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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판중 Sep 05. 2022

특허 협상 이야기 - 에피소드 1 (경고장)

경고장


더운 여름 날이었다.

회사 경영층의 지구온난화 이슈에 대한 우려가 커서인지 멀쩡한 사무실 에어컨은 켜졌다 꺼졌 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덥다 덥다를 반복하면서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예 뉴스를 모니터 한 구석에 펼쳐 놓고 일하는 척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팀장이 나를 불렀다. 

"장대리, 이리 와서 메일 좀 읽어봐. 이거 무슨 특허 얘기가 나오는데 …"


우리 팀은 연구지원팀이지만, 특허 전담부서가 없어 우리 회사의 몇 건 안되는 특허 출원도 우리 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회사 입사하기 전에 변리사 시험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특허 이야기가 나오면 팀장은 곧잘 나를 찾곤 한다.




"저는 B사 법무팀의 사내 변호사입니다. 

우리는 B사의 특허 기술이 귀사 제품에 채용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본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논의하고 싶으니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관련 기술에 대한 당사의 특허 목록과 침해 증거를 함께 송부합니다."


영문으로 작성된 이메일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해석은 얼추 된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읽고 나서야 핵심이 무엇인지 깨달었다. 

입사 전에 공부했던 특허법 수험서 내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팀장님, 이거 특허 경고장인 것 같은데요"

"특허 경고장? 우리 회사 특허 얘기하는 거야?" 

"아니요, 우리 회사 특허가 아니라 B사 특허에 대한 것 같아요." 

팀장은 50대의 전형적인 중소기업 관리자 스타일의 사람이다. 

특출 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팀장까지 오른 사람이다. 요컨대 업무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빨라서 부하 직원으로서 같이 일하기 힘든 타입은 아니다.



"그래서 저쪽에서 뭐라고 하는 거지? 근데 이거 우리 팀이 해야 하는 일은 맞는 거야?"

팀장은 늘 그렇듯이 우리 팀의 R&R을 칼같이 적용해서 일을 밀어낼 궁리를 하는 것 같다.


"글쎄요 … 우리 회사는 특허 출원만 해봤지 특허 경고장을 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변했다. 사실 뭘 해야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어디 보자 … 수신인 목록에 연구소장도 들어가 있네 ... 이번 건은 우리가 답변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구"

팀장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팀장의 의견에 딱히 반론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날은 무척 더워서, 얼른 퇴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뒤돌아 나온 나는 곧 이 이메일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 날은 무척 더웠다는 것을 제외하면 수많은 평범한 날들 중 하나였다. 

이 날이 특허 소송이라는 긴 여정의 시작이 될 줄은 당연히 그 날은 알지 못했다.


Tip 1. 


특허분쟁은 경고장(Claim letter)을 발송하거나 접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미국법상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의 기산일은 자기 제품에 특허번호를 표기한 시점 또는 침해자에게   

침해사실을 통보한 시점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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