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미팅
대책회의가 끝난 후, 나는 법무법인 북극해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 변리사에게 전화했다.
녀석은 나와 대학 동기생으로 대학 재학중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서, 졸업 후 국내유수의 법무법인인 북극해에서 변리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야, 필승아! 네가 왠일로 전화를 다 하고 그러냐, 오랜만에 술 한잔할까?"
"민혁아! 술도 술이지만 특허소송 관련해서 물어볼 것이 있어서… 오늘 저녁 시간되냐?"
나는 자초지종을 친구인 민혁이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나는 한국 사건만 관여해봤지, 미국 특허소송은 지원만 해봐서 실무는 잘 몰라. 우리 로펌에서 같이 근무하는 미국변호사가 있는데, 미국 특허소송 경험이 많은 분이야. 오늘 시간이 되시냐고 물어보고 같이 가면 도움이 될 것 같네"
"그래주면 정말 고맙지, 그럼 오늘 퇴근하고 6시에 보자. 장소는 카톡으로 보낼 게."
역시 로펌에서 근무하다 보니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알아챈다.
나도 그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변리사 공부를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잠시 상념에 빠지다 회사 일이 생각나서 다시 뻔뜩 정신이 들었다.
팀장도 저녁 값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니, 룸이 있는 조용한 일식집을 예약했다.
나는 팀장에게 변리사 친구와 약속했다고 보고하고, 서둘러 퇴근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강남에 위치한 일식집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종업원도 친절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가격만 제외하면 나무랄데 없는 장소다.
갑작스러운 약속 취소로 삐져있는 여자친구를 달래기 위해 잘 기록해 두어야겠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찬 변호사입니다."
민혁이와 같이 나온 미국변호사는 미국변호사 시험 합격 후 미국 로펌을 거쳐 국내 대기업의 인하우스
변호사로 10년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40대 중반의 교포 출신이었다.
교포인데도 한국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시원시원한 인상을 받았다.
"저는 새빛전자에서 근무하는 장필승이라고 합니다.
민혁이하고는 대학교 동기입니다."
통 성명을 하고 입가심으로 맥주를 한 모금씩 한 후, 나는 현재 우리회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민혁이와 윤변리사는 차분하게 나의 설명을 들었다.
나의 설명이 끝난 후, 윤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힘드시겠군요, 회사도 직원들도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경황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경고장 대응은 미숙했던 점이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차분히 해결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윤변호사의 말에 나는 다소 안도가 되었다. 역시 경험 많은 변호사는 의뢰인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다급했던 나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계속 질문들을 이어 나갔다.
윤변호사는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으나, 식사 자리라는 한계가 있고 내가 너무 사전 지식이 없어 대강의 업무절차를 파악하는 데 그쳤지만, 어렴풋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그려졌다.
"오늘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조만 간에 로펌으로 한번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시간되실 때 언제라도 연락주세요."
자리를 파하고 시간을 보니 10시반이었다. 4시간이상 질문을 쏟아 부은 셈이다.
그날 밤에 귀가한 나는 노트북을 켜고, 미국 특허소송과 관련하여 오늘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1. 적절한 미국 로펌을 선임하여 소송절차를 대응할 것, 필요하면 국내 로펌이나 전문 컨설팅 업체도 선임하여 도움을 받을 것
2. 경고장과 소장에 적시되어 있는 경쟁사 특허를 신속히 분석하여 침해여부, 무효가능 여부를 확인할 것
3. 카운터 특허를 신속히 발굴할 것
4. 경쟁사를 접촉하여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협상전략을 수립할 것
5. 관련 제품의 지역/년도 별 매출액과 전망치를 조사하여damage수준을 파악할 것
6. 사내에 소송전담 TF 팀을 구성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
7. 사내에 Litigation Hold Notice를 보내 관련 문서의 파기를 중지할 것
노트북을 덮으니 새벽 3시가 넘었다.
갑자기 급격히 피곤이 몰려왔다.
여자친구에게 온 부재중 전화 메시지를 무시하고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다.
Tip 4.
미국에서 특허 침해로 피소되면 소송대응을 위한 적절한 로펌을 선임하세요.
미국 특허소송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통해 진행되고 ‘디스커버리’라는 한국 소송에 는 없는 절차와 언어적 허들이 있어 신뢰할 만한 로펌을 선임하여 소송을 대응해야 합니다.
단, 미국의 유명 로펌은 비용이 대단히 높아서 인하우스에서 비용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적절한 지시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