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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r 10. 2019

어린이집을 믿고 싶은 당신이 해야 할 것

[엄마발달백과-어린이집편①] 얼집 아니면 노답인 부모의 마음가짐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에 만나요.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인성입니다.


최근 돌을 맞은 둘째가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벅차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해요. 어린이집에 갈 때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복직을 앞두고 치르는 큰 행사입니다.


1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던 첫째는 다행히 좋은 어린이집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아주 잘 크고 있어요. 하지만 또다시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를 시설에 맡기려니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에요.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사건·사고 뉴스가 많은 요즘, 모든 부모처럼 저도 마음이 무겁거든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은 일을 할 수 없게 돼요. 아마도 제가 그럴 확률이 더 높겠죠. 하지만 둘 중 누구도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 자아실현도 좋지만 애가 둘인데, 열심히 벌어야죠. (오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일 둘째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있어요. 남편과 참석할 예정인데요. 어린이집 시설, 분위기, 원장선생님&담임선생님 등이 어떨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돼서 마음이 바빠요. 새 학기를 앞두고 저와 같은 마음인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도 잘 적응할 거라 믿어요. 어린이집에서 잘 배우고, 잘 크고 있는 첫째처럼요. 돌아보니 이 '믿음'이란 게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의 8할인 것 같아요.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어린이집이 아니면 방법이 없는 부모들이라면 어린이집,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꼭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린이집을 믿기 위해 노력했던 세 가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요.


(출처 : pexel)



1. 용기를 내요


사실 전 어린이집과 선생님들을 그저 믿는 수밖에 없어요.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한들 어린이집 외에 달리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에요. 비단 저만의 사정은 아닐 거예요.


처음엔 말도 못 하는 아이를 시설에 떼어두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죄책감과 오랜 시간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아이를 둬야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죄책감과 두려움을 시설이나 선생님에게 그대로 내비치는 게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았어요. 행여 적개심으로 비쳐 처음부터 선생님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이 됐거든요.


긴 고민 끝에 용기를 냈습니다. 믿기로 결심한 것이죠. 달리 방법이 없기도 했거니와 어쨌든 아이가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공간, 사람인데 신뢰 없이 관계를 시작하는 게 도리어 말이 안 됐어요.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겠지만 '신뢰 구축'이 기본적으로 채워야 할 첫 단추라고 생각했죠.


저의 이런 마음가짐과 함께 첫아이는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2. '또 하나의 엄마' 다른 관점 갖기


복직 후 첫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있었어요. 그나마 친정어머니 도움을 받았으니 이 정도지 도움을 못 받는 맞벌이집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낼 거예요. 평일에는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보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더 많았죠.


다정하셨던 첫 번째 선생님 덕분에 아이는 어린이집과 친구들에게 금방 정을 붙였어요. 마냥 아기 같았는데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법, 혼자 낮잠 자는 법, 장난감을 정리하는 법 등을 배워나갔죠.  태어나 15개월 동안 제가 가르쳐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어린이집에서 배우고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했어요.


1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첫째 아이 (출처 : 마더티브)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선생님은 제 아이의 '또 하나의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저보다 선생님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고 아마도 부모 다음으로 혹은 더 많이 가르침과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어린이집 선생님은 그저 외주화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아이와 주요한 영향을 주고받는 공동양육자였던 거예요.


어느 날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어린이집에 있을 때는 선생님이 엄마니까 말씀 잘 듣고 잘 따라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걸 선생님께 말씀드렸던 모양이에요. 선생님은 수첩을 통해 이를 언급하며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셨어요.


제가 운이 좋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만난 세 분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 모두 이런 제 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주시며 아이를 진심 어린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주셨거든요. 도리어 감사드려야 할 사람은 저인데 말이죠. 세 분 모두 다자녀를 둔 엄마이셨는데요. 어린이집 선생님이자 부모, 그리고 워킹맘으로서 제 마음을 잘 헤아려주신 것 같아요.



3. 적극적인 소통


어린이집 선생님을 믿는다는 게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할 만큼 어려운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러워졌어요. 탈이 없는 한 내 아이를 계속해서 믿고 맡기니 신뢰는 점점 더 단단해져요. 하지만 사람일이니 더러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어린이집과 학부모 서로의 노력도 필요해요.


지금 첫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옮기게 된 곳이에요. 가정 어린이집에 다녔었는데 이사한 동네에는 당장 갈 곳이 없어 차량으로 등하원을 해야 하는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됐죠. 사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 보다 더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20년이 된 민간 어린이집은 뭐가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아이의 작은 상처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특이 사항도 통지가 확실했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담임선생님께 전화와 메시지가 왔죠. 수첩 메모와는 별개로요. 처음엔 매번 무슨 일이 있나 가슴이 철렁했는데 이제는 담임선생님의 연락이 익숙해졌어요.


이 어린이집은 아마도 지난 20년간 참 많은 일을 겪었을 테죠. 그래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두 번 다쳐왔는데 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 일단 덮어놓고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시는 통에 민망하기까지 했어요. 결론적으로 둘 다 아이의 잘못으로 다친 것이었고 상처가 그리 심하지도 않았죠.


전 이러한 어린이집의 시스템이 학부모에게 '신뢰'를 요청하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어린이집은 조금 무리하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워낙 안 좋은 뉴스가 많으니 나름대로 노력을 하시는 거라 이해해요. 그리고 전  이 시그널에 '신뢰'로 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저 또한 이런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는 더욱 노력해요. 마음뿐만 아니라 실천을 하는 것이죠. 종종 실수가 있긴 해도 가능한 매일 아이의 상태에 대해 충실히 알리고 궁금한 점은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그때그때 바로 물어요. 하지만 따로 연락하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고 대신 매일같이 열심히 수첩을 쓰죠. 준비물도 늦지 않게 잘 챙기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신뢰'라는 큰 틀 안에서 해가 되지 않는 작은 것들은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기도 하고요.


햇님반 담임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첩 대화 (출처 : 마더티브)


신뢰라는 게 한쪽만 잘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함께 노력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 선생님과 부모는 아이라는 아주 예민한 존재를 매개로 연결된 관계잖아요. 선이 있어야 할 타인이면서도 절대적으로 서로의 존재가 필요한 양면을 갖는 사이. 정말 어려운 관계죠. 그렇기 때문에 이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신뢰'가 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운이 아니길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두고 '운'이라는 얘기도 많아요. 사람일이다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영유아가 어린이집에 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계속 운에 맡기는 건 너무나 위험해요.


저도 제 아이를 맡긴 어린이집과 선생님을 신뢰하긴 하지만 아이 문제이기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는 있어요. 둘째 아이만 해도 두 군데의 가정 어린이집에서 입소가 가능하다고 전화가 왔는데 전 어느 곳이 더 좋은 곳인지 하루 종일 평가를 수소문했어요. 그 평가는 주로 선생님들에 대한 것이었죠.


사실 지난해 하반기에 새로 생긴 곳들이라 유용한 정보를 찾지는 못했어요. 그저 전화를 건 원장선생님의 목소리 톤을 주요한 기준으로 한 곳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죠. 더 밝게 적극적으로 얘기해준 분이었어요. 이런 결정을 한 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워요.


둘째도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 (출처 : 마더티브)


운의 확률을 낮추려면 아무래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겠죠. 보육교사가 전문가적 소양을 더 갖출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나 보육 현장의 처우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할 거예요. 안정적인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학부모도 보육 서비스에 대한 관점을 자연히 달리 가질 수 있겠죠.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무조건 믿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내일 만날 둘째 아이의 담임선생님도 분명 좋은 분일 거라 믿어요. 행운을 빌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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