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는 아니지만, 하늘을 수놓은 풍선의 마법
열기구 뜨는 광경을 보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호텔을 나섰다. 열기구를 예약하지 않아 정확한 출발 지점을 알 수 없었기에, 전날 식당 주인이 알려준 두 곳을 가보기로 했다. 마침 관광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에 그 차를 따라가 보았다. 어제 방문했던 소금 온천 근처 공터에서 이미 열기구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실 튀르키예에서 열기구를 타는 가장 유명한 지역은카파도키아(Cappadocia)다. 거센 바람이 만들어주는 이상적인 기류 덕분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열기구 명소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 그곳에서 열기구를 탈 계획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탑승이 좌절되었고, 대신 파묵칼레에서 열기구 뜨는 모습을 보기로 했다.
파묵칼레는 하얀 석회층과 고대 유적지 히에라폴리스를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카파도키아는 기묘한 바위 지형과 요정의 굴뚝(fairy chimneys) 위를 날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열기구 여행지로 손꼽힌다.
나는 이미 파묵칼레의 석회층을 어제 관람했기에 굳이 열기구를 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느꼈고, 다음 일정도 있었기 때문에 대신 뜨는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는 데 집중했다.
의외로 열기구를 설치하고 띄우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먼저 선풍기로 거대한 풍선에 공기를 주입하고, 이후 버너에서 불을 붙여 내부에 열을 가하면 열기구가 부풀어 오르며 하늘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기구 아래엔 바구니 모양의 탑승 공간이 달려 있었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저 많은 사람을 실은 열기구가 바람과 열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풍선에는 기업 홍보 문구가 쓰여 있었고, 일부는 약간 찢어지거나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있었지만, 하늘로 떠오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떠오른 열기구들이 아침 햇살과 버너의 불빛에 반사되어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하늘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풍선을 붉게 물들일 때, 열기구는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환상적인 자태를 뽐냈다. 설치 과정부터 이륙까지 하나하나 보는 행운을 얻었고, 날씨까지 좋아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비록 열기구에 직접 탑승하진 않았지만, 하늘에서 보는 풍경은 한정적이기에 지상에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날씨만 좋았더라면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유일한 ‘옥에 티’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묵칼레에서라도 열기구를 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많이 덜어졌다. 여행은 늘 안전하고 즐거워야 하며, 특히 날씨 같은 변수로 인해 일정이 틀어지는 일이 잦다. 국내여행도 아닌 먼 해외에서 다시 방문하기 어려운 곳일수록, 날씨가 여행을 도와주는 것은 더 큰 행복일 수 있다.
이제 다음 여정은 우리가 내일 비행기를 타기 전, 이스탄불 시내 관광이다.
*여행기록 2025.5.14 새벽 * 파묵칼레 열기구