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영어를 잘한다가 아닌 영어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결혼 전에 영화로 영어공부하는 커뮤니티에서 부운영자를 했었다.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서 자막없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에 열심히 공부를 했다. 수원에서 이대를 매주 오가며 주말마다 영화를 공부했었다. 무슨 자격을 따려는 것이 아닌, 배우는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하던 시간이었다. 영어실력을 거론하면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취미가 영어공부예요’라고 스터디에서 만난 친구랑 서로를 묘사하며 웃고 떠들던 즐거웠던 날들이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하나의 세상이 나에게 열리는 것과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고, 전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어 공부하는 걸 즐긴다. 동시통역이나 번역기가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나는 많은 언어를 배우고 싶다.
학창시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겼다. 한 살 어린 동생은 더 격하게 즐겼다. 그녀는 일본어 공부를 제대로 열심히 했고, 일본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이나 다녀오기까지 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즐기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외우고, 좋아하는 대사를 읊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일본어를 기억에서 꺼내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어는 스터디 그룹을 찾기가 어렵고, 다른 일로 바쁜 시절이라 자격증 공부로 환경을 설정하고 문제집을 가져다 풀었다. 어설프게라도 일본어능력시험 2급을 성취한 기쁜 경험을 하고 나선 기억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사라져갔다.
나의 일본어가 다시 깨어난 건 호주 여행중이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머물 때,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들과 일본어로 한두 마디씩 의사소통하는 게 참 재미졌다. 귀국하고 몇 달 후, 일본에 찾아가 친구의 가족을 만났을 때에도 요긴하게 쓰였다. 대단한 말은 없었다. 그저 인사말과, 배고프다, 즐겁다, 신상 소개 정도. 그것만으로도 일본어 공부해 둔 게 무척이나 뿌듯했다.
아이를 키우는 정신없는 시절을 지내고 조금 살만해졌을 때, 우연히 블로그 이웃이 하는 여행 스페인어 수업을 발견했다. 한 달 코스였는데, 재밌어보여서 겁없이 도전했다. 스페인어의 세상은 또 어찌나 넓고 새로운지. 이제는 유투브에 교육컨텐츠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기에 운전하면서도 알파벳 송을 들으며 연습하고, 간단한 여행 회화를 위해 기초 문법을 공부했었다. 한 달 공부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난 지금 내가 기억하는 스페인어는 몇 마디 안된다. 단어 몇 개가 끝이다.
그리고, 프랑스어도 공부했다. 정말 쉽게,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사서 아침마다 딱 15분만 공부하자고 도전했었다. 스페인어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프랑스어는 참 어렵게 느껴졌다. 마흔을 넘겼으니 내 뇌세포도 많이 굳은걸까? 다른 할 일들에 밀려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었다. 프랑스어 알파벳이라도 알아두었으니 다행이다. 호주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가 나에게 프랑스어 알파벳을 알려주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이십대였는데도 힘들었으니 프랑스어는 나에게 허들이 좀 높은 언어인가보다.
이랬던 나이니, 훌라를 배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하와이어에 관심이 쏠렸다. 강사님이 나눠주신 노래가사의 부호들이 신기해보였다. 그래! 하와이어를 공부해봐야겠어! 그런데, 하와이어는 교재도 없고, 교육 콘텐츠도 없다. 훌라 노래 가사로만 공부를 해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스페인어 공부를 위해 잠시 사용했던 외국어 학습 앱을 들춰보니 그 안에 하와이어가 있었다. 와우!
듀오링고라는 앱이었는데, 타 언어에 대비하면 코스가 참 빈약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하와이어를 익힐 수 있다니 기쁜 마음에 겁없이 덤볐다. 하와이어는 어순이 정말 특이하다. 난 신기한 사람이기도 하지. 세상에서 많이 발견할 수 없는 희귀한 언어를 공부하는 기쁨이 컸다.
하와이어는 동사-주어-목적어(VSO) 형식의 언어다. 세계에서 이 어순의 언어는 18%라고 한다. 자음은 7개뿐이고 모음은 다른언어랑 비슷하게 5개지만, 장모음이 따로 구별된다. 그리고 성문파열음이라고 하는 하와이어에만 있는 ‘오키나’okina’ 라고 부르는 발음이 있다. 음을 딱 끊어주는 건데, 진짜 진짜 낯설다. 언어학적으로 하와이어를 설명하기엔 나라는 사람은 적절치가 않다.
몇 달 동안 듀오링고를 통해 열심히 공부했다. 짬짬이 게임처럼 익히고, 한번 씩 노트에 정리해가면서. 그렇지만 참 어려운 언어였다. 연관되는 말도 느낌도 전혀 없으니 계속 이어나가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하와이에서도 0.1%만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계속 보존시키려 애쓰지 않으면 언젠가 훌라댄스 곡에서만 사용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여기 제주에서도 제주어가 그러하듯이, 귀한 문화유산을 일부러 남길 수 있게 노력해야할 것 같다.
지금 기억나는 문장은 Pehea ‘oe. 뿐이다. How are you? 라는 뜻. (혹시 틀렸을까봐 검색해보니 역시나 틀렸다. 자신있게 ‘oi라고 써놓은 나. 얼른 고쳤다.) 기억하는 건 Mahalo (고맙습니다.) 뿐인걸로 해야겠다. 사랑해가 하와이어로 뭘까를 검색해서 하와이어로 사랑해를 말하는 18가지 방법을 찾았다. 읽어봐도 잘 모르겠고, Aloha가 거의다 들어간다. 하와이에서는 알로하와 마할로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하와이어를 새발의 피만큼이라도 공부했었어서. 훌라댄스 곡의 가사를 볼 때 어떤 느낌인지는 조금 느껴진달까? 그러면 되었다.
참고 : 18 Ways to Say “I Love You” in Hawaiian
Aloha (Love)
Aloha kāua (Used as a greeting to one person. It means, “May there be friendship or love between us.”)
Aloha kākou (This greeting means the same thing but is addressed to a group.)
Ko`u aloha (My Love) or Ia iho ke aloha (To my love)
Ku`u Lei (My beloved)
Ku`uipo (Sweetheart)
Kipona aloha (Deep love)
Nau ko`u aloha (My love is yours)
Aloha nui loa (All my love)
Na`u `oe (You’re mine)
Ia iho ke aloha (To my love)
Me ke aloha pumehana (With the warmth of my love)
Ka honi mai me ke aloha (And with love is a kiss)
Ma'ane'i no ke aloha (For love is here and now)
Ko aloha makamae e ipo (Sweetheart, you are so precious)
`O ku`u aloha no `oe (You are indeed my love)
Aloha no au ia `oe (I truly love you)
Aloha aku no, aloha mai no (I give my love to you, you give your love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