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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인 Apr 09. 2021

‘대탈출’의 비결: 인류는 왜 오래 살게 되었을까



자본주의의 출현으로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인류의 도약이 시작되었다는 스티븐 핑커가, 그 ‘진보’의 또다른 증거로 제시하는 사실은 기대수명의 급격한 증가다. 스티븐 핑커는 과거에 비해 인류가 얼마나 많은 질병을 극복했고, 또 그로 말미암아 얼마나 긴 수명을 누리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도, 한 축에는 소득 수준을, 한 축에는 기대수명을 놓고 국가들을 그 소득과 수명 수준에 따라 늘어놓은 그래프가 등장한다(p.134). 그는 한 테드 강연을 통해서도, 세계의 국가들이 어떻게 과거에 비해 더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며 동시에 더 장수하게 되었는지를,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인상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실로, 기대수명의 추세는 세상의 변화가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다. 로슬링의 말대로, 인재나 자연재해, 사고, 빈곤, 기아 따위 인간을 괴롭히는 온갖 불행으로부터 비롯된 사망, 그와 더불어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한 건강의 증진까지도 모두 반영되는 지표이기 때문(p.81). 그래서, 현대 인류가 과거의 선조들에 비해 얼마나 더 건강해졌는지 비교하기 위한 지표로서 기대 수명의 추세는 매우 적절하고 경제적인 정보다.




기대수명은 또한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를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정보다. ‘건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쉬이 답하기 어렵지만, 불건강이 극단에 이를 때에 생명체는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에는 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연령대별 사망률을 통해 계산한 출생시의 기대수명은, 역으로 해당 인구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사망률’과 ‘기대수명’은 모두 인구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개념이다. 재해와 사고, 빈곤, 기아, 질병 따위 인류 역사를 따라다니는 질곡으로부터 해방될수록, 인류는 더 건강해저 더 긴 수명을 누리게 된다.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보면, 분명 오늘날 인류는 과거에 비해 훨씬 건강해졌고, 건강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인류를 따라다니는 불행은 점점 줄어들며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인류의 평균 수명을 묻는 한스 로슬링의 질문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택한 답은 “60세”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답은 70세, 더욱 정확히는 72.6세 정도다. 우리는 인류의 건강이 개선되는 속도에 대해서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류가 이렇게 긴 수명을 누리게 된 것은 인류가 존속해온 오랜 역사에 비추어 보면, 극히 최근의 일에 불과하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 평균 수명은 30세를 채 넘기지 못했다.



물론, 평균 수명이 30세라고 하니, 인류의 선조들이 대부분 30살 즈음에 늙어 죽은 것인가 생각하기 쉽지만,그렇지는 않다. 전근대 시기의 낮은 기대수명은 (물론 모든 연령대에서 사망률이 오늘날보다 높았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영유아사망률로 인해 특히 5세 이전 혹은 0세의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개체들이 전체 평균 수명을 깎아버린 탓이 제일 크다. 달리 말하면, 현대 문명의 개화 이전 인류에게는 성년까지 생존하는 것이 장수로 가는 길의 중요한 관문이었던 셈.



그림1. 전세계 기대수명 추이



인류가 이런 역사적 한계를 넘겨 40세 이상의 수명을 평균적으로 누리게 된 것은 불과 일백년도 채 되지 않은 최근의 일이다. 1900년 이래 급격히 증가한 인류의 수명은 1970년대에 비로소 60세를 넘기고, 2019년 현재 72.6세를 기록한다. 인류 문명이 현대로 진입하기 직전, 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이 30세에 채 미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오늘날 인류는 두 배 이상의 수명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그렇다면, 인류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장수를 누릴  있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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