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의 감정과 경험들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 [Millenial Generation, Millennials]: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IT기술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 특징으로는 대학 진학률이 비교적 높다는 것, 청소년기부터 인터넷을 접해 모바일 및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에 능숙한 것,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에 다른 세대에 비해 결혼과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 등 -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삼십대도 끝물이다. 마흔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1983년생이다. 밀레니얼로 불리는 세대 중 앞자리에 위치한다. 국민학교로 입학해서 초등학교로 바뀔 때 졸업했다. ‘국민교육헌장’ 같은 건 배우지 않았지만 반공 교육 비슷한 건 했던 거 같다. 청소년기에는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 오빠, 누나에 열광했다. 휴대전화, 네이트온, 싸이월드와 함께 20대를 시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스무 살에 맞이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밤새 광장을 신나게 누볐다. 더불어 성년을 맞이한 자유를 좁은 골방이나 PC방에서 만끽했다.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했고 ‘리니지(게임) 폐인’들이 속출했던 1세대 온라인 키즈였다.
사회적으로는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됐다. 88만원 세대로 불렸다. '20대 개새끼론',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의식이라고는 없는 젊은이로 치부됐다. 어학, 학점,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린다며, 젊음의 비판 정신을 강조하는 기성 평론가들에게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는 포기 선언을 들었다. 혹은 멘토로 불리는 사람들로부터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위로를 전해듣곤 했다. 세상이 추락할듯 흉흉했던 IMF를 예민한 사춘기에 겪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대학 고학년, 취준생 혹은 사회초년생이었다. 한강의 기적이 한풀 꺾이고 저성장 시대로 휘몰아쳐가는 경제적 흐름 속에서 살았다. 기지개를 펴기보다는 불안을 내재화하며 젊은 날을 지내왔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세상의 국경 없는 가능성과 팽창을 지켜보며 꿈을 품었다.
40, 숫자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걸 숫자로 계량화하여 분석하고 평가하는 세상 탓일까. 나와 우리 세대는 숫자, 지표, 평가에 익숙하다. 학점, 토익점수 등 학생 때는 물론 일터에 나와서 작성하는 사업계획, 보고서에서도 계량화된 수치가 없으면 뜬구름 잡는다고 지적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빼도 박도 못하는 중량감 있는 ‘개수’의 나이로 향하고 있다는, 그래서 조바심이 밀려오는 날들이 잦다. 새로운 시류나 유행에 대해 곧바로 동기화된다기보다는 약간씩의 '버벅거림' 증상이 어느새 발생하고 있는 것도 맞다.
어떤 친구를 보면, 세상에 잔뜩 물들어 슬슬 꼰대가 되고 있거나 벌써 되어버린 아우라를 내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트렌드를 좇기 위해 이제는 애써 노력해야 하는 자신을 바라보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도전적이고 톡톡 튀는 감각을 보고 있노라면, 마흔을 단순히 숫자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마흔이 되면 꺾이는 것일까.
삼십대 말미에 맞닥뜨린 거대한 방황이 글을 쓰려고 모니터 앞에 앉은 출발이다. 청년이 언제까지인지는 주관적일 수 있지만, 젊은이로 불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은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이루었고, 정해진 진로를 잘 걸어가고 있는 느낌과 거리가 멀다. 어딘가 붕떠있고 부유하는 기분이다. 아직 여기저기를 떠돈다. 앞으로 펼쳐질 날은 더 모르겠다. 여전히 궤도를 겉돌며 이 사회에 어설프게 속해 있는 느낌이랄까.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닦아온 길(이란 게 없긴 하지만) 위에서만 운신의 폭을 정하는 것도 아쉽게 느껴진다. 때론 이런저런 사정으로 하지 못한 도전들이, 그 기회가 없었거나 비껴갔음에 억울하다. 아직은 새롭게 설레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전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도 없진 않다. 경로의존은 강하게 작동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거기서 어설프게 탈피함이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이 가슴에 와 닿기도 하지만, 왜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그 길을 따라 어떻게 인생 항로가 펼쳐지는지 뼈저리게 깨닫기도 했지만, 경로를 이탈해 확 내질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아직 조금은 남아 있다.
“가진 건 열정과 젊음”을 외치며 뛰어들기에는 멈칫멈칫할 때가 많아지고, “해봤고 달려왔고 이루었다”고 조언하며 점잖을 떨 무언가는 당최 없는, 그렇게 청년의 끝물에서 중년을 바라보며 흔들거린다.
밀레니얼과 나
밀레니얼은 하나로 묶는 세대 치고는 굉장히 넓은 범위다. 80년대~2000년대 초반생(80년대 초반에서 90년대 중반 혹은 후반으로 설정하는 구분들도 있다). 통상 10년을 한 세대로 칭하는 구분과 다르다. 길게 유지되며 구성원들을 묶는 중대한 구분점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설명들은 그 이유를 빠르게 사회에 만연화된 IT/온라인 보급에 둔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와 더불어 청(소)년기를 시작했고 이를 일상에서 신체의 일부로 끼고 살았던 세대. 도구일 뿐 아니라 관계 맺기의 방식과 목적,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커뮤니티의 형성, 크고 작은 정보 취득까지 삶의 초창기부터 온라인에 깊이 의존하며 살았다는 것.
하나로 저렇게 개념화한다고 해서 20여 년을 동질화 성향이 짙은 세대로 단순화하는 건 무리가 있다. 나만 해도 90년대생들과 세대 차이가 적지 않을 것이고 90년대 후반 출생자로 갈수록 감이 멀어진다. 밀레니얼을 규정짓는 결정적인 도구인 온라인만 하더라도 나의 또래는 PC 기반 인터넷 사용을 빠르면 10대부터 접했지만, 90년대생 아래로 갈수록 스마트폰을 청소년기 혹은 그 이전부터 접했다는 차이가 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김민섭 작가가 노트북 키보드가 아닌 휴대폰 자판만으로 책 두권 분량의 글을 썼다는 ‘손가락 작가’의 등장에 놀라움을 표한 적이 있는데, 그런 정도의 차이가 밀레니얼로 통칭되는 세대 집단 내에서도 상존한다.
내 경우를 돌아보면, PC방 문화와 게임은 청소년기부터, 휴대전화(2G)는 10대 후반 혹은 20대 시작 무렵, 스마트폰은 아이폰 국내 출시가 2009년이니까 27살부터 접한 셈이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저자는 80년대생을 웹 네이티브, 90년대생은 앱 네이티브로 표현했다. 83년생 뉴욕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제시 신갈(Jesse Singal)은 자신을 '늙은 밀레니얼'이라고 불러달라며(I’m an Old Millennial), 대략 88년생까지를 올드, 89년생부터 영 밀레니얼로 칭했다. 두 가지 사건 '글로벌 금융위기'와 '스마트폰의 도래' 시기를 청년기에 겪었냐, 청소년기에 겪었냐에 따라 구분 지을 수 있다며.
엄격한 개념 구분이(분석 틀로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실상에서는 많이 뒤섞인다) 글의 목적은 아니다. 대체적인 경향성에 따른 위의 구분을 빌려서, 80년대 초중반생, 늙은 밀레니얼, 밀레니얼 1세대인 나와 우리 세대, 그리고 얽히고설키며 관계한 다른 세대들이 살아오고 살아나갈 이야기를 적는다.
도래하는 밀레니얼 기성세대
그렇게 밀레니얼 열차의 첫 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후배고 젊다'고 여겨지는 청년 시기를 지나 분명하게 기성으로 일컬어지는 나이대로 향한다. 그 인류들이 우르르 차례차례 기성세대로 진입한다.
세대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고 세대 내에서도 사람마다 삶이 다르다. 그럼에도 동시대의 시공간에서 살며 공유하는 동일한 경험은 실재한다. 전혀 불혹에 가까운 것은 아니다. 미혹과도 같은 인식과 실체를 정리한다. 기성과 중년에 편입되어 가며 나타나는 감정과 경험, 안정감은 옅다. 오히려 갈팡질팡 잡음, 혼돈과 좌절, 방황이 여전한, 아주 가끔 감지되는 기대와 희망. 그렇게 나로부터 비롯되는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각자의 다양한 삶에게 말을 건넨다.
덧붙임: ‘청년’에 대한 규정은 사회적인 배경, 인식, 목적 등에 따라 다양하다. 여기서는 마흔 전 39세 이하(편의상 우리나라 나이로)까지로 표현하겠다. 물론 중요한 것은 '내'가 청년으로 느끼느냐일 것이다. 마흔이 그 묵직한 기점으로 체감되는 면이 적지 않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정책적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설정(여기서는 만 나이로 한다)이기도 하다. 청년을 좁게는 만 29세 혹은 34세 이하, 지역(도시)의 경우 45세 이하, 심지어 UN은 최근 인류의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 65세 이하까지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