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보니 핵심 인력이 하나둘씩 연속적으로 퇴사하는 중이란 말입니다?
아무리 광고홍보 업계가 이직에 관대하다지만, 그래도 한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진득하게 경험하는 것은 PR인(홍보맨) 혹은 마케터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브랜드 론칭, 즉, 시장에 신규 브랜드를 데뷔시키고 포지셔닝을 잡아가는 IMC 전략과 실행에 역량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근거는 세 개의 스타트업에서 전략적인 PR을 했던 경험입니다. 재미있게도 시리즈 C> B> A 순서로 스타트업씬에서 약 4년간 있었는데요.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인정받았고,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단계에 있었지만(!) 신규 BM의 필요성을 늦게 깨닫고 신규 사업 모델을 만드는 스타트업 (시리즈 C)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만드는 SaaS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시장 내 경쟁 플레이어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스타트업 (시리즈 B)
그리고 최근 근무했던 곳은 시리즈 A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몰빵 하지 않고 각 산업영역(건설, 건축, automobile)에서 AI기반의 제품(프러덕트)을 만든, 꽤 선택과 집중. 분산을 잘했던 스타트업 (시리즈 A)이었습니다.
한 곳의 스타트업에서 시리즈 a, b, c를 모두 경험하며 성장했더라면 어쩌면 더 큰 브랜드 마케팅 자산을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각 스타트업에서 저는 각각 1년, 최대 2년까지. 총 4년 동안 근무해 왔습니다. 1년 조금 넘은 이후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의 경력 개발과 제가 다루는 홍보 마케팅 영역을 확장하며 올라운더(all-rounder)가 되고 싶었던 의지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환경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자금 유입이 어려웠던 경우도 있었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으로 시작한 탓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적절한 보상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연봉을 찾아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 갈 곳을 정해두지 않고 '경력휴식기'를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어로는 inbetweenjobs라고 하죠. 나름 알차게 보냈습니다. 3개월 동안 이런저런 강의도 듣고 여행을 다니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더군요. 돈이 없어졌습니다.(ㅎㅎ..)
이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포트폴리오에 최신 경험과 경력 휴직기 때 개발시킨 프러덕트 마케팅 역량, 좀 더 촘촘해진 브랜드 마케팅 인사이트 등을 반영하다 보니, 문득 잦은 퇴사 때문에 서류 합격률이 더 떨어질까 봐 두려워지더군요.
나름 고연차라 할 수 있는 10년 차의 브랜드 마케터이자 언론홍보(사실 저의 메인은 언론홍보입니다. 국내와 해외 언론홍보를 둘 다 커버할 수 있지요), 콘텐츠 마케터를 보는 인사팀의 시각. 까다롭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특히 10년 차에게는 많은 비용을 들여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잦은 이직은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것입니다.
서론이 많이 길었죠. 그래서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기업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퇴사 사유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요즘 구직시장이 굉장히 힘든데, 저처럼 어쩌다 보니 이직을 자주 해서 company loyalty를 의심받을 수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회사의 핵심 인재가 지속적으로 이탈하면서 조직 내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이 현저히 저해되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당시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인력 이동을 넘어서, 내부 리더십 체계와 장기적인 비전 부재를 반영하는 신호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제 개인의 전문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조직에 기여할 기회를 모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갖춘 환경에서 제 역량을 극대화하며, 동시에 조직의 장기 발전에 함께 기여하고자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실제 저에게 있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입사하고 보니 기업에서 소위 '에이스'라 불리는 팀 멤버(한 명이면 안됩니다. 뛰어난 단 한 명에게 의지하는 조직은 매우 위험합니다.)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과 함께 일할 실무 멤버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고,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른 곳을 고사하고 입사했는데. 놀랍게도 유능한 팀원들이 모두 퇴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퇴사사유는 자칫 회사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나 부정적인 경험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1. 핵심 인재 또는 핵심 팀 전체의 이탈이 조직 전체의 안정성과 미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인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2. 퇴사를 감정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커리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커리어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의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안타깝게도 광고홍보업의 작은 회사들, 스타트업씬에서 근무했다 보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이미 탄탄한 BM이 갖춰진 곳보다는 조금 불안정한 환경에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얻게 된 장점으로는 빠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세상에 없던 제품(프러덕트)을 시장에 론칭시키는 것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조금 뾰족한 강점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서, 부연설명을 해볼게요. 다양한 회사에 합류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산업 분야, 그리고 다양한 BM과 제품을 타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양질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탁월합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타트업씬에서 근무하며, 혹은 홍보대행사에서 스타트업 홍보 대행을 맡으며 세상에 없던 제품을 시장에 데뷔시키는 일을 도합 5년 동안 반복적으로 했습니다. 덕분에 프러덕트 론칭(SaaS 등), 신제품 포지셔닝 및 시장 진입시 무엇을 해야 할지. 일명 '신규 제품 론칭을 위한 to do list'가 생겼고, 운이 좋게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죠. 브랜드 론칭, 즉 앞단에 대한 노하우는 있지만 '브랜드 지속성' 혹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꾸준히 관리하고 지원했느냐'의 측면에서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다행히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홍보대행사 시절, 유한양행 '뉴오리진'의 경우 루틴한 언론홍보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인지시키고 브랜딩을 강화했습니다. '팜덕'이라는 브랜드로 익숙하신 '다향오리'의 언론홍보 리테이너도 대행사에 있는 동안 맡았는데요. 다양한 앵글로 브랜드가 경쟁사들보다 더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전략적인 언론홍보를 실행해왔죠. 다만, 평화롭게 근무하던 당시 회사의 핵심인력과 팀이 빠져나가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불안정해지는 환경 탓에 저 또한 전문성을 더 안정된 환경에서 쌓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만두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경력휴식기 이후 저는 한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장기적으로 헌신하면서 브랜드 지속성 관점에서 저의 PR 및 콘텐츠 역량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의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있어요. 조직이 제공하는 성장 기회와 저의 커리어 목표가 일치하면 더더욱 좋겠지요.
돌아와서, 퇴사 사유로 이야기할 때 구체적인 숫자로 이야기 해주셔도 좋습니다. '조직에 300명이 있었고, 키(key) 역할을 하는 40명 정도의 법인에서 10명의 핵심인력이 이탈하는 것을 경험했다. 팀의 연속성과 프로젝트의 일관성 역시 크게 저해된다고 느꼈다. 고객사에게 PR서비스를 제공하는 AE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고객사 담당 AE 변동이 크게 있지 않고 신뢰관계를 꾸준히 구축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혼돈의 시기에 근무해서 나 역시 장기적으로 조직을 위해, 그리고 고객사를 위해 일할 때 불안감을 느꼈다.' 정도로요. 차근차근 설명하면 충분히 설득되는 퇴사 사유입니다.
예상할 수 있는 면접관의 역질문,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개인적인 답변을 예시로 들어본다면,
1.핵심 인재들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 당시 회사에서는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본인은 혹시 대응한 점이 있는지? (리더십 레벨의 경우 f/u질문 대비)
- 당시 조직에서는 핵심 인재 이탈 문제를 인지하고 일부 내부 워크숍과 개선 논의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인재 유지 정책이나 장기 전략에 대해서는 미흡했습니다. 홍보에서 위기관리(risk management)의 경우에도, 위기가 이미 발생한 다음에 대처하면 늦었듯이, 아쉽게도 퇴사 러쉬가 시작되고나서야 해결책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대리 연차로, 문제를 직접 해결할 권한은 없었지만, 고객사에게 중요한 부분은 담당 AE 교체입니다. 아무래도 어수선하면 고객사에서도 홍보대행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남은 인력에 대해서라도 최대한 퇴사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의가 있을 때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기적인 피드백 세션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냈습니다.
2. 우리 회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럼 우리 회사에는 어떤 안정성과 성장가능성을 기대하시나요?
- 저는 장기적인 커리어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잦은 이직이 저의 리스크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커리어 개발을 위해 저 또한 회사 선택을 심사숙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입사 전이라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제가 느끼는 00회사는 명확한 비전과 체계적인 인재 육성, 그리고 직원 간의 협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콘텐츠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는 지금까지 쌓은 글로벌 PR 전략과 콘텐츠 마케팅 경험, 그리고 팀 리딩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브랜드 가치와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직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지속적인 피드백과 성장을 도모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점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퇴사 사유는 사실 개인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조직에서 목격한 문제로 인해 자의반 타이반으로 퇴사를 결심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직무 전환을 위해, 다른 산업을 경험해보기 위해 등 저마다 다른 사유로 퇴사합니다. 다만, 재직하고 있는 조직에서 퇴사러쉬 바람이 불면, 재직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흔들리기 쉽습니다. 물론 버티는 것이 정답일 때가 확률적으로 더 많습니다. 다만, 어떤 특정 팀, 특정 멤버들 보고 입사한 상황이라면. 조금은 더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환경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퇴사는 자치샇면 문제 상황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따라서, 문제 상황에 대한 감정적인 비판보다는, 과거 그런 환경을 경험하면서 1) 무엇을 배웠고, 2)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나의 직업관, 커리어 관이면 더 좋겠죠.)에 초점을 맞추면 원하는 회사 합격에 가까워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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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죠?
원래는 구직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 브런치 연재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적극적인 구직활동의 일환으로 저의 10년 커리어를 정리할 겸 '커리어'를 주제로 저의 생생한 사례를 한 스푼 더해서 연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의 첫 브런치북이 지난 10년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새롭게 다지는 마음가짐, 가치관의 변화라면, 이번 브런치북은 '커리어관(觀)'을 정리하고 앞으로 쭉쭉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매콤하기보다는 우리 모두 하고 싶은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저의 짧지만 긴 10년 직장생활 사례와 함께 들려드리려고 해요.
무려 주 2회,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브런치에서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연재하는 동안 장기근속을 할 수 있는 좋은 팀원들이 있는 회사를 만나길 바라며,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런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앞으로 한 팀의 일원으로, 기업 비전 실현하며 좋은 팀원들과 협업하며 기업 성장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open to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