무 기계적이지 않고 김치처럼 한국적이고 감성이 들어가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바라볼 때 예전의 산수화를 보는 것처럼 정겨워야 한다.



셋째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자주 사용하도록 미련이 남는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한번 실행하면 집중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한번 사용한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련이 남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에 감성과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 줄 한 줄 코딩을 할 때 사용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며 코딩을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자기만의 세상으로 블랙홀처럼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자기만의 기술 세계에 빠져서 사용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본인만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실패한다. 이것은 연구용이거나 테스트용으로만 사용되다 폐기될 것이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미련을 갖게 하려면 개발자의 철학과 감성이 들어가야 한다. 인간을 위한 따뜻한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 소스 코드 한 줄에도 사용자를 감동시키기 위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본질적으로 철학자이면서 예술가이다. 좋은 그림이 사용자를 감동시키는 것처럼 소프트웨어도 사용자를 감동시켜야 한다. 인간에게 다가서는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집중을 하고 다시 미련이 남아 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넷째로, 단순함의 가치를 소프트웨어에 심어 넣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외쳤던 "Simple is the best"가 좋다.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는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동작시키는 단순함에 있다. 디자인에도 인문학적인 철학이 있다. 단순함과 소박함이 있는 백자처럼 소프트웨어에는 순백함이 있어야 한다. 나는 백자의 담백함을 상상하며 뒷 배경에는 흰색을 주로 사용한다. 아무리 좋은 LCD 라 할지라도 담백함이 주는 User Interface 가 사용자에게 더 사랑을 받는다. 지나친 화려함은 더 촌스럽게 느껴진다. 개발자가 상상을 하고 그리면 바로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개발자는 소프트웨어에 그런 가치를 불어넣을 줄 알아야 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 혼을 불어넣으며 도자기를 굽듯이 코딩을 한다면 사용자에게는 기억이 남는 소프트웨어가 된다.


어떤 디자인을 넣을까? 본인이 디자인이 안되면 디자인 전문가를 이용해서 더 심플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혼자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넣어서 융합을 하고 판단은 최대한 인간에게 편안함을 주는 디자인으로 가야 한다. 보통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다지인을 잘하지 못한다. 코딩할 시간도 없기에 디자인까지 할 시간은 없다. 그 대신 어떤 방향으로 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디자인 적인 감각은 갖고 있어야 한다. 옷을 입으며 코디를 매일 연습하듯이 자꾸 하다 보면 좋은 디자인이 계속 떠오를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해서 디자인이 남의 일 인 것처럼 하고 코딩만 하고 있으면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평생 옷도 거지같이 있고 다니는 사람과 같다. 자기 옷이 최선일 줄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처럼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그리고 버전업이 될수록 기능과 디자인도 계속 발전을 해야 한다.


어릴 적 똘감 나무에 단감나무를 접붙여 본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접붙인 단감나무가 튼튼하게 자랐다. 봄에는 집 뒤꼍 장독대에 노란색 감꽃으로 떨어져 그것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가을에는 접붙였던 감나무에서 단감이 열렸다. 이것처럼 차가운 소프트웨어에 인간미와 감성을 접붙여야 한다. 그 접붙임을 통해서 달디 단 감이 열린 것처럼 소프트웨어에 따뜻한 인간미를 접붙이면 힐링이 되는 소프트웨어의 열매가 열릴 것이다.


그림과 같이 사람에게 힐링을 주는 소프트웨어는 하나의 작품이 될 것이다. 사람에게 다가서는 소프트웨어가 진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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