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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판중 Sep 08. 2022

특허 협상 이야기 – 에피소드 3(대책회의)

대책 회의


사장 주재 회의 바로 다음 날 오전에 연구소장 주관으로 회의가 소집되었다. 

참석 대상은 우리 연구지원팀, 연구소 제품개발팀, 본사 기획팀의 팀장들과 관련 인원이었다. 


연구소장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어제 사장님께 질책받은 것 때문인지 잔뜩 격앙된 모습이다. 


석 달 전에 온 경고장을 무시하고 무대응한 것이 마음에 걸려 서인지 우리 팀장이 먼저 나섰다.

"일단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대응 TF를 구성라는 것이 첫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연구소장께서 TF팀장을 맡으시고, 오늘 참석한 3개 팀의 팀장들이 분야별로 리더 역할을 하고, 저희 팀 장대리가 간사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만 …"


"경고장을 받았으면 받은 사람들이 대응을 했어야 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듭니까?

사장님이 역정을 내시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한 시간을 깨졌어요."

본사 기획팀장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기획팀장은 사장님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사장님의 깊은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사장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태도가 180도로 바뀌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두 얼굴의 사나이'로 불리운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이제 와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뭐 합니까?

연구지원팀장 말 대로 대응 TF를 꾸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소장이 본사 기획팀장을 다독이며 말했다.

 

"우선, 연구지원팀에서 전체적인 소송대응 방안 수립과 경쟁사 접촉을 맡고, 연구소 제품개발에서 기술적인 분석과 대응을 책임지고, 본사 기획팀에서는 대외 홍보, 투자자 설명과 사장님을 포함한 사내 경영진 소통을 맡으면 어떻겠습니까?"


"연구소장님 말씀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팀장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희도 기술적인 대응과 지원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제품개발팀장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제품개발팀장은 천상 엔지니어로 매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다. 


"하여튼 특허는 기술관련 이슈이니까, 연구소에서 책임지고 대응해 주시기바랍니다. 본사 기획팀도 필요한 일은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획팀장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회의 결론이 탐탁치 않은 눈치이지만 연구소장의 제안에 다행히 토를 달지는 않았다.


계산이 빠른 사람이니 만큼 본 건에 깊이 관여해봐야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참, 고객사가 동요하지 않도록 설명해야 할 영업팀장도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연구소장이 물었다. 

"영업팀장은 이번주 거래선 출장이라, 제가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

영업팀장과 동기인 우리 팀장이 대답했다. 


"영업팀장에게는 연구지원팀장이 사태의 심각성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는 것을 잘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사장님께서 매주 한 번씩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 하시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개략적인 대응전략을 연구지원팀에서 준비해 주세요."

연구소장이 우리 팀장을 보면서 지시했다. 


"넵, 비상사태인 만큼 밤을 세어서라도 준비하겠습니다." 

우리 팀장이 예스맨 답게 재빨리 대답했다. 


"그럼,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회의는 여기서 마치고, 부지런히 보고서를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저도 이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연구소장이 자리를 떠났다 


같이 있던 다른 팀장들도 우리 팀장에게 대응방안을 잘 수립하라고 당부하며, 자신들도 연구지원팀이 방향을 잡으시면 최선 다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회의실에는 우리 팀장과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모든 대응 숙제가 우리 팀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내가 회사를 오래 다니긴 했지만, 특허전문가도 아니고 경험도 없으니 수고스럽겠지만 장대리가 대응방안 보고서 초안을 한번 잡아봐. 변리사 친구도 있다고 하니 만나서 자문도 받고 말이야. 

저녁 값은 신경 쓰지 말고 법카로 결재해."

우리 팀장이 나를 다독이면서 선심쓰듯이 말했다. 


주말에 여자친구와의 약속은 물 건너간 것 같다. 귓가에 여자친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Tip 3. 특허침해로 피소되면 유관부서로 사내 대응TF팀을 신속하게 구성하세요.

특히, 기술, 기획, 영업 그리고 특허부서가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일사불란 하게 대응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허분석, 침해확인, 무효논리 발굴, 대리인 선임, 언론대응, 투자자/고객사 대응 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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