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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바뀌며, 변하는 가족의 모습

자녀들의 결혼 후 달라진 가족 관계와 부모로서의 변화된 역할

by 김종섭
⑭ 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두 아들이 작년에 결혼하면서 우리 가족의 모습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큰아들은 한국에, 작은아들은 우리가 사는 밴쿠버에 정착하며 각자의 터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작은아들과는 같은 도시에 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다. 반면, 멀리 있는 큰아들은 매일 카카오톡 메시지와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해와 오히려 더 가까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작은아들도 틈틈이 전화나 메시지로 소식을 전하며 부모를 챙기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두 아들 모두 바쁜 생활 속에서도 부모를 향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어 그저 든든하고 고맙다.


두 아들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예전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진짜 거리는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에서 생기는 법이다. 멀리 있는 자식일수록 하루만 소식이 없어도 한참 연락이 끊어진 듯한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두 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바쁜 와중에도 부모를 챙기려 노력하고 있어, 거리는 멀어도 마음만은 늘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두 아들의 결혼 후에도 며느리라는 존재감은 아직 자연스럽게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지 못한 느낌이다. 한때 "시도령", "형수", "제수"와 같은 엄격하면서도 예의 바른 호칭이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와 존경심을 상징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요즘은 시동생조차 이름으로 불리고, 형수 대신 "누나"라는 호칭이 보편화되면서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잃어버린 전통적 정서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부모들이 함께 느끼고 아쉬워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 또한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단순한 보호자 역할을 넘어서, 성인이 된 자녀들의 삶과 선택을 온전히 존중하며 때로는 친구처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 나가는 동안, 나는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때로는 삶의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며 새로운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확립한다. 서로 다른 생활 터전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진심 어린 대화와 소통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언제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시켜 준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얼굴을 자주 마주 보기 어려운 상황에도 한 줄의 메시지나 전화 한 통은 우리 사이의 사랑과 관심을 증명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이처럼 각자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진심은 결코 변치 않는다.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걱정 어린 마음도 한편에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우리 가족이 다시 한번 전통적 예의와 정서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시대적인 젊은이들의 호칭이 변하는 것이라면 바람일 뿐이지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내려오는 전통 방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 함께 나눈 대화와 작은 소통의 순간들은 멀리 떨어진 거리마저도 초월하여 우리 가족을 하나로 결속시킨다.

시대가 변하고 가족 간의 소통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어지는 사랑과 존중의 마음은 영원하다. 변할 수 없는 불변의 가치다. 나의 역할은 이제 부모라는 단순한 보호자에서 벗어나, 성인이 된 자녀들과 함께 성장하며 그들의 인생 여정을 지지하는 동반자로 남아갈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우리 가족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전통적 예의 속에 담긴 따뜻한 정서를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우리 가족은 사랑과 소통의 가치를 시대를 초월하여 변치 않게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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