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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Nov 20. 2020

책으로 시작하여 서울로 여행

한국, 서울 

책을 따라, 친구와 서울 여행


대만 친구 야루의 제안으로 4박 5일 서울 여행을 갔다. 나로선 16일간의 동남아 여행에서 다녀온 지 일주일 뒤였다. 계획에 없던 이 여행은 친구의 제안 덕분에 떠나게 되었지만, 새롭게 나를 발견하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기에 종종 등장하는 친구인 야루는 나와 미국에서 교환학생 때 만난 인연이다. 내가 대만으로 가서 그녀를 만나 여행한 지 4년 만에 서울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오후 늦게 서울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해가 지기 직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간에 서울에 도착했다. 일을 마친 친구와 만나 같이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한국음식 중 가장 먹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다. 소화시킬 겸 걸으며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서 좋아하는 책 속에 파묻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오후 늦게 시작한 첫째 날 여행이 순식간에 흘러갔지만, 이후의 하루하루들이 무척 기대되는 밤이었다. 


그러고 이틀은 서울도서전에서 보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는 도서전 안에서 일하러 가고, 나는 방문객의 입장으로 그 안을 열정적으로 둘러보았다. 다양한 출판사 부스의 책을 독자의 마음으로 바라보니 참 좋았다. 하루는 도서전 문 열 때 들어와서 문 닫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머물렀는데,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경험을 처음 해보기도 했다. 한 번 입장한 후 나가면 재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나는 내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스로 가늠해볼 수 있던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책 읽는 걸 참 좋아한다. 책을 주제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도 신기했고, 책을 매개로 재미있는 행사가 많아서 지나가다가 들르면 그 자체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친구가 마련해준 대만 에이전시와도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는 등 하나하나 새롭게 좋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온전히 서울을 여행했다. 해가 가장 긴 날, 하지에 경복궁 야간개장을 보러 갔다. 도서전을 마치고 지옥철을 타고 힘들게 갔는데, 긴 해를 기다렸다가 본 야간개장은 기대보다 더 멋졌다. 우리나라 궁궐을 밤에 둘러본다는 경험 자체가 처음이어서 무척 설레고 기대되었는데 그 이상으로 멋진 풍경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외국인 친구 두 명과 가서 우리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자부심을 더 가질 수 있었다. 또 우리는 주말에는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 해가 저물어가는 한강변에 앉아 자전거를 타고, 반포 한강분수를 보고, 서점을 구경하고, 홍대에서 밥을 먹었고, 강남거리를 걸었다. 우리 여행에는 책과 서점이 빠지지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또 이번 여행의 숨은 주인공은 내가 가져 간 소중한 노란색 표지 책, 인생기차이기도 했다. 친구가 마련해준 여행이었지만, 내가 더 설레고 즐거웠다. 이 여행을 계기로 서울이 더욱 가까워졌다. 그렇게 이 경험을 딛고 2019년에는 서울을 매달 여행하며 더욱더 친숙하고 가깝게 이 도시를 여행했다. 서울은 참 멋진 도시다. 그걸 알아가는 일을 조금 시작한 기분이다.


2018, 서울,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경복궁 야간개장에 방문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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