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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r 18. 2019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인싸' 되는 법

[엄마발달백과-어린이집편②] 학부모가 되고 싶은 아빠들이 해야 할 것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 만나요.


[엄마발달백과-어린이집편②] 학부모가 되고 싶은 아빠들이 해야 할 것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주영입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졸업이란 걸 했습니다. 그래봤자 가정형 어린이집 생활을 마치고 더 큰 보육기관으로 옮기는 거지만, 기분이 묘했답니다. 지난 2월 말에는 소박한 졸업식도 열렸어요. 가정 당 학부모 1명이 대표로 참석할 수 있었는데요, 저희 집에선 남편이 갔습니다. 저도 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너무도 간절히 원해서 제가 양보했답니다. 근무까지 미리 조정하며 의지를 불태우더군요.

무엇보다 선생님들도 ‘태양이 아빠가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었어요. 실제로 저보다는 남편이 선생님들과 사이가 가깝거든요. 무슨 일이 있어도 늘 남편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원장 선생님께서는 지자체에서 사례 발표를 할 때 저희 남편을 모범 학부모(?)로 소개하기도 했다네요. 남편은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들과도 사이가 좋았어요. 저보다 더 많은 부모들을 알고 있으니 말 다했죠.

남편이 처음부터 어린이집 ‘인싸’였던 건 아니에요. 아이가 가정형 어린이집을 다닌 2년간 저와 남편, 선생님 모두 함께 노력한 결과예요. 그 노하우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 합니다. 린이집에서 아빠가 ‘인싸’되는 법 3가지.

① 아빠 전화번호를 등록한다


애아빠가 아이 어린이집 적응을 시켰다. (출처: unsplash)


아이가 생후 15개월일 때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육아휴직 1년을 마치고 복귀한 시점이죠. 곧바로 남편이 안식월 1개월에 육아휴직 3개월을 붙여 썼습니다. 그동안 남편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는 일을 맡기로 했어요.

남편 투입(?)에 앞서 제가 먼저 어린이집을 찾아가 이런 상황을 설명 드렸어요. 그리고 부부의 번호를 둘 다 알려드리며 강조하고 또 강조했죠. “앞으로 모든 연락은 애 아빠에게 먼저 주세요.”

저는 아빠 역시 어린이집의 대표 보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애를 만들고(?), 함께 애를 키우는 거라면, 학부모 노릇도 동등하게 해내야 한다는 게 제 문제의식이었죠.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학교에서도 학부모는 곧 엄마를 뜻했어요. 아빠는 행사 때 가끔 등장하는 게스트 정도?

저희만 해도 그랬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복직에 맞춰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대기 신청을 하고, 상담을 갔죠. 반면에 남편은 제게 결과를 듣기만 하더라고요. 아무런 고민도, 조사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어요. 육아에 적극적인 남편 역시 ‘학부모=엄마’라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진 못하는 듯했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특히 저희는 둘 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성별보다는 성격과 기질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게 더 적절하다고 봤어요. 저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사교적인 남편이 대표 학부모로 활동하고 제가 보조 역할을 맡은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아빠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줬나 싶었어요. 모든 연락에 제게만 왔거든요. ‘어머니, 원복 입혀 보내주세요’, ‘특별활동비 입금해주세요’, ‘고무줄 보내주세요’... 정작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도시락통을 씻고, 가정통신문을 확인하고, 알림장 쓰는 걸 전부 남편이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남편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하기 위해 플랜 B에 돌입했습니다.

② 아빠가 알림장을 쓴다


첫 어린이집에서 보낸 마지막 알림장


‘키즈노트’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아시나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스마트알림장인데요.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아이 보호자 1명이 대표 아이디를 등록해 알림장을 주고받거나 선생님이 올려주시는 사진을 보도록 했습니다.


앱에 올라오는 어린이집 공지사항에는 부모들의 댓글이 달리곤 했는데요, 잘 보면 닉네임이 대부분 ‘~엄마’로 끝났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희는 ‘~아빠’로 끝나는 닉네임을 쓰는 유일한 가정이었어요. 남편이 대표 아이디로 가입했기 때문이죠. (저는 남편 아이디로 로그인해 앱을 이용했습니다.)

남편은 아침 출근길마다 키즈노트 앱의 알림장을 열어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요. 아이에게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 뭘 먹었다, 잠을 얼마나 잤다, 잘 부탁드린다... 내용이나 형식은 거의 똑같았지만, 아빠가 아이를 ‘주도적으로’ 돌보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의의를 둔 듯했습니다. 또한 남편 역시 매일 알림장을 쓰기 위해 아이를 더 자주 관찰하는 모습이었어요.

남편이 대표 아이디로 가입한 김에 가정통신문과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일도 전담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육, 소풍 같은 행사 일정 체크뿐만 아니라 참석까지 거의 다 남편이 했어요.

처음에는 성인 여성뿐인 공간에 남편 혼자 덩그러니 있으니 다들 어색해하는 듯했대요. 그래도 자꾸 얼굴을 비추고 인사하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과도 서서히 친해졌답니다. 실제로 제가 어린이집 엄마들을 가끔 만나면 “남편분이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곤 했어요. 성별은 달라도(?) 똑같은 부모임을 인정받은 순간이라고 남편 스스로 평가하더군요.

남편이 평일 아침마다 알림장을 쓴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어요. 담임 선생님께서 남편의 알림장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아버님, 이제 매일 안 써주셔도 돼요^^” 그 이후로는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남편에게 먼저 전화가 오기 시작했답니다.

③ 아빠가 이벤트를 준비한다


남편은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들에게 손글씨를 적어 보냈다.


아빠가 육아의 주체가 되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권한을 나눠야 합니다. 그 결과가 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믿고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도 시키는 일만 하면 왠지 하기 싫은 마음이 피어오르곤 하잖아요.

육아도 마찬가지 같아요. 이것저것 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결정하고 조정하고 책임질 권한도 함께 줘야 상대방이 ‘내 일’이라는 의식을 갖고 적극 나서는 듯해요. 무엇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에요. ‘내가 안 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남편에게 어린이집 생일잔치 답례품을 결정할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저로선 쉽지 않은 결단이었어요. 머리로는 부모가 동등하게 보육에 참여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선물 같은 건 엄마가 더 잘 고르지 않을까’, ‘남편이 엉뚱한 걸 사면 어떡하나’ 걱정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남편에게 조금 더 주체적인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남편은 아이 말고 엄마를 위한 생일 답례품을 준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함께 상의해 핸드크림으로 정했어요. 때마침 겨울이었고, 육아하느라 거칠어진 엄마의 손을 응원하자는 취지였죠. 저는 물건을 대신 공수(?)해왔고, 남편은 예쁜 메모지에 20명의 엄마들에게 메시지를 적어 하나씩 포장했습니다. 선생님들에게도 따로 손편지를 정성스레 썼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 생일잔치가 열린 날, 정말 많은 감사 인사를 받았습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이런 뿌듯함을 느껴보지 못했을 겁니다.

편지를 받아본 원장 선생님은 단번에 애 아빠가 쓴 걸 알아채시고는 남편에게 문자메시지로 답장을 보내셨대요. 사실 남편이 선생님들께 편지를 쓴 건 처음은 아니었답니다. 지난 스승의 날에도 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감사 편지를 보낸 적이 있어요. 그때 글씨체를 기억하셨나봐요. 진심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다시 졸업식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날 남편은 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학부모를 대표해 급작스럽게 모두발언을 하게 됐대요. 남편은 그 일을 제게 전하면서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뿌듯한 듯했어요. 2년간의 분투 끝에 드디어 인정받았다고 느낀 순간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날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선생님들 덕에 아이들이 이만큼 자랐고, 저희 부부가 마음 놓고 일을 했습니다.


저도 남편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 덕에 제가 몸 편히, 마음 편히 일하는 엄마로 살 수 있었습니다. 기꺼이 육아의 동반자가 되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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