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와 한스 로슬링이 게시하고 있는 빈곤율 그래프는, 1820년 이후 약 200년에 걸친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80년대 이후 빈곤율의 변화에 대해 '낙관주의자'들이 내놓는 장밋빛 묘사에는 그들이 간과한 몇 가지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세계 인구의 대다수가 산업화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오늘날 빈곤율은 틀림없이 현저히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림1이 보여주듯, 지구 상 대부분의 인구가 1.9 달러라는 굉장히 낮은 기준으로도 빈곤에 처해 있었던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 비해, 자본주의가 선물한 근대적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고 있는 오늘날 인류의 빈곤율은 훨씬 낮아졌다는 것. 스티븐 핑커의 말처럼, 산업 자본주의의 경제적 이득은 너무나도 분명해보인다.
근데, 산업화 이전에는 인류의 8-9할에 이르는 인구가 최소한의 기본적 욕구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극도로 가난한 삶을 살았다는 낙관주의자들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자본주의 이전 사회의 빈곤율이 높았던만큼 인류가 산업 자본주의의 전개와 더불어 경험한 빈곤율의 감소는 훨씬 더 눈부시게 보인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빈곤 측정법이 일정한 화폐 가치로 고정된 빈곤선을 통시적으로 모든 시대와 사회에 걸쳐 적용함으로써 그 실태를 왜곡한다면, 같은 방법으로 시계열을 더 먼 과거로 연장할수록 그런 왜곡은 더 커지지 않을까? 과연 1820년의 1.9달러 지출은 오늘날의 1.9달러 빈곤선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의미할까? 세계은행의 빈곤 측정법을 비판해온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Robert Allen)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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